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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은 직원들의 몫인가…' 스타트업 CEO 갑질 그날 이후

성공한 사업가 이면 폭로된 후 '자숙' 회사는 타격…업계 "스스로 공인이라 생각해야"

2018.05.23(Wed) 18:33:01

[비즈한국] 청년 체감 실업률 23.4%. 올해 1분기 만 30세 미만 대표가 설립한 법인은 1821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가량 증가한 수치다. 극심한 취업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스타트업의 ‘대박 신화’는 청년 창업 열풍에 일조했다.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주며 ‘흙수저’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던 젊고 성공한 사업가는 그러나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그들이 강조하던 ‘열정’과 ‘아이디어’ 이면엔 ‘갑질’과 ‘범죄혐의’가 감춰져 있었다. 대중의 실망감과 배신감은 극에 달했고 결국 ‘스타 사업가’는 대표직을 내려놨다. 기업과 동일시될 만큼 강력한 ‘맨파워’를 가졌던 그들이 사라지고 뒷수습은 고스란히 해당 업체 구성원에게 넘겨졌다. 대표의 갑질과 범죄혐의로 얼룩진 스타트업의 뒷얘기를 들어봤다.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의 갑질과 범죄혐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와 직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그래픽=이세윤 PD

 

# 셀레브, 대표의 일탈이 기업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상처

 

임상훈 전 셀레브 대표는 영상 콘텐츠계 대박 신화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전 회사 더아이콘티비에서 터득한 노하우로 셀레브를 세운 그는 1년여 만에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100만 명을 기록했다. 단순히 유명함과 화려함보다는 인물이 가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셀레브 인터뷰 영상은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 4월 19일 셀레브 전 직원의 폭로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직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임 대표의 갑질을 낱낱이 고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임 대표는 자신을 ‘개’라고 지칭하며 직원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다. 해당 여직원을 술집에 데려가 여자를 고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임상훈 전 셀레브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파문이 커지자 임 전 대표는 지난 4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표직 사임을 선언했다. 자숙에 들어간 그는 4월 25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과도한 허위사실이나 악의적인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부분이 있으니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5월 23일 현재까지 소식이 닿지 않는다. 

 

이 사건으로 셀레브가 입은 타격은 컸다. 셀레브는 지난 4월 12일을 마지막으로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하지 않고 자사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채널인 바이어스를 통해서만 영상을 올렸다. 이후 지난 21일 영상 업로드를 재개했다. 임 대표 사임 이후 한 달 만에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23일 만난 셀레브 관계자는 내부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그는 “셀레브와 임 전 대표를 연결해서 생각하는데 지금 시점에선 전혀 상관없다”며 “임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이 셀레브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옮겨와서 구성원들이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어해서 내부에서 다스릴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어스와 셀레브는 분리된 팀이라 따로 일을 진행한 것뿐이다. 대표가 물러난 것이지 내부 구성원은 그대로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도 그대로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임 전 대표 역할은 지주회사 격인 로커스 관계자가 맡고 있다. 

 

# 총각네야채가게, 전 대표 지분은 보유한 채 ‘자숙

 

이영석 전 총각네야채가게 대표는 ‘흙수저 신화’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눈물겨운 성공스토리는 책과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며 청년의 꿈을 독려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전직 총각네야채가게 가맹점주들이 본사 갑질 행태를 폭로하면서 이 전 대표는 결국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전 가맹점주에 따르면 이영석 전 대표는 재고 처리를 위해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밀어넣기’했다. 가맹점주가 경영 투명화를 요구하자 일방적으로 가맹 계약을 취소하고 영업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대표는 스승의 날에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은 가맹점주를 향해 “​문자 하나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참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비즈한국DB

 

스승의 날에 감사 문자를 보내지 않은 가맹점주를 향해 “문자 하나 보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참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300만 원 상당의 스쿠터를 상납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언론에 비친, 노력만으로 성공을 일군 착실한 사업가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전 대표는 총각네야채가게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자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각네야채가게는 강명균·윤석재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총각네야채가게에서 12년간 내근직으로 일한 윤석재 대표가 경영 총괄을 맡고 있다. 총각네야채가게는 이 전 대표가 사임한 뒤 음료 프렌차이즈 업체인 ‘쥬시’에 매각됐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윤 대표는 “논란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의사소통이 안 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며 “전과 비교해 제도가 변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가맹점주가 참여하는 상생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소통을 대폭 강화했다”며 “이영석 전 대표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주 최소한일 뿐이다. ‘쥬시’에 매각된 것은 아니고 그쪽에서 주식을 많이 산 것은 맞다. 언제든지 불만이 있다면 바로바로 말할 수 있는 창구를 늘려 사업을 이끌어 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영상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대표는 “예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인격의 문제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이기에 교육을 통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다”며 “가치를 파는 한 기업의 대표는 공인이라는 자세로 책임감을 스스로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리더로서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선 냉정하고 객관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시간이 갈수록 대표 개인이 냉정함과 인간을 배려하는 마음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은 결국 사람을 통해 발전하고 굴러가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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