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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식배당' 삼성증권 징계 수순, 공매도는요?

검찰고발·점검 등으로 마무리될 듯…"영업정지가 최고, 공매도 제한 어려울 것"

2018.05.09(Wed) 13:43:59

[비즈한국] “저축은행 부실 정리 걱정하지 말라.”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 인수하면 주가에 호재일 것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2011년 1월 금융위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저축은행 문제는 금융당국의 통제 범위 안에 있다며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말과 달리 2월 17일부터 불과 사흘간 부산2저축은행 등 모두 6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고객 예금을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뱅크런 사태가 이어졌고 일부 예금주들의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며 에이스·프라임·토마토 등 대형 저축은행들도 쓰러졌다. 2011년 1~9월 사이 전국 1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다. 사태가 잠잠해진 2012년부터 금융당국은 부실 저축은행을 대규모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금융위 전 관계자는 “금융은 시스템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던 김 위원장도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걱정 말라’로 일관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5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검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금융기관은 죽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규모가 거대하고 시스템 산업이라 도산할 경우 자칫 시스템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쉽게 죽일 수 없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한국의 금융당국은 더욱 더 그렇다.

 

이런 가운데 대마는 죽지 않는다는 공식이 또 한 번 증명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배당’ 문제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6일 우리사주 배당금 주당 1000원을 자사주 1000주로 오기입했고, 일부 직원이 이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발행된 주식은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수(8930만 주)보다 30배 이상 많은 28억 1000만 주였다. 금액으로는 112조 원에 달한다. 1년 국가 예산의 4분의 1이 넘는 금액이다. 실제 증권 거래 없이 전산상에 수치를 입력한 것만으로 주식 매매가 가능했다는 점에 많은 투자자들이 경악했다. 삼성증권이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배당했음에도 전산상 걸러내는 장치는 없었다. 

 

더구나 예탁결제원의 확인을 받지 않고도 이런 거래가 가능했다는 점에 국내 증권 거래 시스템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한 전업 증권투자자는 “삼성증권이 아무런 통제 없이 자의적 결정에 따라 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은행의 발권력보다도 더 큰 힘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금감원은 9일 삼성증권 검사 결과에서 잘못 들어온 주식임을 알고도 매각한 직원 21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증권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내부통제 미비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증권 내부 전산 시스템의 완성도가 떨어져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조만간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전체 증권사를 상대로 주식매매 업무처리와 오류 예방, 검증 절차에 대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 △증권사의 시스템 문제 △전 증권사를 상대로 한 점검 등으로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검찰 고발과 증권사의 공매도 관행이 올바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사실상 공매도의 편의를 위해 설계된 시스템으로 인한 사고라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주식시장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공매도 매매 절차와 시간을 절약할 목적으로 필요 절차를 생략하고 시스템을 간소화해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6조는 투자 매매 및 중개업에 대해 ‘자신 혹은 타인의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의 매도·매수, 그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 또는 증권의 발행·인수에 대한 청약의 권유, 청약, 청약의 승낙을 영업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신 혹은 타인의 계산으로’는 실제 자금이 오갔거나 증거금이 있는 경우에만 투자중개업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 180조는 공매도를 ‘누구든지 증권시장에서 △소유하지 않은 상장증권 △차입한 상장증권으로 결제하고자 하는 경우의 매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형성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르는 경우 이를 할 수 있다고 제한적으로 허가를 해뒀다.

 

그렇다면 법령에 따라 증권사들의 관행적 공매도가 거래가 투자중개업법에 맞는 행위인지, 증권시장의 안정 및 공정한 가격 형성을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증권 사태는 회사 허술한 통제 시스템,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와 지나친 탐욕이 결합된 문제”라며 “사고의 원인을 공매도 제도로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공매도 제도가 가지는 효용성, 유용성이 있으므로 무작정 폐지하자는 주장은 꼭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스템 리스크가 있더라도 공매도를 유지하는 편이 득이 더 많다는 시각이다. 

 

공매도는 증권거래를 늘려 거래소와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을 증대시키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 연기금 등의 수익 창출 창구로 많이 이용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함부로 손을 댔다가 맞이할 파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개혁 성향의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증권 사태에 강도 높은 규제안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감독원의 역할은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하는 일이다. 금융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취임한 8일은 금감원이 삼성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밝힌 날이다. 사실상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공매도를 제한하거나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전산상 규제는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제도의 틀 안에서는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는 최고 영업정지 수준일 것”이라며 “공매도는 세계적으로 운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특별한 규제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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