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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방탄소년단의 흥행에서 마이클 잭슨을 보다

화려한 비주얼, 놀라운 안무와 무대매너…케이팝에서 느껴지는 '팝 황제'의 그림자

2018.06.18(Mon) 10:25:27

[비즈한국] 방탄소년단(BTS)의 흥행 덕에 ​케이팝(K-POP)​에 관심이 늘었습니다. 한국의 아이돌 팝, 소위 케이팝을 해외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늘었는데요, 최근 넷플릭스에는 인터넷 매체 복스에서 제작한 ‘익스플레인’에서 다룬 다큐멘터리 ‘케이팝, 익스플레인’ 에피소드가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케이팝 담당 기자 타마 허만은 케이팝은 장르가 아닌 ‘아이디어’라고 말합니다. 화려한 비주얼, 무대매너, 뒤섞인 장르가 보여주는 무언가 말이죠.

 

이 말에 한 미국 아티스트가 떠올랐습니다. 장르를 과감하게 뒤섞은 아티스트. 화려한 비주얼로 모두를 매혹시킨 아티스트. 놀라운 안무와 무대매너를 갖추었던 아티스트. 바로 마이클 잭슨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2집 ‘Thriller(스릴러)’. 사진=마이클 잭슨 공식사이트

 

해외에서 꼽히는 케이팝의 특징은 ‘장르의 뒤섞음’입니다. 한 곡에서 여러 개의 장르가 뒤섞이는 아이돌 음악의 과감함에 놀라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부터 최근 나온 모모랜드의 ‘뿜뿜’까지, 한 곡에서 몇 개의 장르가 빠르게 등장하고 또 사라집니다.

 

이는 마이클 잭슨의 특기였습니다. 그의 최고 히트작 ‘스릴러(Thriller)’에서 장르를 뒤섞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요. ‘비트 잇(Beat It)’에서는 로큰롤을 시도합니다. ‘휴먼 네이처(Human Nature)’에서는 퓨전 재즈가 등장하죠. 그 외에도 디스코부터 팝, 알앤비까지 대중음악의 수많은 부분을 섞어 ‘팝’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바꿔버린 게 마이클 잭슨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비트 잇(Beat It)’. 댄스 가수가 시도한 로큰롤이라는 놀라운 발상을 보여준다.

 

마이클 잭슨의 성장과정 또한 한국 아이돌 비즈니스와 닮았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원래 기획사가 시키는 대로 부르는 기계 같은 아이돌이었습니다. 가족으로 이루어진 그룹 ‘잭슨 파이브’의 리드 보컬이던 마이클은 모타운이 준 노래만을 불러야 했죠. 아티스트의 권리 같은 건 없었습니다. 열 살짜리 꼬마가 성인 클럽을 전전하며 공연해야 했습니다. 제대로 된 정규 수업조차 듣지 못했죠.

 

성인이 된 마이클 잭슨은 모타운을 떠납니다. 대신 자신을 대우해주는 프로듀서이자 리더, 퀸시 존스를 만나죠. 둘은 함께 ‘오프 더 월(Off The Wall)’, ‘스릴러(Thriller)’, ‘배드(Bad)’ 등의 명음반을 남깁니다. 모두 말도 안 되는 대중성과 함께, 전 장르를 아우르는 실험성까지 갖춘 작품이었습니다.

 

모타운 시절 마이클 잭슨이 속했던 팀 잭슨 파이브의 히트곡 ‘에이비시(ABC)’. 당시 마이클 잭슨은 기획사가 시키는 대로 활동해야 했다.

 

이후 마이클 잭슨은 자신의 주도로 젊은 프로듀서들과 함께 앨범을 만듭니다. 대표작이 ‘데인저러스(Dangerous)’입니다. 그 후에도 마이클 잭슨은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테디 라일리 등의 프로듀서와 함께 자신의 주도로 죽을 때까지 꾸준히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아이돌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기계적으로 기획사가 시키는 음악을 해야 했습니다. 빅뱅, 특히 지드래곤의 등장 이후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아이돌은 프로듀싱 멤버가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멤버가 참여해 작사를 하고, 음악적 방향에도 의견을 공유합니다. 

 

방탄소년단은 끊임없이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자기 가사를 씁니다. 블락비는 지코와 박경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NCT는 자신의 랩을 작사하고, 국내 최고 프로듀서와 상의해 음악적 방향을 논의합니다. 마이클 잭슨처럼 한국의 아이돌도 점차 성장하고, 음악의 주도권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클 잭슨과 한국 아이돌이 마지막으로 닮은 점은 ‘인종’입니다. 마이클 잭슨 이전에 흑인 가수는 백인이 보는 주류 방송에 음악을 틀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자신의 곡이 아닌 흑인 가수의 곡을 부른 커버곡으로 성공하는 백인 가수가 득세했지요. 마이클 잭슨과 함께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그는 흑인 가수로서 세계 음악 시장을 최초로 석권했습니다. 이후 팝 음악은 영원히 흑인 음악 위주의 시장으로 변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 사랑 노래처럼 보이지만 넌지시 인종차별을 다루었다.

 

케이팝은 어떤가요? 팝 시장에서 절대 있을 수 없다던 아시아인을 주류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싸이는 ‘마카레나’ 열풍처럼 재미있는 현상 정도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어떤가요? 팝 음악 대대로 가장 뜨거웠던 10대 소녀팬 시장을 정복했습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팝 음악 시장의 아시안 섹시 스타를 만들어 버린 겁니다.

 

인종 편견을 깨는 데에는 음악만으로 부족했습니다. 인종적 편견을 깼던 무기도 비슷합니다. 마이클 잭슨은 당시 처음 등장했던 MTV를 타고, 안무와 스토리를 강조한 뮤직비디오로 팝음악을 정복했습니다. 방탄소년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유튜브를 통해 화려한 안무와 비주얼, 모호한 스토리라인의 뮤직비디오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습니다.

 

재미있게도 한국 아이돌 시장을 만든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의 팬이 특히 많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음반을 산 덕분에 가수가 되었다는 박진영. 마이클 잭슨의 앨범 ‘스릴러’를 작곡가 지망생에게 추천한 윤상. 마이클 잭슨에게 바치는 노래 ‘​죽음의 늪’​을 만든 서태지까지.

 

서태지와 아이들의 ‘죽음의 늪’.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했다.

 

마이클 잭슨은 ‘팝의 황제’입니다. 가장 미국적인 존재, 가장 팝적인 존재지요. 케이팝 음악에서 마이클 잭슨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건 재미있는 아이러니입니다. 가장 팝과 반대되는 듯한 현상이 어쩌면 가장 팝적일 수 있다는 거지요. 어쩌면 케이팝이 세계인에게 소구하는 이유는 ‘팝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세계를 주름잡기 시작한 케이팝. 마이클 잭슨의 행보와 케이팝의 행보가 여러모로 겹쳐지는 건 어쩌면 우연이 아닌, 필연은 아닐까요? 케이팝의 행보를 연상시키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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