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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칩 시장 둘러싼 '왕좌의 게임'

GPU 기반 AI 칩 개발이 미래 좌우…미국·중국 스타트업에 큰손 투자 이어져

2018.04.16(Mon) 17:53:56

[비즈한국] 30년 전, 빌 게이츠는 전 세계 책상이 있는 어느 곳이든 윈도우 운영체제가 탑재된 퍼스널 컴퓨터를 두겠다는 꿈을 실현했다. 그렇다면 이제 엔비디아 차례인가? 지난 3월 미국 산호세에서 개최된 ‘그래픽 테크놀러지 컨퍼런스(GTC) 2018’​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어디에서나 인공지능(AI on everywhere)’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 인공지능 칩의 선두주자, 엔비디아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빠르게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그래픽 프로세서(GPU)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두 업체로 평가받는다. 

 

매년 3조 원 이상 R&D 투자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자율주행 인재들이 대거 합류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7년에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부사장인 데이빗 니스터를 인공지능 분야의 총괄 디렉터로, 오토(Otto) 전기 트럭을 우버에 합병 시킨 클레어 델노니를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기 위하 진용을 갖춘 셈이다.

 

GTC 2018 키노트에서 엔비디아는 맵 기반의 가상세계 시뮬레이션과 현실세계의 자율주행 부분을,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데이터 수집 대신 시맨틱 조작을 통한 딥러닝 모델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각 픽셀에 매치되는 레이블을 인식하고 매핑해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GTC 2018에서 발표한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 사진=엔비디아 홈페이지

 

‘데이터는 새로운 소스 코드’​라고 정의한 젠슨 황은 가장 큰 딥러닝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퍼셉트론 인프라스트럭처(Perceptron Infrastructure)를 공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단순히 하드웨어 칩만 개발·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하드웨어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플랫폼 회사로 확장하려는 길목에 서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전 세계 11개 지역 약 200명의 연구진은 엔비디아를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자율주행, 로보틱스, 그래픽스 및 컴퓨터 아키텍처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인공지능 칩 시장과 실리콘밸리 기업들 

 

그러나 인공지능 칩 시장에 엔비디아와 인텔 같은 공룡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과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인공지능 칩 스타트업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리서치 업체인 CB 인사이트 보고서에 의하면, 인공지능 칩 스타트업 가치는 2015년 820만 달러(88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13억 달러(1조 396억 원), 2017년 16억 달러(1조 7188억 원)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은 딥러닝의 뉴럴 네트워크나 컴퓨터 비전을 획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수준의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을 주목하는 벤처캐피탈(VC)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를 이어가며 기업가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사물 인터넷(IoT)이나 아주 작은 컴퓨터들 간에 대용량의 정보들을 동시에 처리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웨이브컴퓨팅’​사는 1만 6000개의 프로세스 코어들을 인공지능 칩 내부에 포함시킨다. 이는 16개 칩을 싱글박스에 넣어 1초당 2.9페타바이트(Petabyte)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으로, 지금까지 6000만 달러(644억 원)를 투자 받았다.  

 

대기업과 합병한 스타트업 사례도 있다.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분야에 경쟁을 하고 있는 인텔은 2016년 너바나(Nervana)를 4억 달러(약 4296억 원)에 합병했고, 네이빈 라오 너바나 CEO를 인텔 AI 사업 총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스타트업​ 모비디우스(Movidius)도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텔이 흡수 합병해 눈길을 끌었다.

 

인공지능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막강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구글도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텐서플로우를 최적화할 수 있는 커스텀 AI 칩을 개발했다. 최근 애플은 향후 2020년부터 맥북에서 인텔 칩을 사용하지 않고 커스텀 칩을 제작할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한때 인텔 주식이 7% 이상 빠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 그렇다면 중국의 인공지능 칩 시장은? 

 

애플의 아이폰X나 갤럭시9를 통해 잘 알려진 안면인식 원천 기술을 보유한 센스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인공지능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최근에 알리바바가 이끄는 컨소시엄으로부터 15억 위안(2565억 원)을 투자받아 무려 7조 원대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바이두에서 딥러닝 연구소를 이끌었던 카이 유가 설립한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에도 많은 현금이 몰렸다. 인텔이 시리즈A(1차 초기 투자)로 무려 1억 달러(1074억 원)를 투자했다. 특히 이 회사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컴퓨터 비전 카메라는 물론 인공지능 칩과 소프트웨어까지 동시에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흥미로운 기업은 베이징 기반의 AI 칩 기업 캠브리컨(Cambrican)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NPU(Neural Process Unit) 칩 설계를 담당했다. 비록 2015년에 미국 정부로부터 보안을 이유로 미국 시장 판매를 금지당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에 개의치 않고 내수 시장 성장을 위해 15억 달러(1조 611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할 예정이다. 

 

NPU 기반 인공지능 칩이 들어간 화웨이 스마트폰.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 누가 왕좌에 오를 것인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으뜸으로 손꼽힌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칩과 SW 엔지니어들의 대우가 매우 좋다. 반면 칩 설계나 디자인의 소유권이 기업에 귀속되기 때문에 새롭게 하드웨어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국내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Alexa)의 기록적인 성공에 자극 받은 국내 주요 통신사 및 네이버, 카카오가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누구 하나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텔이 CPU 개발로 P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 것처럼, 미래에는 GPU를 기반한 인공지능 칩을 보유한 기업이 최후의 왕좌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대기업이건 스타트업이건 간에 GPU 기반한 인공지능 칩 개발에 하루 빨리 뛰어 들어야 할 때다.

 

테크니컬 IT 컬럼리스트 서진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테크 에반젤리스트를 거쳐 현재 데이터 사이언스 및 인공지능 분야 등에 관심을 두고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테크니컬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다. 

서진호 IT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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