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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수정 소동 부른 '회복흐름'의 진실

'최근 경제동향' 내면서 이례적 문구 고치며 회복세 지속 강조했지만 '무리수' 중론

2018.05.12(Sat) 10:04:40

[비즈한국]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내면서 이례적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그린북 첫 머리에 나오는 종합평가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1~2월 높은 기저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투자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 지속”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후 수정자료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1~2월 높은 기저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투자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전반적으로 회복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문구를 고쳤다.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공표했다가 문구를 수정해 재배포해 논란이 일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공표된 그린북 문서 파일도 교체됐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수개월 간 펴낸 그린북.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경제계 일각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경제 분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려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 생산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 데다 그린북이 밝힌 ‘소비 증가세 지속’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재정조기집행이 가져온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제조업 악화에 고용난이 지속되고 정부가 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한 상태에서 ‘회복흐름 지속’이라는 평가는 기업이나 가계가 체감하는 경기와 크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광공업 생산·투자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현재 상황은 조정보다는 하락세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올 1분기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4%나 하락했다. 1월에는 4.2% 상승했지만 2월에 -6.8%, 3월에 -4.3%를 나타내면서 1분기 전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광공업 중 주요부문인 제조업의 경우 1분기 평균 가동률이 71.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가동률이 72.6%였던 점과 비교하면 멈춰서는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재고율은 1분기 내수와 수출 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10.4%까지 올랐다. 기획재정부 설명처럼 단순히 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가 1분기에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우리 경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성장했는데 여기에는 정부 소비지출이 큰 역할을 했다. 1분기 정부 소비지출의 성장기여도는 0.9%포인트(p)로 전체 성장률 중 3분의 1 정도를 책임졌다. 

 

이러한 기여도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정부 소비지출이 급격하게 늘었던 2009년 2분기(1.0%p)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올해 일자리 확대를 위해 예산을 조기집행하고 나선 덕분이다. 올 1분기에 정부는 조기집행 대상으로 정한 올해 전체 예산(280조 2000억 원) 중에서 31.0%에 해당하는 87조 원을 집행했다. 이는 당초 조기 집행계획인 81조 7000억 원보다도 5조 3000억 원을 초과한 수치다. 

 

기획재정부의 그린북 수정을 두고 경제계 일각에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경제 분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려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2018 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 ‘문재인정부 출범 1년, 한국경제의 회고와 전망’에 참석, 기조강연을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기획재정부


평창 동계올림픽도 1분기 민간 소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의 올 1분기 지출이 10조 3104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7%나 증가했다. 이처럼 비영리단체의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평창올림픽 운영위원회에서 사용된 경비가 비영리단체 지출로 잡힌 때문이다. 소비 증가세 지속 자체가 실제로는 정부 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일종의 착시 효과인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1분기에 정부 예산 집행이 집중되면 하반기로 갈수록 지출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소비 전체가 가라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정부 예산 조기집행 여파로 하반기에 재정절벽(정부 지출 감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을 맞으면서 상고하저(上高下低·상반기 고성장 하반기 저성장)를 기록하는 일이 잦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생산과 투자는 부진한 상태로 돌아섰고, 유일한 버팀목인 소비도 정부 지출이 한계에 다다르면 언제 냉각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기획재정부가 그린북에서 ‘실업률 등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통상 현안,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자인할 정도로 고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점도 소비 전망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국회 개최를 야당에 요구하면서 경제가 회복흐름을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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