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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쇼로 달려가는 자동차' 모터쇼 위기의 근원

세계 4대 모터쇼 모두 참가업체 급감…자율주행차 등 가전제품화 '트렌드'

2018.06.14(Thu) 23:23:33

[비즈한국] 자동차도 화장을 한다. 먼지 한 점 없이 닦아낸 뒤 광택제를 바르고 연마기를 돌린다. 타이어조차도 왁스로 반짝인다. 적절한 조명 아래 광채를 뽐내며 나열된 수백 대의 자동차를 보는 것은 모터쇼의 큰 즐거움이다. 그렇게 120년을 이어온 모터쇼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5월 폭스바겐은 올 10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파리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898년 시작해 올해 120주년을 맞는 파리모터쇼는 미국 디트로이트, 스위스 제네바,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세계 4대 모터쇼 중의 하나다. 람보르기니, 포드, 오펠, 닛산, 인피니티, 마쓰다, 볼보 등도 파리모터쇼 불참을 선언했다.

 

120년 전 시작된 모터쇼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진은 6월 17일까지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선 3월 BMW는 내년 1월 열리는 디트로이트모터쇼(북미 국제오토쇼) 불참을 선언했다. 불참 이유는 비용 대비 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모터쇼 참가를 위해선 운송비, 부스 대여비 등 수백억 원이 든다. BMW는 모터쇼 비용으로 최대 300억 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도 내년 행사 불참을 발표해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3사는 올해와 내년 행사에 연속 불참한다. 마쓰다, 미니, 볼보, 페라리, 미쓰비시 등은 수년째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가하지 않고 있고 재규어랜드로버, 포르쉐 등 주요 스포츠카 업체들도 올해 참가하지 않았다.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의 참가 업체는 기존 50~60개에서 30개로 줄었다.

 

6월 8~17일 열리는 제9회 부산국제모터쇼도 자동차 업체들의 이탈로 고심하고 있다. 2년 전에 열린 8회 행사 대비 참가업체가 25개에서 19개로 줄었고, 출품차량도 230여 대에서 200여 대로 감소했다. 국산차 브랜드인 쌍용자동차는 3회 연속 불참했고 수입차 브랜드 중 포드·링컨, 캐딜락, 마세라티, 벤틀리, 폭스바겐 등이 불참했다. 

 

몇 달 전부터 해외에서 모터쇼 규모 축소에 대한 소식이 간간이 있었지만, 부산모터쇼를 계기로 모터쇼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업체들은 모터쇼보다 IT 전시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올 1월 열린 CES에서 발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불참한 BMW가 눈길을 돌리는 곳은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 박람회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BMW는 2019년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예산을 기존의 5분의 1 수준인 60억~70억 원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파리모터쇼, 제네바모터쇼 참가 규모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대신 CES와 스페인의 MWC(Mobile World Congress)에는 꾸준히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1월 열린 CES에는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참가했고, 현대자동차도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런 흐름은 자동차 트렌드가 하이브리드,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등 전자제품화하는 추세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체는 IT 전시회로, IT 업체는 모터쇼로 영역이 점차 교차되고 있다. 

 

그러나 IT 업체는 기술만 있지 완성품이 없기에 모터쇼 참가에 소극적이다. 참가를 하더라도 큰 부스를 원치 않는다. IT 전시회에 참여하는 자동차업체는 큰 이슈가 되지만, 모터쇼에 참여하는 IT 업체는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다. 부산모터쇼 관계자는 “우리도 국제 모터쇼의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IT 업체들의 참여를 꾸준히 요청했지만, IT 업체들은 기술은 있는데 보여줄 만한 제품이 없어 참여를 꺼린다”고 말했다.

 

자동차에서 IT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IT 전시회와 모터쇼의 영역이 점차 겹치고 있다. 사진은 올해 CES에 참가한 퀄컴이 제작한 데모카.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관련 미디어들의 관심도 IT 분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차 출시 때 미디어 시승행사는 동력성능, 다이내믹, 승차감 등에 집중됐다. 올해부터 자율주행 기능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많아졌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사각지대 경고, 긴급 제동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초보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태다. 사고 방지를 위해 자동차 업체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꺼지도록 해 놓았을 뿐이다. 직접 주행 보조장치들을 사용해 보면 차선을 따라 운전대가 스스로 돌아가고 속도를 늘렸다 줄였다 하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디트로이트모터쇼는 CES보다 10일가량 뒤에 열리며 장소도 미국이라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디트로이트모터쇼는 행사 시기를 1월에서 10월로 변경하는 것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모터쇼 관계자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부터 이런 트렌드가 시작됐다. 올 초 CES를 보고 IT와 자동차의 컨버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부산모터쇼가 영향을 받은 것이지 부산모터쇼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며 “내년 초 열리는 서울모터쇼까지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행사에는 많은 것이 바뀔 듯하다”고 말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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