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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 3강 '사드 후폭풍'에 지각변동

해외로 눈 돌리는 '2강' 롯데 장선욱·신라 한인규, 내실 다지는 신세계 손영식

2018.04.25(Wed) 19:37:16

[비즈한국] 면세점 업계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2강 체제를 유지해온 업계는, 최근 신세계DF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면서 3강 체제로 변화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신규 사업자 진입 과정에서 ‘부동의 업계 1위’ 롯데면세점과 또 다른 강자 신라면세점이 주춤한 사이 벌어진 일이다.

 

“겉은 화려해도 속은 비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가 최근 업계 상황을 두고 자조 섞인 분석을 내놨다. 그는 “면세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한 번이라도 황금알을 낳아본 적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사드 보복으로 부진했던 면세업계는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약 15억 6009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9억 3195만 달러)보다 67.4% 증가했다.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이다. 외국인 전체 이용자 수는 157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인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평가를 내놓는다. 매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정작 이익은 내지 못하는 시장 구조라는 설명이다. 원인은 물건을 대량 구매해 중국 현지에 되파는 보따리상인, 일명 ‘따이궁’이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찾지 않아 생긴 빈자리를 따이궁이 채웠다. 

 

국내 면세점들은 따이궁에게 경쟁적으로 할인혜택을 주고, 따이궁들과 연결된 여행사에는 송객수수료를 지급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할인과 송객수수료 등을 다 합하면 매출액의 30%에 달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따이궁은 수익을 위해 한국에 방문하는 ‘사업자’다. 면세점들이 할인과 송객수수료 등으로 부담하는 마케팅 비용은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근 면세업계를 두고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업계 CEO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왼쪽부터 한인규 호텔신라 면세부문 사장, 장선욱 호텔롯데 대표이사, 손영식 신세계DF 대표이사. 사진=각 사


따이궁을 제외해도 시장 상황은 밝지 않다. 한정된 시장에 경쟁 사업자들이 늘어서다. 서울 시내 면세사업자가 2014년 말 6개에서 2017년 말 10개로 늘었고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개점을 시작으로 서울에만 2개 면세점이 추가로 개장한다. 경쟁이 심화되면 기존 면세점들의 ‘고객 유치 비용’은 더 늘어난다. 최근까지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들이 갈등을 빚은 임대료 및 특허수수료 등 비용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시장이 악화되면서 면세업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2강이 주춤한 게 첫 번째다. 국내 최대, 최고(古)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99.2% 감소해(2016년 3301억 원→2017년 25억 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0억 원 줄어든 5조 4539억 원으로,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이 3조 5762억 원으로 전년보다 7.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83억 원으로 26.0% 감소했다. 

 

반면 후발주자인 신세계DF는 지난해 총 매출액 1조 1647억 원, 영업이익 146억 원을 기록했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롯데와 신라면세점에 비해 작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를 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세계DF 성장세가 이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연말엔 ‘2강’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며 “올해가 롯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의 사업 방향이 특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망했다.  

 

# 이중고 겪는 롯데면세점, 돌파구는 ‘해외

 

롯데면세점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의 1위인 롯데면세점이 고전한 건 사드 부지를 제공하면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를 정면으로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한국과 중국 관계가 회복되더라도,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면세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사업권 입찰에선 9개 업체와 경쟁해야 하지만, 패널티를 안고 입찰에 참여한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조율에 실패해 공항 면세사업권 일부를 반납했다가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낮추자 다시 입찰에 참여한 탓이다.

 

하지만 롯데면세점 내부 분위기는 어두운 업계 전망과 정반대다. 장선욱 호텔롯데 면세부문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새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 ​한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돌파구를 찾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선욱 호텔롯데 면세부문 대표이사. 사진=롯데면세점


장 대표가 눈을 돌린 곳은 해외다. 한중 관계 회복에 따른 ‘유커’ 귀환을 기다리기보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글로벌 시장 공략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방콕, 일본 도쿄 긴자 등에 총 6곳의 면세점을 보유했다. 일부 지역에선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최소 2곳의 해외면세점을 추가로 개장할 계획이다. 

 

장 대표가 가장 집중하는 해외 시장은 베트남이다. 그동안 장 대표는 6개월에 한 번씩 베트남을 방문해 현장을 직접 챙겼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다낭공항에 처음 진출했는데, 첫해부터 흑자를 냈다. 면세점은 인테리어 비용과 제품 구매비용 등 사업 초기 비용이 많은 사업이다. 개점 첫해 흑자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다낭 시내와 베트남 주요 도시가 다음 공략 대상이다.

