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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강남 전셋값 하락 최전선 '헬리오시티'는 지금

쏟아지는 입주 물량에 부동산 규제 겹쳐…전세금 회수 둘러싼 갈등 조짐까지

2018.05.04(Fri) 15:54:28

[비즈한국] 최근 수년간 무섭게 오르며 ‘전세난민’을 양산했던 서울 강남권 전셋값이 거꾸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난 새 아파트 물량과 정부 규제가 겹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구르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서울 강남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장 아무개 씨(46)는 최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몇 해 전 분양 받았던 아파트 입주가 다음달로 다가왔는데,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서다. 장 씨는 새 아파트의 정식 입주 기간 정해진 날짜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높은 연체 이자를 내야 한다. 살고 있는 전셋집 계약 만료도 오는 7월이라 자칫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장 씨의 집 주변 전셋값은 최근 3개월 사이 1억 5000만 원 내렸다. 장 씨는 “전셋값이 가장 비쌀 때 계약한 탓인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집주인과 전셋값을 더 내려야 하는지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신규 입주를 앞둔 대규모 재건축 단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강남권 전체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헬리오시티 입주 ‘소나기​에 강남 전역​ 홍수 날라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올라 ‘전세난민’​만 양산하던 서울 강남권 전셋값이 5년 7개월 만에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3일 발표한 ‘4월 5주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서울 전셋값은 4월 4주와 비교해 0.11% 떨어졌다. 지난 3월 처음 하락 전환(-0.08%)된 이후 13주째 하락세다. 특히 ‘서울 강남 3구’ 강남(-0.39%), 서초(-0.31%), 송파구(-0.27%)는 나란히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 전셋값 하락의 원인은 오는 연말 신규 입주를 앞둔 한 재건축 단지가 꼽힌다. 이 단지가 서울 강남지역 전체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총 9510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라 부동산 시장에선 ‘미니 신도시’라고 불리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다. 올 한 해 신규 입주가 예정된 강남 3구 물량 총 1만 5542가구 가운데 대부분을 헬리오시티가 차지한다.

 

헬리오시티 입주는 올 연말에 시작되지만, 아파트 신규 입주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 시기에 전세를 내놓으면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2월부터 물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헬리오시티 전세매물만 150여 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대규모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인근 주택은 물론, 서울 강남 전체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일반 분양분과 조합원 물량을 합치면 모두 5131가구다. 강남권 전용면적 84㎡는 송파구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다. 이 전용면적 전셋값은 헬리오시티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다른 전용면적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전조는 벌써부터 보인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주변 전용면적 84㎡는 가격 하락과 동시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단지 안에 학교가 있어 수요층이 두꺼웠던 잠실 ‘엘스’와 ‘리센츠’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불과 지난 2월까지만 해도 10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7억 원대다. 서울 송파구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시장에선 3월이 비수기로 꼽히지만 이 정도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며 “전세를 내놓는 집은 늘지만 새 세입자는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신규 입주를 시작한 다른 강남 지역 주택들의 전셋값 하락세도 도드라진다. 지난 4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삼성동 ‘센트럴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13억 원에 달하던 전셋값이 9억 원으로 떨어졌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전용면적 84㎡도 시세 대비 3억 원가량 떨어진 11억 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권 전세가격 하락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의 부동산연구원은 “새 아파트 입주 시기에는 계약자들이 내놓는 전세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통상 대규모 단지 입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다. 헬리오시티 여파가 지나더라도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물량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라 2019년 상반기까지는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대규모 공급에 부동산 규제 겹쳐 “미리 대비해야

 

당분간 전셋값 하락세가 예상되면서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역전세난이란 계약 시점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다. 서울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전세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지만, 큰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통상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으로 돌려준다”며 “최근과 같이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더 기다렸다가 집을 구하려는 새 세입자들도 적지 않아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을 받아서라도 돌려주는 집주인도 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 계획에 차질이 생긴 세입자들과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 집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앞서의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올해 신규 입주 주택들은 수년 전부터 계획돼 공사가 완료된 물량들이다. 당시에도 과잉 공급 우려가 높았다. 동시에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집을 사거나 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지면서 전세 물량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쏟아질 공급 물량이 해소되면 역전세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 있지만 집주인과 세입자는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비해두는 편이 좋다”고 전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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