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삼성증권에 6개월간 신규 위탁매매 관련 업무정지와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 직전 삼성증권 대표였던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에게 직무정지,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과 김석 전 삼성증권 사장에게는 해임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4월 일어난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에 따른 것으로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올 초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는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 삼성생명 사장에 현성철 전 삼성화재 부사장, 삼성화재 사장에 최영무 전 삼성화재 부사장, 삼성자산운용 사장에 전영묵 전 삼성증권 부사장, 그리고 삼성증권 사장에는 구성훈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이 신규 취임했다.

이들은 모두 50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연임에 성공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역시 50대다. 반면 올해 초 퇴임한 김찬수 전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전 삼성화재 사장,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은 모두 60대다.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있었던 셈이다.

이들 CEO(최고경영자)의 임기는 대부분 3년이기에 2020년까지는 큰 인사이동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증권 사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직무정지 조치를 받은 김남수 삼성생명 부사장의 거취 여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현행법상 직무정지 제재를 받으면 향후 4년간 금융사 임원을 맡을 수 없다.​

구성훈 사장의 직무정지 3개월이 확정되면 장석훈 삼성증권 부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사장이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인사가 CEO 직을 유지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을 제외한 다른 금융계열사 인사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기에 삼성증권 사태로 모든 금융계열사에 도미노 인사가 발생한다는 분석은 무리”라며 “삼성전기나 삼성SDI에 문제가 있다고 삼성전자 사장을 징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지라도 삼성증권은 CEO 공백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증권은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지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의결에서 징계 수위가 낮아진 사례가 없진 않다. 2009년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부채담보부증권과 신용디폴트스와프 등에 투자를 확대해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일부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으나 금융위는 기관 경고로 경감했다.

구 사장의 공식 취임일은 3월 21일.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이 발생한 날짜는 4월 6일로 취임 3주일도 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구 사장이 회사 업무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5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전산 사고로 5시간 넘게 주식거래가 중단돼 33억 원 이상의 피해를 초래했지만 기관 주의로 끝났다. 또 최근 벌어진 우리은행 전산사고 때도 행장을 해임하자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이라는 한 회사에 대한 이슈이기에 같은 전산사고임에도 제재 정도가 다르다며 형평성 문제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안건은 7월 4일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안에는 제재안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향후 진행될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관련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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