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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 '우리 다시 시작해도 될까요?' 인도-북한 화해무드 막후

지난 5월 20년 만에 인도 고위급 인사 방북…한반도 영향력 확대 포석

2018.06.05(Tue) 10:02:19

[비즈한국]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가 달린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잠시도 쉴 틈 없이 휘몰아치는 폭풍 전개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지 않고는 볼 수 없게 만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세기의 ‘밀당’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 과정으로 보아 또 다른 반전이 없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미·감동·반전 3요소를 고루 갖춘 스펙터클한 드라마에 인도도 흠뻑 빠진 모양새다. 국내 뉴스를 제쳐두고 한반도 상황을 연일 집중 보도하더니 급기야 지난 5월 중순에는 평양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했다. 1998년 무크타르 아바스 나크비 당시 인도 공보부 장관의 방북이후 20년 만의 첫 인도 고위급 인사의 방북인 데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인도의 행보에 우리는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그간 소원했던 인도-북한 관계에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2015년 4월 인도 뉴델리 외교부 청사에서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오른쪽)이 자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회의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73년 남북한과 동시에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인도는 지난 45년 동안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지속해왔다. 인도와 북한이라니.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IT 강국, 종교·신의 나라 등의 이미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립 이후 사회주의 정책을 채택한 인도는 친소 노선을 매개체로 1990년대 초반까지 우리보다는 북한과 더 끈끈한 관계였던 것이 사실이다. 

 

인도-북한 양국은 무역, 문화, 해운, 항공운수, 과학협력, 공보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정을 체결함은 물론 주요 인사 간 교류를 지속했다. 특히 인도의 친소 노선 성향이 짙던 1970~1980년대 북한은 인도 저명인사들의 방문 초청을 적극 전개했고 1984년 11월 인디라 간디 총리 장례식에는 박성철 당시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조문사절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밀했던 관계도 1991년 소련 붕괴와 같은 해 인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 개혁개방을 시작으로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1998년 5월 파키스탄의 핵실험, 1999년 4월 파키스탄 가우리(Ghauri) 미사일 시험발사, 1999년 6월 북한 선박 구월산호의 미사일 수출사건 등 북한-파키스탄 간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가 드러나면서 북한은 인도의 안보 위협국으로 떠올랐다. 

 

반면 냉전시대 당시 외교적으로는 비동맹주의와 균형주의, 경제적으로는 자급자족적 폐쇄주의를 주창했던 인도는 냉전 종식 이후 동아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1992년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와도 관계 맺기에 나섰다. 

 

라오 총리는 1993년 인도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방한하며 인도의 대한반도 외교 정책이 남북한 등거리 외교에서 우리 측에 중점을 둔 외교로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우리 정상으로서는 최초로 인도를 방문, 양국 간 유대와 협력을 공고화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그렇다고 인도가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한 것은 아니다. 중국에 이어 북한의 2위 교역국인 인도는 2017년 4월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결의안 이행명령을 발표하기 전까지 북한과 교역 관계를 유지함은 물론, 2003년부터 매년 채택된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불참 혹은 기권으로 일관했다.

 

모디 총리의 방한 한 달 전인 2015년 4월에는 인도의 초청으로 리수용 외무상이 북한 외무상으로는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게다가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관계를 격상한 지 3개월 만인 2015년 8월에는 키렌 리지주 인도 내무차관이 주인도 북한 대사관이 개최한 ‘조국해방기념일(광복절) 70주년 기념식’ 주빈으로 참석하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엔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북서부 데라둔에 위치한 ‘아시아 태평양 우주과학기술 교육센터(CSSTEAP)’에서 북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한 것이 2016년 3월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1996년 이후 최소 30명의 북한 과학자들이 이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이들은 탄도미사일 및 핵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월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된 리정철 역시 2010~2011년 사이 인도 동부 콜카타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소(IACS)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미국은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정책에 각국이 함께 나설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인도는 2017년 10월 인도를 방문한 렉스 틸러슨 당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한과 대사급 외교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며 미국의 요구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인도의 대북 무역이 크게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있는 대사관의 규모가 작은 수준으로, 소통의 창구를 열어 놓는 차원에서 북한 내 대사관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인도가 트럼프 정부 아래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2017년 4월 대북 유엔 제재 결의안 이행명령 발표에 이어 7월 북한 미사일 개발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등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 터라 이와 같은 인도의 거절은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러나 금년 들어 북한의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 6·12 북미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한반도 내 적대적 긴장 관계가 완화되고 북미 간 분위기가 급호전되자 인도는 재빠르게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인도 외무부에 따르면 비자이 쿠마르 싱 국무장관의 지난 5월 15~16일 북한 방문은 북한의 초청에 응한 것으로, 싱 국무장관은 방북 시 다양한 북한 각료들을 만나 양국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핵확산에 대한 인도의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 인도 고위급 인사 방북이 북미정상회담이 조율 중인 미묘한 시기에 성사된지라 인도 대내외적으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한반도 문제에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한 한편 다른 일각에서는 북미 간 중재·조정 역할을 맡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은 5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싱 국무장관의 방북이 북미정상회담과 별다른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사국들로부터 중재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지도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일축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한반도 상황으로 동아시아의 질서 개편이 가속화됨은 물론 각국의 대북정책이 대대적으로 조정되는 상황에서 인도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과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파워’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인도는 앞으로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인도는 남북한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인도의 노력이 ‘또 다른 분단국가’인 인도-파키스탄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고,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박소연 국제학 박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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