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해외여행 가는 한국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7 해외여행 실태 및 2018 해외여행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의 해외여행 평균 횟수는 2.6회로 2013년(1.2회)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보 공유 또한 여행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는 여행지부터 항공, 숙박에 대한 정보가 자연스레 공유된다.
‘여행에 미치다’는 이런 SNS의 특징을 잘 살린 여행 커뮤니티다. 2014년 3월 시작돼 실시간 여행 정보, 여행 이야기, 여행 팁 등을 전하던 이 커뮤니티는 어느덧 18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 최대 여행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단순 콘텐츠 제작을 떠나 각종 기업, 관광청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있다. ‘비즈한국’은 여행에 미치다 조준기 대표(29)를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여행에 미치다’는 어떤 회사인가.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콘텐츠 제작소다. 커뮤니티 성격을 갖고 있어 여행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일을 한다. 실제 여행을 다녀온 일반인들은 물론 여행 작가 등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대학에서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다. 학교에서 무역경진대회, 코트라 인턴 등 무역업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만 해도 남들처럼 자격증을 공부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 때였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길을 가고 싶단 생각에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여행이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SNS에 이야길 공유하고 ‘여행에 미치다’를 시작했다.”
―‘여행에 미치다’ 이름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나오게 된 이름인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뭐가 있을까 하고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을 찾아봤다. 주변에선 영문명을 찾아봐주기도 했는데 차별성을 두고 싶어 한글 이름을 찾다가 ‘미치다’란 표현이 ‘좋아한다’의 의미를 잘 포함하는 것 같아 ‘여행에 미치다’로 하게 됐다.”
―외국 경험이 많을 것 같다. 지금까지 방문한 국가와 도시는 몇 곳쯤 되나.
“사실 대학 가기 전까지 해외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인턴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3개월 있던 게 가장 긴 시간이었고,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4~5개국에 불과했다. 지금은 일 때문에 여기저기 많이 다니다보니 43개국 정도 되는 것 같다.”
―‘여행에 미치다’ 페이지를 보면 여행 후기 영상이나 정보 공유가 많은 것 같다. 제보를 받는 것인가 아니면 직원들이 여행을 다니면서 촬영하는 것인가.
“제보하는 일반인도 있고, 여행을 취미로 하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도 있다. 우리가 만든 자체 콘텐츠도 있다. 사업 초반에는 자체 제작 능력이 부족해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를 소개하는 게 월등히 많았는데, 지금은 자체 콘텐츠 제작에 비중을 더 많이 두고 있다.”
―사업 초반에는 부침도 많았을 것 같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전략이나 사업계획이 없었다. 영상 콘텐츠 제작 전문가도 아니었고,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려니까 개인적으로 능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처음엔 팔로어나 구독자 수가 적어 주변 친구들에게 ‘좋아요’를 눌러달라고도 했는데 좋은 콘텐츠가 나와 반응이 이어지다보니 자연스레 그 부분은 해결됐다.”
―‘여행에 미치다’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
“초반엔 웹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가공한 콘텐츠를 제공했는데, 2014년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안시내 씨의 콘텐츠를 올리면서 팬 뷰가 급격하게 늘었다. 세계여행을 다녀온 그의 이야기에 좋아요가 11만 개 달렸다. 지금으로 치면 100만 가까운 큰 호응이다. 그걸 계기로 여행 콘텐츠를 공급하려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의 수요가 이어졌다. 여행을 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나 정보 등을 다양하게 만들고 공유하면서 커뮤니티가 커졌다.”
―각 나라의 관광청이나 기업들의 콘텐츠 제작 요청도 많을 것 같다. 실제 제작됐거나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2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이란 콘텐츠가 페이스북에서 마케팅 툴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 시기에 홍콩관광청과 함께한 ‘세 훈남의 홍콩여행’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고, 홍콩 현지에까지 소개됐다. 공식적으로 ‘여행에 미치다’만의 콘텐츠가 자리 잡은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관광청이나 기업에서 제휴가 들어오면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밖에 세계여행지도를 제작해 팔기도 했고, 배낭 브랜드와 함께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하며 커머스까지 영역을 넓혔다.”
―‘여행에 미치다’의 성공 이후 페이스북에 비슷한 페이지들을 생겨났다. 차별점은 무엇인가.
“커뮤니티 기반 미디어라는 점이다. 회원들과 소통하는 콘텐츠라고 보면 된다. 자체 제작도 있지만 회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장이다.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쌍방이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게 ‘여행에 미치다’의 존립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한다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고민도 있을 것 같은데.
“회사 내부적으로 우리의 가치관은 급하게 가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걸 목표로 한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해 콘텐츠 사업만을 업으로 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다. 다른 사업도 구상해 나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의 가치관대로 나가야 할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다른 시도를 해야 할지에 대해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힘든 것 같다.”
―최근 함께 작업해온 크리에이터들과 제휴사 관계자를 초청해 소셜파티도 열었다. 자주 소통하는 편인가.
“그렇다. 크리에이터들에게 콘텐츠를 제공받다보니 그분들과 소통할 자리를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여행작가들이 많다보니 여행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강연회를 열었는데 그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준비 중인 새 프로젝트가 있다면.
“우리 직원들이 팀을 나눠 총 8개국(뉴질랜드,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스페인)에 나가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현지에서도 주어진 근무 시간에는 출판, 영상 편집 등 원래 하던 일을 해야 한다. 근무 시간 이후는 각자 알아서 보낸다.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길어야 일주일 정도인데, 그보다 더 오래, 천천히 가는 여행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기획한 프로젝트다.”
―그것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총 직원이 16명인데 한 달 살기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 성장하고, 그게 자양분이 돼 또 다시 한계에 도전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할 것 같다. 책으로 엮을 계획도 갖고 있다.”
―‘여행에 미치다’의 향후 계획은?
“당장 여행을 가기 힘든 분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용기도 얻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가고 싶을 때 여행 가고, 하고 싶은 일 한다는 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중요한 건 많은 분들이 우리 콘텐츠를 보며 ‘이런 여행도 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여행을 갈 수 있구나’ 하며 결국 일상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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