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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우리는 '최고의 포옹'을 보았다

두 정상의 포옹과 손잡기는 존중과 배려의 몸짓…말보다 더 많은 말 전해

2018.04.30(Mon) 10:43:58

[비즈한국] 지난 주말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냉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명 평양냉면집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유는 굳이 말 안 해도 다들 알 것이다. 음식 자체에 대한 욕구보다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 남북회담에 대한 지지의 의미가 더 컸을 것이다. 

 

한국인은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길 좋아한다. 함께 하는 걸 참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유행이 급속도로 번진다. 트렌드 연구자들에겐 가장 흥미로운 나라이다. 그것이 공감력과 이타심을 높인 배경일 수 있다. 

 

미국 미시간대 윌리엄 초픽(William Chopik) 교수 연구진은 2016년 세계 63개국 10만 4000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다른 사람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도를 측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공감력 수준은 세계 6위였다. 

 

한국인의 이타심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때는 지하철역에 추모쪽지가 셀 수 없이 붙었다. 태안기름유출 사고나 세월호 사고 때도 전 국민이 달려가고 함께 애도했다. 누가 가자고, 오라고 하지 않아도 무슨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잘 간다. 

 

평양냉면을 하필 지난 주말에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음식을 통해 뭔가를 말하고 싶었던 셈이고, 지지와 애정을 보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포옹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사실 지난주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포옹과 손잡기였다. 형식적인 포옹과 손잡기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행동이어서다. 포옹(抱擁)은 사람을 품에 껴안는다는 뜻인데, 확장된 의미로 남을 너그럽게 품어준단 뜻도 된다. 포옹과 아주 비슷한 발음인 포용(包容)은 상대를 너그럽게 감싸주거나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도 비슷하고, 뜻도 비슷하다. 

 

포옹은 서양에선 익숙한 인사법이지만 우리에겐 그리 일상적이지 않다. 특히 남성 간의 포옹은 더욱 그렇다. 아주 친한 친구여도 포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자끼리의 포옹을 가장 많이 본 건 스포츠에서다. 히딩크와 박지성의 포옹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포옹도 없을 거다. 스포츠 경기만큼이나 남자의 포옹이 자연스러운 게 전쟁 영화다. 전우애라는 말을 쓸 정도로 끈끈함이 있다.  

 

지난주 우리는 ‘최고의 포옹’을 봤다. 포옹하고 손을 꼭 쥔 모습은 그냥 악수로 인사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과 메시지를 전해줬다. 옆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꼭 쥐고 있는 건 상대에 대한 애정을 더 드러내는 스킨십이다. 존중과 배려가 기본적으로 녹아든 행동이다. 

 

남자에게 포옹과 손잡기는 꽤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성에겐 매력을 발산하고 애정을 나누는 스킨십이고, 동성에겐 존중과 존경을 담은 행동이며, 비즈니스에선 신뢰와 책임을 나누는 행동이기도 하다. 

 

포옹과 손잡기 자체는 분명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님에도 꽤 많은 걸 말해준다. 미국의 심리학자 캔(Can)은 상대를 설득하려면 45cm 전후의 가까운 거리에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포옹과 손잡기는 멀찍이 떨어진 상대와의 거리를 가깝게 끌어당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술공연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동물들 간에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개체거리처럼 사람들 사이에도 대인거리가 있다고 했다. 포옹처럼 촉감이 자각되며 엄마나 아이를 안고 있을 때의 거리인 0~45cm는 친밀거리, 친한 친구나 잘 아는 사람들 사이의 일상적 대화 유지 간격인 45~120cm는 개인 기본거리, 사무적이고 공적인 업무 관계의 거리인 120cm~360cm는 사회교제거리, 개인과 대중 간의 의사소통 거리인 360~750cm는 공적거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45cm 전후의 가까운 거리의 두 사람을 보며 꽤 많은 기대감과 꽤 많은 감동을 받았던 듯하다.

 

당신은 대인거리는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는가? 보디랭귀지는 어떤가?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오해를 산 적은 없었던가? 말만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보디랭귀지를 통해서도 그 사람의 클래스가 보인다. 

 

요즘 ‘매너손’이란 말이 있는데, 이 시대 남자에겐 더더욱 필요하다. 이젠 대인거리도, 보디랭귀지도 대화기술, 협상기술에서 필수임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포옹과 포용, 이게 우리에게 참 필요했구나 싶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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