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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담금 폭탄' 맞은 강남 재건축 시장 'B플랜' 가동 중

당초 예상 뛰어넘는 거액에 '와글와글'…추진위 연기, 일대일 재건축, 고급화 전략

2018.05.23(Wed) 17:11:09

[비즈한국]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첫 대상인 서울 반포현대아파트에 부담금 추정치가 통보되면서 시장에 핵폭탄급 충격을 안겼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큰 금액이 통지됐는데, 이를 산정한 방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앞으로 다른 재건축 단지에도 예상 부담금 통보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이번에 산출된 부담금이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에는 부동산 시장 가격 차트를 ‘역주행’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낡고 오래될수록 가격이 크게 오른다. 지어진 지 한참 지나도 집값이 오르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이를 감안해도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 바로 재건축 아파트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통계를 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최고 120.1%에 육박했다. 대부분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지어진 단지들이지만 같은 지역의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값 상승률을 훌쩍 뛰어 넘는다. 강남구 대치동 신축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1단지는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률이 30.5%였다. 

 

최근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이 공개된 반포현대아파트. 시장 예상을 훌쩍 넘는 부담금이 산정되면서 강남 재건축 단지 전체에 충격을 안겼다. 사진=연합뉴스

 

재건축 사업은 소유 자체만으로 집을 넓힐 수 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강남’에 중대형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는 셈이다. 함께 지어지는 주변 공공 인프라는 덤이다. 불어나는 자산부터 각종 이익은 모두 집주인에게 돌아간다. 새 아파트 공급이 어려운 강남에서 쉽게 찾기 힘든 신축 아파트로 재탄생할 예정이라 투자 가치도 높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다. 

 

가격이 크게 오르고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자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를 투기 대상으로 지정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2013년부터 한시적으로 유예됐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부활한 초과이익환수제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마친 후 얻는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개발이익(초과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이익의 최대 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정확한 부담금은 준공 후에 결정되지만, 정부는 조합원 권리보호와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예상액을 미리 공개하기로 했다. 

 

재건축 부담금 예상액은 아파트가 지어졌을 때(재건축 사업 종료시점) 가격에서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때(사업 개시시점)의 가격과 주변 주택가격 상승분, 공사비 등 개발비용 등을 빼서 계산한다. 이 계산식에서 나온 금액이 초과이익이고, 여기에서 1인당 평균이익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부담금이 정해진다.

 

# 예상 뛰어넘는 ​예상치​에 충격

 

지난 15일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이후 첫 부담금이 공개됐다. 서초구청은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에 조합원 1인당 1억 3569만 원의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했다. 주민들이 처음 제출한 금액(850만 원)보다 16배 많은 액수다. 아직까지 예상치에 불과하지만 ‘부담금 폭탄’으로 비유될 정도로 시장 충격이 컸다.

 

논란은 큰 금액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부담금 계산 방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자료를 보완해 지난 11일 조합원 1인당 7000만여 원으로 예상 부담금을 다시 써냈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나왔다”며 “계산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부담금 계산 방식에서 새 아파트가 지어진 시점의 가격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반포현대아파트는 공사가 시작도 되지 않아 가격을 정하려면 추정에 의존했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주택 가격을 기반으로 이를 추정했는데, 현재 시세를 계산하는 방식마저 모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건 ‘재건축 사업 종료시점의 가치’ 산정 방식이다. 국토부와 서초구청 등의 부담금 산정 자료를 보면, 서초구는 반포현대에 과거 3년간 평균 가치를 예상 종료 시점인 2년 7개월 뒤에도 적용했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과거 3년은 강남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시점. 가장 높았던 때의 기준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집값 상승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어 재건축 사업 종료 가격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주변 시세 평균도 논란거리다. 반포현대는 지난해 6월 이후 실거래가 없어 비슷한 전용면적의 주변 단지를 선정해 현재 가격을 정했다. 재건축 사업 종료 시점 가격을 정하려면 현재 가격을 알아야 한다. 구청은 반경 1km에 위치한 5개 아파트 단지를 골라 현재 시세 평균값을 계산했는데,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변 아파트를 어떤 형태로 묶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공시가격 추산은 가장 뜨거운 감자다. 서초구는 공시가격 산정 시 적용되는 실거래가 반영 비율을 75%로 잡고 이 아파트의 준공시점 공시가격을 12억 원대라고 계산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올해 1월 발표한 반포현대 공시가격은 6억 6450만 원, 재건축 사업 개시 시점인 2015년 4월 감정 공시가는 4억 7800만 원이었다. 12억 원으로 추산된 공시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한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부담금 예상액이 공개된 이후 높은 금액뿐만 아니라 금액 산정 방식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만큼 큰 틀에서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는 공감하지만, 금액 산정 방식은 정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부담금 예상액과 재건축 사업 마무리 후 부과되는 실제 부담금 차이가 크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재건축 부담금 부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부담금 산정은 매뉴얼에 따라 이뤄졌다. 반포현대 조합원은 재건축 부담금을 내도 2억 원의 초과 이익이 생긴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담금 예상액 공개에 따른 혼란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관리처분 계획이 확정되면 철거와 착공이 진행되고 사업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 전에 조합원은 자신의 부담금 규모를 미리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분양신청 여부는 물론 총회 등에서 합리적인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다”며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통지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규정된 절차”라고 강조했다.

 

반포현대 재건축조합 측은 일단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반포현대아파트 한 주민은 “아직까지 예상액인 만큼 실제 부담금이 부과되는 재건축 마무리 시점엔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을 두고 다시 꼼꼼히 따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부담금 줄여라​ 일대일 재건축에 고급화 전략까지 

 

시장 예상보다 높은 부담금이 현실화되면서, 다른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반포현대 부담금 산정 방식을 기준으로 보면, 부담금이 최소 4억 원에서 최대 8억 원에 달하는 단지들이 나와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담금이 많아지면 재건축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만큼, 시장에선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는 5월 중 마무리하려던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을 내년으로 미뤘다. 재건축추진위 설립 시점이 부담금 산정의 첫 기준이라 올해 집값 상승분이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된 다음부터 재건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개포주공6·7단지도 비슷한 이유로 추진위 설립을 연기했다.

 

일반분양 수익을 포기하고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있다. 일대일 재건축은 새 아파트를 지어도 가구 수를 늘리지 않고, 현재 조합원 수만큼만 짓는 방식이다. 이 경우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개발이익을 줄여 재건축 부담금을 낮추는 의도다.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강남구 압구정동 특별계획 3구역, 서초구 반포동 강남원효성빌라 등이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부 재건축 아파트 조합은 단지 고급화를 통해 공사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사비를 높이면 부담금은 줄어든다. 마감재와 고급 가구 등 해외에서 수입해 공사비와 개발비용 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연구원은 “정부가 개발비용 적정성을 확인하고, 확인되지 않는 비용은 개발비용에 포함하지 않을 방침이라 과도한 고급화는 부담금을 줄이는 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이번 부담금 예상액 공개로 재건축 아파트 거품이 일부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도 결국 가격 하락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높은 부담금 예상액을 공개하면서 재건축 사업 마무리 후 실제 부담금도 줄어들고 현재 가격 급등에도 제동을 건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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