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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한국은 AI 혁신도 '연공서열'순인가요?

선진국선 대학원생급이 디렉터 맡는 파격 반면 한국선 '화려한 경력직'이 수장 맡아 '유감'

2018.05.21(Mon) 14:27:53

[비즈한국] 인공지능(AI)이란 학문이 ‘어차피 현실에선 작동하지 않는 학자들만의 장난감’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체스에서 어마어마한 계산량으로 인간을 이기는 일뿐. 체스판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도 고철덩어리가 되는 것이 2012년 이전의 인공지능이었다. 

 

하지만 2012년, 제프리 힌톤(Geoffrey Hinton) 교수가 이끄는 토론토대학팀이 이미지인식대회 ILSVRC에서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기록한 후 인공지능계엔 그야말로 광풍이 몰아쳤다. 머신러닝 논문 제출 수는 매해 두 배씩 늘어났고, 텐서플로우와 같은 딥러닝 라이브러리의 출현과 코세라(Coursera)와 같은 MOOC는 인공지능 연구의 장벽을 크게 낮추었다. 이제는 몇 년이 아닌 몇 달을 주기로 새로운 기술들이 출현하며 기존 기술들을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2012년 이후의 일이다. 이후 인공지능 연구의 선봉에 서있는 스탠포드 같은 대학에선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인기 있는 인공지능 강의 중 하나인 ‘딥러닝을 이용한 영상인식’ 강좌(CS231n) 등 최신 강의들이 교수가 아닌 ‘조교’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깊은 수학적 뿌리를 가진 연구들을 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존 교수들이겠지만 최근에 격변하는 최신 논문 트렌드와 그들의 코드까지 잘 이해하는 사람은 오히려 조교급인 대학원생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조 원의 연구자금으로 세워진 OpenAI의 디렉터는 지난 5년간 가장 혁신적인 딥러닝 기술 중 하나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을 고안해낸 1985년생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왼쪽)이며 2016년까지 CS231n 강좌를 강의했던 박사과정 학생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오른쪽)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에 의해 테슬라 인공지능 연구 디렉터로 자리를 옮겼다. 사진=각 인물 페이스북


이처럼 대학까지도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 교수-대학원생 간의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상황이니 인공지능 기술에 빠르게 대처해야하는 기업들은 더 파격적인 인사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일례로 2016년까지 CS231n 강좌를 강의했던 박사과정 학생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는 일론 머스크(Elon Musk)에 의해 테슬라 인공지능 연구 디렉터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나이 약관 30세에 세계 최고 기업의 미래기술 수장이 된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선 인공지능 연구와 관련해 파격인사가 자주 일어난다. 어쩌면 이러한 파격 인사는 파격이 아닌 상식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폭발한 것이 2012년이고, 그 변화를 가장 선두에서 이끌었던 사람이 2010년대에 박사를 받거나 당시 조교수로 일했던 30~40대들이니 이들을 미래기술 연구의 선봉에 세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예를 들어보자면, 1조 원의 연구자금으로 세워진 OpenAI의 디렉터는 지난 5년간 가장 혁신적인 딥러닝 기술 중 하나인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을 고안해낸 1985년생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다. 알파고를 탄생시킨 구글 딥마인드의 주역들 역시 30~40대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알파고 논문의 2저자이자, 알파고 대국 당시 호텔 뒤편 컴퓨터 앞을 지켰던 구글딥마인드의 줄리안 슈릿위져(Julian Schrittwieser)는 비엔나공대 학사 출신의 1992년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정치권에서도 40~50대가 청년을 대변하는 아이러니를 볼 때가 많은데,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기관들 역시 이러한 아이러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정부와 기업은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미래 산업을 책임질 먹거리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정작 이렇게 모아진 에너지와 풍부한 자본들이 왜 또 하나의 비효율적인 정부기관이나 협회 탄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참 안타깝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 기관·협회의 수장들은 늘 ‘화려한 경력직’이다. 장관의 물망에 올랐던 유명 대학 교수, 대기업 임원을 역임한 경영인, 각종 정부출연 연구소 소장만 몇 번을 맡아본 이까지…. 물론 그분들도 강점이 있고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겠지만 이제 와서 뒤늦게 인공지능을 따라잡고 계신 50~60대가 어찌 에너지 넘치고 아이디어 넘치는 30~40대 세계의 전문가들과 경쟁을 할 수 있을까.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정말로 인공지능을 미래의 먹거리로 본다면 그 중책 역시도 ‘미래의 인물’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요즘 청년들은 경력직에 밀려 신입사원이 되기 힘들다던데, 우리나라는 기술의 미래마저 경력직에 맡기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필자 엄태웅은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로봇을 전공한 후 LIG Nex1과 KIST에서 국방로봇과 의료로봇을 개발했다. 현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헬스케어를 위한 딥러닝을 연구 중이다. 

엄태웅 워털루대학 연구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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