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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수사결과에 은행권-금감원 '냉전' 격화 까닭

은행권 "관행으로 넘어가던 건데"…일부 의혹 혐의없음에 금감원도 '무리수' 논란

2018.06.20(Wed) 17:17:17

[비즈한국] 은행권 채용비리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조사 대상 은행들과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금융감독원 양측 모두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불공정 채용 의혹이 더욱 짙어졌고, 금감원은 그간 집중 조사한 일부 의혹들에 검찰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무리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지난 17일 6개 시중은행(KB국민, KEB하나, 우리, 부산, 대구, 광주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내놨다. 관련자 12명이 구속되는 등 총 3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채용과정에서 남녀를 차별한 2개 은행은 양벌규정으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6개 검찰청이 금감원과 협조해 집중 수사한 결과다.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은행권과 금감원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 시민들이 시중은행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 ‘억울해도 잘못은 잘못’ 속 타는 은행권

 

의혹을 받는 은행들은 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라 공식적으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만, 억울하다는 속내는 감추지 않는다. 지금까지 거론된 채용 관련 의혹들을 모두 비리로 몰고 가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임원 추천이나 남녀 성비 조정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원 추천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건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매년 수만 명의 지원자들이 몰리는 서류전형은 변별력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학 또는 오래 거래하거나 우량 고객 등 신뢰할 수 있는 추천자를 통해 검증된 지원자들 일부가 서류전형을 통과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 채용 과정에서 여성 선발자가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은 때가 종종 있었다. 심각한 성비 불균형은 또 다른 부작용이 따른다. 회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성비를 맞춘 측면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 밖에 직원 자녀 우대는 국내 다른 기업들도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기도 하며 지역 안배는 정부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권장하는 채용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법리적 다툼과 별개로 은행권에 쏟아지는 비판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검찰 수사에서 적발된 일부 채용 형태를 보면 청탁 대상자에 대한 점수 조작과 별도 관리, 맞춤형 전형 신설 등 앞서의 ‘효율적 채용’과 관련 없는 사례들이 포함돼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천제는 추천해줄 사람이나 기관이 없는 취업자들에겐 한없이 불공정한 제도다. 외부에서 보면 ‘흙수저’들은 채용에서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기계적으로 성비를 맞추는 일 역시 합리적인 채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관행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적발된 만큼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금감원, 채용비리 앞세워 금융권 군기 잡았나

 

금감원에도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일부 금융그룹 경영권을 지목해 강도 높게 조사했던 의혹을 검찰이 무혐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자체 은행권 채용실태 검사 결과를 토대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 현직 금융그룹 수장들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회장은 종손녀가 국민은행에 채용될 때 영향력을 행사했고, 김 회장은 하나은행 채용과정에서 ‘김OO(회)’라는 메모가 발견됐는데 이 단어가 김 회장의 추천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CEO(최고경영자)가 채용 비리에 관여할 정도로 조직적으로 단행됐다는 게 금감원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금감원의 검사 자료와 별도 압수수색 등에서 두 회장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앞서 법원이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채용 비리와 관련 없는 다른 갈등으로 사건을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의 지배구조 정책을 둘러싼 갈등 등 이해관계의 도구로 채용비리가 사용됐다는 얘기다. 

 

금융권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회사의 모든 행위를 감독하는 금감원이 관행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부분이 인사와 채용이었다. 민간 회사인 만큼 채용과 인사는 자율의 영역으로 판단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감원이 채용과 인사 관련 비리를 적발한다 하더라도 자체적으로는 제재할 근거도 없다. 금융 관련법에는 금융회사의 채용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감원은 금융권 채용실태 점검에 나섰고 집중 검사 분야 가운데 하나로 진행했다. 문제는 이후 상황이다. 채용비리와 관계없는 금감원과 금융권 갈등이 빚어졌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그룹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비판하면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사실상 반대하기도 했다. 채용비리가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등장한 건 이때부터다. 

 

금감원은 지난 1월 채용 실태 검사가 진행 중이라며 KEB하나은행 등에 대한 회장 추천 일정도 미루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계획대로 일정을 진행했고 김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얼마 뒤 금감원은 채용실태 점검 결과를 토대로 5개 은행에서 22건의 비리정황 가운데 13건이 KEB하나은행에서 나왔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검찰 수사로 확대 됐다. 

 

곧바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금융 사장 재직 시절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 전 원장은 의혹 제기 사흘 만에 사표를 제출하고 물러났다. 최 전 원장이 2013년 친구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 과정에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하나은행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의혹’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돼 자리에서 물러난 최흥식 전 금감원장. 검찰은 지난 5월 말 최 전 원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하나은행과 금감원은 공식적으로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지배구조개선과 채용비리는 무관하며, 앞서의 과정도 갈등이 아닌 의견과 사안을 보는 시선이 다른 것일 뿐이라는 게 양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사 임원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흐름을 보면 타이밍이 묘했다. 결과적으로 양측이 ‘주고받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며 “관치까진 아니더라도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이 일부 은행 최고경영자들에게까지 확대된 것이 앞서의 갈등들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말은 지금도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금감원에 쏟아지는 눈총과 별개로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관행이든 비리든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관행과 비리 기준이 명확치 않고, 자율의 영역과 감독 대상도 모호해 합리적인 기준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취업자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업종인 만큼 이번 일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 채용비리 사실 여부를 떠나 앞으로 보다 공정한 룰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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