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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부활 아니라 '반짝 회복'이었나

내수 부진, 저임금 단순근로 증가, 기업은 투자 미온적

2018.06.05(Tue) 08:51:55

[비즈한국] 일본 경제가 갑자기 주춤했다. 2015년 4분기부터 이어진 성장이 올 1분기 갑자기 멈춘 것이다. 일본 경제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기업 실적이 대폭 개선되고 고용이 확대되는 등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돌연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일본 경제 현황의 본질을 다시 파헤쳐봐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5월 16일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하락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0%보다도 부진했다. 전년 동기로는 0.9% 성장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1.8%)를 한참 밑돌았다. 일본 경제의 지난 2년은 1989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성장한 해다. 정치권과 재계도 사실상 일본 경제의 ‘부활’을 선포하고 국민들을 독려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됐다. 

 

일본 경제의 성장세가 멈췄다. 최근 일본 경제의 ‘부활’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할인 판매하고 있는 도쿄의 한 제화점. 사진=연합뉴스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소비 및 설비투자 등 내수 부진이다. 일본 GDP의 56.6%(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1분기 0.1%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0.1% 줄어 6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주택투자도 2.1% 감소해 3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에 대해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산업상은 “채소 가격 급등과 스마트폰 판매 감소, 휘발유 등 소비품 가격이 올라 소비심리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내수 부진은 만성화된 현상이다. 버블 붕괴 이후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좀처럼 녹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까지 지급했으나, 대부분 은행 저축으로 이어졌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으면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아오시마 야이치(靑島矢一)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가 좋아진 것은 엔저, 주가 부양 등 인위적 부양책에 의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가 지난 2년간 성장을 이어간 원동력은 뭘까? 수출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살아나서다. 아베노믹스 시행으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9.47엔(4일 기준)으로 2013년과 비교해 20엔 가까이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이 결과 일본의 4월 수출액은 6조 8223억 엔으로 2014년 5월의 6조 700만 엔보다 12%가량 늘었고, 무역수지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일본 10대 기업의 2017 회계연도 매출은 123조 1020억 엔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7조 1700억 엔으로 25.5% 증가했다. 이런 매출 신장은 고스란히 GDP 증가에 반영됐다.

 

고용이 늘어난 점도 GDP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의 취업자 수는 6528만 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했지만 지난 20년 새 10%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노인과 가정주부들의 경제활동을 장려하면서 가계 소득이 증가했다. 

 

일본 생산가능인구 중 여성 비율은 68.2%로 5년 전과 비교해 6.7%포인트 상승했다. 노동시장에 새로 편입된 여성·고령층은 대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낮은 단순·저임금 근로에 종사하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노동자들의 연 평균 임금은 2010년 3만 9253달러에서 2016년 3만 9089달러로 0.42% 하락했다. 

 

노동자 수가 늘어 가계 소득의 GDP 기여도는 높아졌지만, 저임금 단순 근로가 늘어 실질 소득 수준 자체는 평균적으로 하락했다는 뜻이다. 지난 2년간 일본 경제는 ‘양적 성장’만을 일군 셈이다.

 

또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기업들은 400조 엔에 달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뒀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과거 불황의 경험과 소비 부진 때문에 투자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의 일본 경제 회복은 해외수요(수출)에 기댄 것으로 강한 내성의 체질로 회복되지는 못했다”며 “내년 소비세율 재인상, 양적완화 출구전략 등의 암초가 많아 일본 경제의 부활을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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