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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 힘든' 서울시 자전거 전용차로 실태

택시​·오토바이​·트럭이 점령…계도원 "너무 많아 일일이 단속 못 해"

2018.04.27(Fri) 17:27:20

[비즈한국] 서울시가 지난 8일 종로 일대에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통했다. 종로1가(광화문 우체국)~6가(동대문종합상가) 사이의 길이 2.6km의 자전거 전용차로다. 적색으로 표시된 폭 1m 남짓의 전용차로는 오직 자전거만이 통행할 수 있다. 6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7월부터는 차로위반에 승합차 6만 원, 승용차 5만 원, 오토바이 4만 원 등 과태료를 부과한다.

 

서울시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활용한 도심의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차량 출입을 줄이고 녹색교통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선 사고 직전의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비즈한국’​은 27일 직접 2.6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차로를 따라가 실태를 확인해봤다.

   
자전거 전용차로가 시작되는 광화문우체국 앞. 사진=김상훈 기자


자전거 전용차로는 종로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시작된다. 시작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계도원을 만날 수 있었다. 종각역 사거리까지 가는 길에 2명의 계도원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다. 그러나 전용차로를 따라간 지 얼마 안 돼 택시 한 대가 적색 차로를 침범했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차량이 많을 땐 ‘오토바이 전용차로’​가 되기도 했다. 오토바이의 침범을 목격한 계도원은 손짓으로 침범하지 말라는 표시만 했을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계도원은 “​계도기간이라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고 경고장만 발부한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침범에 경고장을 왜 안 줬느냐는 물음에는 “너무 빈번해 일일이 경고장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자전거 전용차로 침범 시 과태료 부과를 알리는 내용의 입간판이 인도 한편에 방치돼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종각역 사거리에선 자전거 전용차로를 표시한 적색 도로가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횡단보도를 따라 길을 건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색 차로는 종로4가 부근 세운상가 앞에서 끊겼다. 세운상가 앞부터는 자전거 전용차로가 아닌 자전거 우선도로가 이어졌다. 다른 도로에 비해 폭이 좁아 자전거 전용차로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같은 차선에서 달리는 차로다.  
 
하지만 말만 ‘자전거 우선’​일 뿐 쌩쌩 달리는 차에 자전거는 도로 끝 쪽으로 밀려날 뿐이었다. 이 구간에는 계도원도 없었다. 종로4가 일부 구간부터 자전거 전용차로가 끝나는 종로6가까지는 물건을 상하차하는 트럭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적색 차로에 트럭이 정차해 있는데도 계도원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말만 ‘자전거 우선’​이었을 뿐 쌩쌩 달리는 차에 자전거는 갓길로 밀려날 뿐이었다. 사진=김상훈 기자


종로6가 종점 인근에서 만난 한 계도원은 자전거 전용차로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차로 폭이 너무 좁다는 민원을 많이 듣는다. 펜스 없이 차로와 맞닿은 곳은 차와 부딪힐 위험이 커 개선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한 시민이 계도원에게 역방향으로 타고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계도원은 “인도 이용하는 게 낫다. 역방향은 더 위험하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차마(車馬)’로 간주돼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불법이다. 또 평일 낮 유동인구가 많고 폭이 좁은 종로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인파를 헤쳐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종로 4가 일부 구간부터 자전거 전용차로가 끝나는 종로6가까지는 물건을 상하차하는 트럭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계도원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진=김상훈 기자


자전거 전용차로가 종로1가에서 6가까지 한 방향으로만 놓였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도 이를 인지하고 청계천로 북쪽 도로에 자전거 차로 설치를 고려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선만 그어져 있을 뿐 자동차 도로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도로 폭과 차량 통행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정된 탓이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해외와 달리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신호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사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특히 야간에는 계도원들이 근무하지 않아 더 위험하다. 이날 만난 계도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2교대로 근무한다. 근무 중에는 매 시간 10분씩 휴식을 가진다. 저녁 9시 이후에는 계도원들이 없어 자전거 전용차로는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전용차로에 정차된 자동차로 인해 자전거 이용자가 불가피하게 자동차 차로로 우회하고 있다. 사진=김상훈 기자


이 같은 지적에 서울시는 “도로 인근 상인들과 협의해 자전거 우선도로도 전용차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신호나 도로구조 등 고쳐 나갈 부분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해외처럼 자전거를 배려하는 운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한 시민은 자전거 전용차로에 대해 ‘맞지 않은 옷을 입힌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쌩쌩 달리는 차들에 공포감이 밀려온다”며 “한강공원 생각하고 왔다가 타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은 유럽처럼 아기자기한 중소도시도 아니고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범람하는 베트남도 아니다. 중국과는 또 다르다”​며 “​차량 통행이 너무 많아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자동차 수가 줄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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