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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르포] 중국인 '성형 병동' 된 강남 게스트하우스 안에선…

주로 원정 수술 온 중국인 여성 머물러…관계부처 "불법 숙박업 뚜렷한 대책 없다"

2018.04.13(Fri) 16:40:04

[비즈한국] 지난 1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근처 한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지 않은 중국어가 쉼 없이 들려왔다. 직원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이었다. 이 직원은 “강남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사람은 90%가 중국인 여성”이라며 “모두 원정 성형이 목적”이라고 귀띔했다. 

 

부엌엔 코에 부목을 댄 여성이 힘겹게 죽을 먹고 있었다. 한 여성이 안내 데스크로 와 휴지를 요구했다. 얼굴 윤곽을 잡아주는 밴드를 한 상태라 말이 어눌했다. 가슴에 압박 밴드를 두르고 있는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군것질거리로 가득 찬 편의점 봉투를 들고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숙박시설이라기보다는 한마디로 ‘성형외과 병동’ 같았다. 

 

성형한 여성들이 부엌에서 식사하고 있다. 얼굴을 붕대로 감거나 코에 부목을 댄 상태다. 사진=박현광 기자

  

게스트하우스 직원은 “여기 온 사람들은 대부분 2주일 동안 머문다. 얼굴이 저러니 아침, 점심땐 어디 나가지도 않고 방에만 있다가 저녁에 편의점을 다녀온다”며 “중국에 돌아갔다가 한 달 뒤쯤 또 와서 또 고치는 사람도 있다. 단골은 방 가격을 싸게 해준다. 방은 다음 달까지 꽉 차 있고 항상 풀(Full)”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전문 성형외과는 553개다. 그중 374개가 서울 강남구에 있다. 진료과목에 성형외과가 있는 병원을 합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강남 성형외과’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곳은 모두 928개다.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에서 ​한국에 온 콴 아무개 씨(25)는 “이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이유는 병원이 가깝기 때문”이라며 “브로커를 통해서 온 건 아니다. 한국 성형외과와 게스트하우스 정보를 알려주는 유명 사이트가 있는데 그걸 보고 왔다”고 말했다. 

 

콴 씨는 이어 “유명한 의사는 마취만 하고 나가고 다른 의사가 들어와서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친구랑 같이 가서 친구가 내가 수술하는 동안 동영상을 찍어주기도 한다”며 “중국 사이트에서 알려주는 성형외과는 중국인만 받는 경우가 많다. 실력이 좋은 병원은 한국인이 가는 곳인데 정보를 알 수가 없으니 좀 알려 달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중국에서 건강보조제를 파는 사업을 한다는 탕 아무개 씨(28)는 “피부 박피 시술을 받으러 한국에 왔다”며 “사소한 시술은 중국에서 하지만 큰 시술은 한국이 잘하기 때문에 여행도 할 겸 이리로 온다”고 말했다.

 

이날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사람은 14명. 한국인 2명과 러시아인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인 여성이었다. 압구정 근처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게스트하우스는 “정원 12명이 모두 찼다”며 “대부분이 중국인 여성”이라고 전했다.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도 있었다. 

 

방에서 자고 있는 성형한 중국 여성. 한 여성은 “얼굴이 이렇기 때문에 나가지 않는다”며 “​집에 계속 있으면 심심하기 때문에 매일 병원을 간다”​고 말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이들이 묵는 방은 대부분 2층 침대가 놓인 4인실, 6인실이다. 가격은 하루에 2만 7000원에서 3만 원 선이다. 성형한 여성이 게스트하우스에 장기간 투숙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성형외과와 가까워 수술 후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시술마다 회복 스케줄이 다르지만 2주면 웬만큼 큰 수술도 멍이 가라앉고 실밥을 풀 정도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안전이다. 무등록 불법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상당한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대부분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고 영업한다. 강남 지역에 등록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체 수는 68곳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게스트하우스는 340여 곳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동록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체가 표시된 지도가 왼쪽이고, 오른쪽은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게스트하우스들이다. 강남구에 등록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체는 68곳이지만, 인터넷에 홍보 중인 게스트하우스는 340여 곳에 달한다. 사진=박현광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주무관은 “숙박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지만 단속에 애로사항이 있다”며 “1년에 두 번 단속하는데 인력이 모자라 모든 업소를 전수조사하는 건 무리가 있다. 또 일반 숙박업 등록을 하고 이름만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등록 업체를 적발해도 폐쇄 명령은 보건복지부 권한”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주무관은 “미신고 숙박 업체의 경우 대부분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 있어서 성범죄나 몰래카메라 피해가 우려되고 화재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불법 영업 사실 확인이 어렵고 인력이 부족해 현재로선 단속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는 업무상 혼선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성형을 원하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인터넷 홈페이지.

  

기자가 이날 방문한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증을 걸어 두고 있었지만 화재 예방책은 2.3kg 소화기 한 대뿐이었다. 밤 10시가 되자 게스트하우스 직원은 퇴근했고 안내데스크는 빈자리로 남았다. 직원은 “밤 근무자는 없다. 문제가 생기면 투숙객이 사장한테 연락한다”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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