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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도시바 반도체 인수 '중국 변수'와 최태원 회장의 자신감

중국이 28일까지 반독점 승인 안 하면 '복잡'…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이 주도할 뿐"

2018.05.02(Wed) 11:25:07

[비즈한국] 지난 4월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3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행사를 마치면서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있지만 솔직히 상관없다”며 “(인수가 지연되는 건)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발언 후 인수 작업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열흘 넘게 지난 현재 부정적인 전망만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IT업체인 애플과 델, 일본의 도시바, 호야 등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를 2조 엔(약 19조 5748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컨소시엄에 3950억 엔(약 3조 8660억 원)을 투자했다.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금액의 투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19일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와 관련해 “곧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미국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디램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46.0%), SK하이닉스(28.7%), 마이크론(20.8%), 난야(2.5%), 윈본드(0.8%) 순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를 차지한다. 낸드플래시 반도체는 삼성전자(38.0%), 도시바(17.1%), WDC(16.1%), 마이크론(11.5%), SK하이닉스(11.1%) 순이다. SK하이닉스는 디램에 비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에 강한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인수 후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지분이 10년간 15% 이하로 제한되며 도시바 메모리 기밀정보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계약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간은 SK하이닉스에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컨소시엄이 인수 계약을 맺은 직후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단기적으로 투자자산에 대한 금융수익 정도”라며 “도시바 메모리의 생산능력을 활용하거나 기술 협약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단기에 바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서로 협력 관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 계약 후 컨소시엄은 8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브라질, EU)에 반독점 심사를 요청했다. 이들 국가는 반도체 수요가 높은 국가들로 컨소시엄은 심사 통과를 전제로 계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중국 외 7개국은 매각안을 승인했다. 컨소시엄은 올해 3월 말까지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중국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인수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거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일환으로 다뤄지고 있다”며 “도시바는 공식적으로는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도시바와 베인캐피털 관계자들에 따르면 무역분쟁과 관련해 양 국가가 계산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3~4일 중국을 방문해 무역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주요 사항은 연간 3750억 달러(약 401조 4375억 원)인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1000억 달러(약 107조 500억 원) 감축하고 인공지능과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산업 지원책을 억제하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중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요구사항 두 가지를 의제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컨소시엄의 반도체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에 3950억 엔(약 3조 8660억 원)을 투자했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건물. 사진=고성준 기자

 

중국이 반독점 심사 기한인 5월 28일까지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7월 1일부터는 베인캐피털에게 계약 해지 권한이 발생한다. 베인캐피털은 도시바에 100억 엔(약 978억 7400만 원)을 위약금으로 지급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베인캐피털이 계약을 해지한 후 컨소시엄을 재구성해 중국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의 가치가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는 아미르 안바르자드 싱가포르 어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 시니어 연구원을 인용해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는 현재 220억 달러(약 23조 5150억 원)에서 240억 달러(약 25조 6920억 원)의 가치가 있으며 도시바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의 기업공개(IPO)나 매각 재협상을 통해 가치를 재측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도시바는 원자력 사업에서 입은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메우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매각에 나섰지만 이후 현금을 많이 확보했기에 기업공개나 재협상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재협상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 1094억 원, 영업이익 13조 7213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SK하이닉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디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증가율은 각각 21.2%, 44.6%를 기록하는 한편 수요 증가율은 19.6%와 38.2%에 머물러 수급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3분기에 올해 2분기와 유사한 4조 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4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 측의 말처럼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는 미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는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있기에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만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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