 

일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6년 3월 일본 도쿄 긴자의 도쿄플라자 2개 층에 오픈한 시내면세점에 최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160%나 늘었다. 앞서의 롯데그룹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독이 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선욱 대표는 1986년 호텔롯데 총무부에 입사해 30여 년을 근무한 ‘롯데맨’이다. 호텔롯데에서 총무과장, 인사교육팀장, 기획부문장 등을 지냈다. 2010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로 옮겨 2013년까지 운영2팀장을 맡았다. 2014년 대홍기획 대표이사를 거쳐 2016년 호텔롯데 면세점부문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 신흥 글로벌 화장품 면세사업 강자, 신라면세점

 

신라면세점은 한인규 호텔신라 면세부문 사장이 이끈다. 신라면세점 운영과 관련, 오너 일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주로 조명되지만 업계에선 한인규 사장도 높게 평가한다. 일각에선 한 사장이 거둔 성과를 두고 “인재가 그늘에 가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가장 신임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을 받는다. 실제 호텔신라 운영총괄을 맡은 2011년 말부터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진출, 미국 면세기업 ‘디패스(DFASS)’ 인수,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4년 7월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과 합작을 성사시켰고, 그 결과 롯데를 제치고 입찰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한인규 호텔신라 면세부문 사장. 사진=신라면세점


한 사장 역시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해외 매출을 총 매출 목표 5조 원의 20% 수준인 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신라면세점은 그동안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올해 영역을 더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면세사업이 차별화 전략이다. 한 사장은 최근 이 사업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 화장품이 신라면세점의 ‘면세 한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의 6개 면세점 매장 운영을 시작하면서 세계 최대 화장품 면세사업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신라면세점은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글로벌 1, 2위 업체인 DFS, 듀프리를 꺾고 화장품·향수·패션·액세서리 분야 총 6개 매장의 사업권을 따냈다. 2024년 9월까지 7년간 단독 운영한다. 아시아 3대 국제공항인 인천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 동시에 화장품·향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신라면세점이 처음이다. 화장품은 통상 면세점에서 매출의 40%가량을 책임지는 효자 품목이다. 

 

한 사장은 1986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비서실, 경리실, 삼성물산 경영진단팀 등을 거쳤다. 2002년 호텔신라 기획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신규사업부장, 경영지원실장, 호텔사업부장, 운영총괄 등을 지냈다. 2015년 12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공로를 인정받아 호텔신라 면세점유통 부문 사장으로 승진했다.

 

# 무서운 3등, 신세계DF

 

신세계그룹은 롯데, 신라면세점과 다른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룹을 개편하면서 면세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그룹 면세사업부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분산돼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면세사업을 위해 설립한 법인인 신세계DF를 신세계백화점 아래 두고, 면세사업부를 모두 이곳으로 옮기고 있다. 오는 6월 모든 작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호텔사업과 면세사업을 분리하는 전략이다. 

 

2012년 파라다이스면세점을 인수하면서 면세사업에 뛰어든 신세계그룹은 호텔롯데, 호텔신라와 같이 신세계조선호텔을 앞세워 면세사업을 운영해왔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 호텔사업 시장이 악화되면서 호텔과 면세사업을 분리해 면세사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했다. 면세사업과 호텔사업 시너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DF는 백화점과 시너지를 계획 중이다. 신세계백화점과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손영식 신세계DF 대표이사. 사진=신세계DF


신세계DF 초대 대표는 손영식 대표다. 신세계 상품본부장, 패션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1월 신세계DF 대표이사에 올랐다. 손 대표의 취임 첫해 성과는 놀라울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신세계DF는 2강 체제로 굳어졌던 면세 시장에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적표는 면세 시장 점유율 통계에서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51.5%에 달했던 롯데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41.9%로 떨어졌고, 신라면세점도 2016년 28.2%에서 2017년 26.8%로 점유율이 줄었다. 이 자리를 신세계DF가 차지했다. 신세계DF는 2014년 점유율 2.8%에 불과했지만 2017년 12.7%로 수직 상승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 업계 3위다. 

 

신세계DF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200억 원, 영업이익 145억 5700만 원을 달성했다. 앞서 2016년 5월 명동점 오픈 이후 매출 2078억 원, 영업손실 523억 원을 기록했는데, 1년 만에 매출이 3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범위를 서울시내 면세점으로 좁히면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면세사업자는 신세계DF와 HDC신라뿐이다. 2017년 7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을 따낸 것도 손 대표의 성과다. 올해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개점도 앞두고 있다.

 

명품 브랜드 입점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춘 전략이 신세계DF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세계DF는 중국과 별도로 일본, 동남아 지역 관광객 유치 전략을 꾸준히 이어왔다. 반면 해외 시장 진출 전략은 손 대표가 풀어야 할 신세계DF 약점으로 꼽힌다. 차별화된 전략을 중심으로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경쟁업체들과 달리 해외 진출한 사례가 없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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