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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금감원' 분식회계 논란 관전포인트 셋

결정 여부에 따라 이재용 재판, 엘리엇 소송, 소액주주 소송까지 메가톤급 파괴력

2018.05.08(Tue) 15:15:27

[비즈한국] 5월 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해 4월 착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에 따른 것이다.

 

조치사전통지서는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 위반사실 및 향후 조치 내용을 해당 회사에 안내하는 절차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오는 23일이나 다음달 7일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둘러싼 삼성과 금융감독원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 삼성바이오로직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해 2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금감원 특별감리를 요청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상장과 더불어 편법 회계처리 의혹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금감원은 치밀한 논리로 답변하기보다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11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상장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시가총액 6000억 원 이상, 자본 2000억 원 이상’인 기업의 상장을 허용키로 한 것. 기존 코스피 상장요건은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이익(영업이익,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이익) 30억 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4000억 원 이상, 매출액 2000억 원 이상’이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매출은 913억 원, 영업손실은 2036억 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적자기업임에도 개정된 상장규정 덕분에 20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적자기업이 ‘시가총액 6000억 원, 자본 2000억 원’ 요건을 만족해 상장한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단 한 곳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해 규정을 개정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코스피 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률 전 한국거래소 상무는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었기에 유망기업이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게 규정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며 “삼성이나 정부가 (한국거래소에) 특혜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종속회사의 지분가치는 취득가액으로 평가하지만, 관계회사는 시장가로 평가한다. 2014년 말 4621억 원이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2015년 말 4조 8085억 원으로 뛰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분가치 변동을 반영해 2015년 1조 9049억 원이라는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99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바이오젠이 콜옵션(가격이 상승해도 최초 정해진 가격대로 살 수 있는 권리. 가격이 하락하면 행사하지 않아도 된다)을 행사하면 경영권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1.2%, 미국 바이오젠이 8.8%를 갖고 있었다. 바이오젠은 50%-1주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획득할 수 있는 콜옵션을 갖고 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50%+1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유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지분율 50%를 기준으로 종속회사와 관계회사를 나눠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지난 2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여전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대주주지만 이사회 구성이 현재 4 대 1에서 동수로 바뀐다”며 “이사회 구성이 대등한 상태에서 경영 지배력을 유지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외부 의견이 실제로 많았다”고 해명했다.

 

바이오젠은 아직까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는 미실현 상태이기에 가능성을 고려해 회계 기준을 변경한 것은 처리 기준을 위반했다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계는 최대한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기본적인 기준”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91.2% 중 41.2%는 언제든 우리 것이 아니게 될 수 있으므로 그것을 반영해 공시를 냈다”고 해명했다.

 

# 고의적인 부정 회계가 있었을까

 

금감원은 6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대표 해임,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 원 등의 징계를 포함한 감리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기자회견에서 “201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문서(Letter)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근거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의 승인을 들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가 2015년 10월과 2016년 1월 한국과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았고,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2015년 12월과 2016년 5월 각각 한국과 유럽에서 승인을 받았다.

 

지난 4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자회견 후 공개적으로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참여연대 건물. 사진=이종현 기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해당 문서를 공개할 용의가 있는지 △문서의 접수 시점이 정확한 것인지 △시점이 정확하다면 2015년 말, 2016년 초가 돼서야 국내외에서 복제약의 판매승인이 나는데 바이오젠은 그보다 앞선 2015년 7월 어떻게 예견하고 기업가치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문서를 보낼 수 있었는지 등을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답변할 의향은 있지만 문서 공개 등은 고객사나 협력사와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자의적인 결정이 아니었다고도 주장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당시 회계법인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변경하지 않으면 회계처리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줄 수 없다고 했다”며 “회계법인에 책임을 미루는 건 아니고 회사와 회계법인이 같이 결정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전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 대법원 판결이 관건

 

심상정 의원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에 찬성표를 던진 핵심 근거가 삼성의 바이오 사업 성장성에 대한 기대”라며 “삼성 바이오 사업의 성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상장과 부정 회계가 이뤄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합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은 삼성전자가 45.65%, 제일모직이 45.65%, 구 삼성물산이 5.75%를 소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상승은 제일모직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구 삼성물산의 자산이 제일모직의 3배가 넘었지만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1대 구 삼성물산 0.35로 정해졌다.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23.23%)으로 경영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을 진행했다는 말들이 많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기자회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4월 상장 발표, 11월 상장했다”며 “이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끝난 상태로 합병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 이뤄졌다.

 

심 의원은 특검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특검 보고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입을 손해 1338억 원을 상쇄할 수 있는 2조 원 이상의 시너지가 합병 후 법인에 생긴다는 내용으로 수치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회의 자료를 제출”이라는 내용이 있다.

 

특검 보고서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다. 따라서 언급된 시너지 효과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인한 효과인지가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효과가 맞다면 삼성물산 합병 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할 계획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관계회사 변경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을 유리하게 진행할 뜻이 있었던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2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열린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풀려났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승계 작업과 관련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도 ‘엘리엇 방어 대책’ 등 삼성과 관련한 현안이 적혀 있었지만 재판부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심 의원 측 주장대로라면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금융당국 사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고의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면 이는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 상승과도 관계가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핵심이 되는 부분이라 재판부도 살펴는 보겠지만 이것만 갖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 현안을 인식했다고 인정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새로 추가되는 증거를 조사할 수 없고, 1·2심에서 증거로 다뤄진 사실관계만 판단한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과 관련한 이유로 2심 판결을 환송할 수는 없고, 다른 사유로 판결을 환송하면 2심에서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따질 수 있다. 대법원이 판결을 환송하면 이 부회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 엘리엇 소송에도 영향 가능성…​금감원 “​이번 감리와 직접 관련 없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구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갖고 있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합병 비율에 이의를 제기했다. 합병 후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최근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엘리엇은 입장자료를 통해 “박근혜 정부와 국민연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고, 엘리엇에 불공정한 피해를 준 것으로 여겨진다”​며 “합병에 대한 진실은 명확하다. 박 전 대통령부터 국민연금까지 이어진 부패의 거미줄로 엘리엇과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의 감리결과가 엘리엇의 주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엘리엇 홍보대행사인 코콤포터노벨리 관계자는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로 아직 소송을 진행하지는 않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해서는 엘리엇의 공식 입장을 따로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소송의 쟁점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관여해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라며 “이번 감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 상장폐지 어렵지만 소액주주 소송 가능성은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앞의 변호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곳의 회계법인으로부터 재무제표 적정성을 인정받았기에 삼성 측이 회계법인에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금감원 측도 증거가 있으니 결론을 내렸겠지만 과징금 수준에서 끝나고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에 (회계처리 위반을 인정해도) 100%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징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공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에 타격을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임준선 기자

 

상장폐지와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4월 30일 48만 8000원에서 5월 4일 35만 9500원으로 폭락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약 10조 원이 날아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액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주식 피해자 연대’ 카페를 개설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소액주주 소송의 법률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소액주주는 8만 명에 이르기에 소송을 진행하면 소송액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한누리 관계자는 “소액주주들로부터 문의가 많이 와 법률검토에 들어갔고, 소송 진행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한다면 회계상 부정을 저지른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그 감사인들을 상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이 징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공개해 주가에 타격을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4월 25일 오전 금감원은 회계감리결과 조치예정안 사전통지의 시기, 사전통지사실의 공개방법 등을 금융위에 알렸다”며 “현행 금융위 규정상 사전통지 업무가 금감원장에 위탁되어 있으므로 사전통지에 관한 사항은 금감원이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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