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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만의 로또? 분양시장 '역차별 논란' 따져보니

청약가점제와 중도금대출 제한 등으로 젊은 실수요층 사실상 당첨 배제

2018.05.29(Tue) 13:41:40

[비즈한국] 부동산 분양시장이 뜨겁다. 보유세 인상 등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책이 잇따르자 부담감을 느낀 시중 자금이 분양시장에 몰리고 있어서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한 ‘로또 단지’의 잇단 등장도 분양시장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청약가점제와 중도금대출 제한 때문에 돈이 있는 50~60대가 주로 당첨되고, 정작 30~40대 실수요층은 분양에서 배제되는 ‘역차별’ 논란도 함께 커진다. 

 

지난 6일 오전 세종시에 분양되는 한 아파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이달 초 분양을 마감한 디에치 자이 개포​는 분양 초기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중도금 집단 대출이 안 돼서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분양 모집 공고를 낸 사업장 중 분양가 9억 원 이상의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단지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4160만 원으로, 87㎡의 분양가가 약 11억 원, 102㎡의 경우 최소 13억 원이다. 당첨자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를 나눠 내야 한다. 그런데 중도금 대출 불가 단지라 당첨자는 계약금을 포함해 7억~10억 원의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

 

이에 부자만의 돈잔치가 될 거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의 래미안 루체하임·래미안 블레스티지·디에이치 아너힐즈 등 단지의 3.3㎡당 평균 매매가가 5000만 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4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현금 조달 능력이 높은 사람들만 배 불리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청약가점제도 문제를 낳고 있다. 정부는 추첨제 방식이 실수요자를 측정하는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2007년부터 부양가족수와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배점을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 순으로 분양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청약가점제 최고 점수는 84점. 디에치 자이 ​개포 의 경우 1순위 당첨자의 평균 점수는 63㎡ 71.63점, 76㎡ 63.87점, 103㎡ 69.88점 등 70점 안팎에서 결정됐다.

 

70점을 받으려면 무주택기간이 14년 이상~15년 미만(30점), 부양가족수 5명(30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8년 이상~9년 미만(10점)을 달성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8·2 대책 이후 서울의 85㎡ 이하 아파트는 100% 가점제가 적용돼 30대에게 더욱 불리해졌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청약에서 탈락한 한 30대 직장인은 “비혼자이거나 결혼 기간이 짧은 젊은 층은 사실상 당첨이 어렵다.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암암리에 점수가 높은 청약통장을 웃돈 주고 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는 이런 제도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특별공급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3인 가구 이하 맞벌이의 경우 부부 합산 월급이 586만 원, 연봉이 7032만 원을 넘으면 신청할 수 없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신입사원 초임은 대기업이 3855만 원, 중소기업은 2523만 원이다. 

 

월급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기업 직원 부부는 특별공급을 넣을 수 없는 반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부부라면 특별공급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기준을 자산이 아닌 월급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당장 월급은 적지만 상속·증여 등으로 자산이 많은 경우도 특별공급에 당첨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신혼부부 중 중견기업 이상 다니는 맞벌이라면 연 소득 70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다 배제된다. 특별공급 기준을 자산과 지역, 소득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는 9억 원 이상의 아파트는 특별공급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강남 등 투기과열 지구에서는 신혼부부·다자녀 세대는 사실상 분양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거주지역 조건에서도 차별이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주택 면적에 따라 예치금 차별은 두지만 수도권 통장이라면 어디든 청약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경우 청약 조건에 서울에 1년 이상 거주자로 한정해 경기도 거주자의 청약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최근 경기도 하남 미사지구도 특별공급과 관계없이 하남시 1년 이상 거주자에게 일반공급의 30%를 배정하는 한편 청약 통장 예치금에도 차이를 두고 있다. 특별공급 대상이어도 하남시에 1년 이상 거주해야 청약에 유리하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배분을 진행하며, 하남시의 다자녀가구 등 특별공급 대상이 안정적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성남·광주시 등 하남시 인근 지역 거주자들도 인천·파주 등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지역 청약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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