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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꿈동산 배틀' 롯데월드 박동기 vs 에버랜드 정금용

지난해 사드 직격탄 맞아 성장세 둔화…롯데 '해외진출', 삼성 '내수집중' 전략

2018.05.15(Tue) 14:41:23

[비즈한국] ‘꿈과 희망이 있는 그곳.’ 어릴 적 놀이동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나고 설렜다. 지금은 용인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꾼 용인 자연농원이 처음 사람을 맞이한 건 1976년. 3년 뒤엔 동물원 사파리를 열었다. 1988년 호텔 롯데월드가 지어졌고, 이듬해 우리가 알고 있는 놀이동산인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문을 열었다.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이사​(왼쪽)와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진=각 사


삼성과 롯데,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긴 역사와 튼튼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놀이동산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했다. 두 놀이동산 방문자는 2016년 기준 롯데월드 791만 명, 에버랜드 703만 명으로 합쳐 1494만 명이다. 국내 세 번째 규모인 서울랜드의 2016년 방문자는 231만 명이다.  ​

 

놀이동산은 유행에 민감하다. 그래서 매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분야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모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어트랙션(Attraction)을 늘리는 한편,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테마파크를 짓거나 직접 해외로 진출하는 방법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 ‘공격적인 해외 진출’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이사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이사 부사장(61)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올라온 ‘실력파 경영인’이다. 박 대표는 1957년생으로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기획·영업·전략을 거치며 실무 능력을 키웠다. 2001년 롯데정책본부 신문화실, 2012년 롯데하이마트 경영전략본부장을 맡았고 2015년 1월부터 롯데월드를 이끌었다.

 

롯데월드 키즈파크 오픈 행사에 인형 의상을 입고 참석한 박동기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 대표가 지휘하는 건 호텔롯데의 월드사업부(롯데월드)다. 롯데월드 사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놀이동산 ‘롯데월드 어드벤처’다. 롯데월드는 사업다각화에 공격적인 모습이다. 2014년 김해롯데워터파크와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을 만들며 종합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박 대표가 롯데월드를 이끌기 시작한 뒤인 2016년 키즈테마파크인 언더씨킹덤이 문을 열었고, 지난해 4월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가 고객을 맞이했다. 

 

이런 롯데월드의 노력은 결실을 봤다. 2016년 외국인 200만 명을 포함해 780만 명이 롯데월드를 찾았다. 개장 이래 가장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박 대표는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부사장으로 진급했다. 

 

기쁨도 잠시, 지난해 쓴맛을 봤다. 두 가지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8월 놀이기구 ‘플라이벤처’가 멈춰 70여 명이 3시간 만에 구출됐다. 사고 당시 롯데월드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놀이기구가 멈추고 1시간 후 탑승객이 직접 소방당국에 신고한 뒤에야 구조작업이 이뤄졌다. 결국 박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예방 대책 마련을 약속하며 사태를 진정시켰다.

 

중국 ‘사드 경제보복’이 현실화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도 아팠다. 지난해 매출액 3011억 원, 영업이익 5억 140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10.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6%가 줄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람객이 급격히 줄어 타격이 상당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 번 찾아온 관람객이 다시 올 수 있게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접목한 콘텐츠 개발에 힘 쏟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롯데월드를 글로벌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발돋움시킬 생각이다. 내수 시장과 외국인 관람객 방문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벗어나 직접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디즈디,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경쟁하려는 목표다. 실제 롯데월드 해외 진출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중국 선양에 테마파크 건설 및 운영권을 확보해 진출을 앞뒀다. 이어 올해 베트남 호치민 아쿠아리움 건설에 들어가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 ‘에버랜드 새바람’ 정금용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사장이자 리조트부문장(56)은 ‘삼성맨’이자 ‘인사전문가’다. 정 대표는 1962년생으로 1985년 삼성전자 인사팀에 입사했다. 2005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인사팀장, 2007년 삼성전자 인사기획그룹 상무를 맡았다. 2011년 요직인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전무를 거쳐 2014년 삼성전자 인사팀장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삼성물산으로 옮겨 ‘웰스토리’ 사업총괄을 맡아 경영안목을 키웠다.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이사 부사장 겸 리조트부문장. 사진=삼성물산 제공


정 대표가 삼성물산 대표이사이자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를 총괄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장을 맡게 된 건 지난 1월이다. 이번 인사는 안정성을 추구하던 리조트부문에 변화를 주겠다는 삼성의 의지로 해석된다.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롯데월드와 달리 ​삼성물산은 ​그동안 사업 안정성을 추구했다. 사업을 분산하기보다는 용인시에 묶어 하나의 대형 테마파크를 형성했다. 또 사업다각화보다는 개별 콘텐츠에 집중해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워터파크인 용인 캐리비안베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운 것도 그 예다.  

 

삼성물산의 집중화 전략은 잘 먹혔다. 2015년까지만 해도 방문객 기준 ‘1등 꿈과 희망의 나라’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내수 시장 대비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커지면서 에버랜드는 조금씩 흔들렸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작용했다.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2016년 판다 전시관인 ‘판다월드’를 열기도 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7019억 원, 영업이익은 630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 늘고, 영업이익은 35% 증가했다. 하지만 레저업계에 따르면 에버랜드와 캐리비안베이의 실적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에버랜드는 외국인 관람객 영향을 크게 받진 않는다. 꼭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지난해 날씨가 춥고 더워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동물, 식물 등 자연 콘텐츠와 어트랙션이 어우러진 기존 강점에 첨단 IT와 문화를 접목해 더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삼성전자와 손잡고 학생을 위한 미래직업체험관 ‘플랩’을 조성했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첨단 IT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용인자연농원이 에버랜드로 단장한 이후 22년째 신규 테마파크 사업장을 선보이지 않은 삼성물산이 정금용 대표 체제를 맞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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