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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연이율 365%, 강원랜드 주변 '대출 무법지대'를 가다

저당 잡힌 자동차들이 여기저기 흉물처럼…강원랜드·정선군청 "단속 어려워"

2018.06.21(Thu) 23:13:51

[비즈한국] “대출 받으세요.” “얼마 필요하세요?” “자동차대출 됩니다.” 

 

지난 20일 새벽 1시, 강원랜드 카지노 임시흡연실에 들어서자 20여 명이 기자를 에워싸며 건넨 말이다. 일부 택시 운전기사를 제외하면 대다수가 대부업 대출을 권유하는 호객꾼, 일명 ‘삐끼’들이었다. 호객꾼에게 “대출을 받고 싶다”고 얘기하자 “최대 3000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자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10일에 10%”라고 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주차장과 흡연실의 대출 호객꾼들을 막을 길이 없다. 경호원이 다가가면 자리를 피해버리거나 대부업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얘기하기 때문”이라며 “카지노 이용객들은 불법 대부업으로 금전적 손실을 입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곳, 강원랜드 카지노.  사진=강원랜드 홈페이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2km 떨어진 사북읍내로 내려왔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전당포, 숙박업소, 식당의 네온사인으로 거리가 환했다. ‘차량대출’ ‘부동산대출’ ‘카드대출’ ‘귀금속시계’ ‘휴대폰 소액결제’ 문구가 적힌 한 전당포로 들어갔다. 전당포 업주는 “자동차 대출 시 중고차 시세의 절반 정도에 해주겠다. 10일 안에 갚으면 이자는 10%다. 자동차를 팔아도 좋다”며 자동차 대출 및 매매를 권유했다. 

 

전당포에서 나와 읍내를 배회하던 중 사북역 앞 길거리에 떨어진 명함 크기의 전단이 눈에 띄었다. 전단에는 ‘카드, 차량, 콤프, 중고폰 매입’ ‘무담보/무직자/신용불량 가능’이라고 적힌 문구와 함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전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내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대부업자들은 대출 시 연 이율 365%를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사북읍내의 낮과 밤 풍경.  사진=유시혁 기자

 

수신자는 “오전 9시 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면 신용대출을 도와주겠다. 휴대폰이나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보내주면 대출 가능 금액을 알려주겠다. 이율은 10일에 10%”라면서 “사북읍과 고한읍의 모든 전당포가 자동차 대출의 경우 동일한 대출 이자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1000만 원 대출 시 연이자로 3650만 원을 내야 한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365%로 법정 최고금리(연 24%)보다 한참 높다. 정선군청에 영업신고를 하고 전당포를 운영하는 대부업자들이 어떻게 법망을 피해 불법 대출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정선군청 관계자는 “전당포가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안다. 법정 이율이 명시된 대출계약서와 실제 적용 이율이 명시된 대출계약서를 준비해둔다고 한다”며 “불시 단속에 나서도 법정 이율이 명시된 대출계약서를 내밀기 때문에 불법을 적발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자 입금 내역과 함께 민원이 접수돼야 단속이 가능하다. 그렇게 작년에 두 곳, 올 상반기에 한 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며 “영업신고도 하지 않고 사업자등록증조차 없는 대부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강원랜드 카지노 앞에서 영업을 한다. 이들에게 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지노 베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당포에서 자동차 대출을 받았다가 원금 및 이자를 갚지 못해 자동차를 빼앗긴 이들도 많다. 이런 차들이 장기 방치되면서 사북·도한읍 주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 강원랜드 잔디공원 주차장에조차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장기 방치 차량들이 있었다. 

 

강원랜드에서 가까운 사북읍내와 고한읍내에는 저당 잡혀 버려진 차들이 곳곳에 불법 주차돼 있다. 오래 방치된 탓에 먼지가 수북이 쌓이거나 차량 외관이 부식됐다.  사진=유시혁 기자

 

한 사북읍 주민은 “읍내 곳곳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있다. 10년 넘게 방치돼 타이어 공기가 빠지거나 자동차 외관이 부식된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한읍 주민도 “읍내에서 5km나 떨어진 고토일 마을에까지 불법주차 차량이 장기 방치돼 있다”며 “정선군청이 나서 견인하면 좋을 텐데, 왜 그냥 두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마을의 미관마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 주차장에 장기 방치된 차량들. 먼지가 수북이 쌓여 낙서된 흔적도 눈에 띈다.  사진=유시혁 기자

 

이에 대해 정선군청 관계자는 “최근 조례가 개정돼 공영주차장이나 군유지 및 국유지에 장기 주차된 차량을 견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유지에 주차된 차량은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며 “내일(21일)부터 사북읍과 도한읍에 장기 방치된 차량을 대대적으로 견인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1일 오후 3시 ‘비즈한국’이 정선군청에 다시 문의했더니 다른 관계자가 “오늘 견인할 계획은 없었다. 언제 견인할 것인지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한 후 일정을 정하고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 

강원 정선=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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