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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상속자가 쓴 '왕관의 무게'

(주)LG 지분 확보 이후 경영능력 검증…신사업 분야 계열사 협업 시너지 효과 관측

2018.05.22(Tue) 10:27:14

[비즈한국]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타계했다. 고 구본무 회장은 지난 23년간 정도경영으로 그룹을 이끌며 LG를 글로벌 기업을 키워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LG로서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고인의 영정에 마지막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제 구 회장의 장남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을 승계한다. 구 상무는 원래 구 회장의 친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 2004년 양자로 입적됐다. LG는 지난 17일 구 상무를 지주사의 등기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6월 29일 임시 이사회에서 구 상무의 직위와 직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구 상무는 그동안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에 경영능력 증명과 조직장악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일단 현실적으로 LG 전체를 이끌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주)LG 지분을 늘려야 한다. LG는 LG화학(30%)과 LG전자(34%) LG생활건강(34%) LG유플러스(36%)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각 부문별로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거느릴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고 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LG 지분율은 46.68%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구 상무의 (주)LG 지분 보유량은 6.24%로 구 회장(11.28%)과 숙부인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LG가의 전통적인 장자승계 원칙상 ‘숙부의 난’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중론. 그러나 특수관계인의 수가 32명에 달하고, 구 상무가 실제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구 부회장 이상의 확실한 독자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구 상무의 1차 과제는 1.48% 이상의 추가 지분 확보다. 구 회장의 지분 11.28%(1945만 8169주)를 상속받음으로써 17.5%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 여기에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LG 지분(3.45%)을 증여 등의 방식으로 넘겨받고 구 상무가 보유한 LG상사 등 계열사 배당금, 희성금속 지분 매각 대금 등을 통해 LG 지분을 추가 확보할 전망이다.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상속세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구 회장의 상속 지분에서만 9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발생한다. LG 주가를 주당 8만 원으로 가정한 상속 규모는 약 1조 8700억 원, 여기에 할증세율 50%를 적용한 경우다. 

 

구 상무는 보유 중인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을 매각해 세금 낼 돈을 충당할 것으로도 보인다. 판토스의 지분을 매각하면 대기업의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기준인 ‘오너 일가 지분 20% 이상’ 요건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구본준 부회장이 가진 LG 지분과 구 상무의 판토스 지분을 맞바꿀 가능성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는 삼성·현대 등과 비교해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지배구조도 안정돼 있어 구 상무로의 경영 승계에 상속세 이외의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가장 큰 숙제는 경영능력 검증이다. 삼성·현대차·한화·한진 등 다른 재벌가 3~4세들이 신사업을 도맡아 일찌감치 경영 일선에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구 상무는 오랜 기간 수면 아래에 있었다. 올해 나이 40세에 임원 승진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대내외적으로 수장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 등 전문 경영인들이 보좌를 맡아 그룹 핵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숙부 구본준 부회장도 경영 과도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전례를 봤을 때 구 부회장은 구 상무 체제가 안정되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계열 분리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이세윤 PD


다만 구 상무의 신사업 성공 사례가 아직 없어 주주 및 임·직원들의 신뢰를 쌓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LG 주주총회까지 1개월여 동안 주주 설득도 만만찮은 일이다. 구 회장이 쌓은 ‘글로벌 LG’ 위상을 지키면서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사업부나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거나 다른 사업부와 연결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LG는 최근 신산업 분야를 그룹 차원에서 발굴해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부품 분야에서 LG화학·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하우시스 간의 협업 구조다. 

 

또 최근 LG가 힘을 쏟고 있는 배터리·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사업 강화도 예상할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내·외부로부터 경영능력을 검증 받아야 앞으로 경영권을 강고하게 지킬 수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힘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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