[비즈한국] “더 이상 절대 강자는 없다.” 면세점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지난 22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두 구역의 새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그간 이어진 ‘2강 1약’ 구도가 ‘3강’ 체제로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진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굵직한 면세점 입찰이 남아 있어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새 사업자 선정 발표 직후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은 숨 가쁜 일주일을 보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오는 7월 초 사업 구역을 넘겨받게 된다. 시간은 촉박한데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아 관련 직원들부터 임원까지 주말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입찰 심사 결과를 보면, 신세계는 입찰에 나온 DF1(기존 DF1과 8구역을 하나로 묶어 입찰)과 DF5 2개 사업권을 모두 확보했다.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신세계는 인천공항 1터미널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DF7(패션, 잡화)사업권을 포함해 모두 4개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인천공항 1터미널 내 일반기업에 할당된 8개 면세점 가운데 절반을 가진 ‘최대 사업자’가 된 셈이다.
# 두둑한 베팅으로 승리 거머쥔 ‘신세계’
업계에선 이번 입찰을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의 ‘베팅 전쟁’으로 평가한다. 지난 2월 롯데면세점이 4개 구역을 2020년 5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롯데가 대규모 적자 등으로 3개 구역 사업권을 반납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 사업자가 적자를 이유로 철수하자 뒤늦게 연간 임대료를 연 8000억 원에서 2000억 원 수준으로 낮춰 입찰에 부쳤다.
임대료가 낮아지고 ‘유커’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신세계와 신라 두 업체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번 입찰에서 신세계면세점은 DF1사업권에만 연간 2762억 원을 제시하면서 2202억 원을 써낸 신라면세점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임대기간은 5년으로, DF1에서만 신세계가 신라보다 2800억 원을 더 내는 수준이다.
DF5사업권에서도 신라는 연간 496억 원을 써냈지만 신세계는 608억 원의 임대료를 제시했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높은 가격을 써낸 점이 심사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입찰 결과로 국내 면세시장 판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세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1터미널 DF1과 DF5 두 구역 연 매출은 1조 원에 가깝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약 14조 2200억 원. 전체 매출의 6~7%에 이르는 비중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면세점 점유율은 롯데가 41.9%로 1위, 신라(HDC신라면세점 포함)가 29.7%로 2위, 신세계가 12.7%로 3위를 차지했다. 이번 사업자 변경으로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35%대로 떨어졌고, 신세계가 19%대로 올라섰다.
신세계는 오는 7월 서울 반포 센트럴에 신세계백화점과 연계한 신규 면세점을 추가로 개장한다. 이로 인해 점유율은 22%대로 오를 전망이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1위와 2위의 간격이 한순간에 좁혀졌고, 두 자릿수였던 2위와 3위 격차가 한 자릿수로 바뀌었다”며 “롯데 독주 체제가 끝나고 여러 업체가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 내년 하반기 1조 원 규모 입찰이 관건
면세 업계 경쟁은 하반기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에 이어 ‘유통공룡’ 현대백화점도 오는 11월 강남 코엑스(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신규 면세점을 연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면세점만 13개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지만 신사업으로 도전하는 데다, 국내 백화점 2위 자리를 놓고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온 만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하반기 굵직한 해외 면세점 입찰도 예정돼 있다. 7월 23일 제안서 접수가 마감되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T2 면세점 입찰이다. 기존 ‘2강’ 롯데와 신라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면세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절대 강자가 없는 구도로 재편됐다”며 “해외 사업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롯데와 신라는 해외 사업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해외 매장 수는 베트남 나트랑 국제공항 신터미널을 포함해 총 7개다. 호주 면세점 브랜드 JR듀티프리 인수·합병을 추진해 세계 면세시장 선두 자리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라는 아시아 3대 공항으로 꼽히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신라는 해외매장 5개를 운영한다.
국내 면세시장 판도 변화는 내년 하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의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엔 1조 원 규모의 인천공항 5개 사업 구역이 또 다시 입찰에 부쳐진다. 올해부터 내년 연말까지 면세시장 구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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