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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 앞두고 통신 3사 전전긍긍하는 이유

직영판매점 뾰족한 수 없어 '비상'​…'24시간 대기' 전산 부서 대안 없어 '막막'

2018.04.06(Fri) 16:25:36

[비즈한국]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된다. 주 40시간 근무 시 연장근무는 최대 주 12시간까지만 가능해진다. ​기존에는 최대 주 28시간까지 연장근무가 가능했다.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도 이를 위한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설계, 필요에 따른 집중도를 높여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본사와 달리 고객과 맞닿아 있는 직영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전산 시간 단축 논의와 맞물려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은 이달부터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 내에서 업무 성격과 일정을 고려해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하는 게 골자다. 마감 등의 업무로 매월 마지막 주 업무량이 많은 직원은 근무계획에 미리 반영해, 그 전주는 30시간, 해당 주는 50시간으로 나눠 일할 수 있다. 셋째 주 금요일에는 전 직원이 오후 3시 조기 퇴근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오는 7월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유연근무제' 예행연습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KT는 지난달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나인 투 식스(9시 출근 6시 퇴근)’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오후 5시 30분이 되면 각 PC에 업무 마무리를 요청하는 메신저가 뜨고 담당자들이 돌아다니면서 퇴근을 독려한다. 지난 2일부터는 근무 외 시간인 오후 6시 30분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30분까지 사내시스템 접속을 제한했다. 주말과 휴일을 비롯해 연차 사용일에는 전 시간대 사내시스템 사용불가다.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정부 방침에 부합한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취임 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즐거운직장팀’을 신설, 운영 중이다. 직원들의 생애주기별 가족 프로그램 운영, 둘째·셋째 주 수요일 오후 5시 퇴근,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시차출퇴근제를 운영 중이며, PC오프제도 도입했다. 아울러 7월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추가 조치 등을 검토 중이다.

이동통신 3사는 7월 52시간 근무 체계를 전격 적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유연근무제를 조기 시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7월 시행 전 근로변경 변화를 직원들이 체감하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변경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획·전략·인사 등의 부서 직원들은 ‘랜선’만 차단했지 야근은 지속된다는 입장이다. 기획 부서에 종사하는 이 아무개 씨(30)는 “내부적으로는 유연근무제를 독려하는 분위기지만 집에 무작정 가라고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며 “업무량이 그대론데 근로시간은 단축시킨다고 하니 집에 가서 야근하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24시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네트워크 관제 부서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 적용이 쉽지 않다. 네트워크 장애로 인한 서비스 지연 등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상시 대기가 필수적인 탓이다. KT 측은 “네트워크 관제는 업무 특성상 24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곳이어서 2교대 근무를 통해 나인 투 식스를 하고 있다”며 “자율적으로 근무표를 짜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측도 이와 관련 주 52시간 근무에 문제가 없도록 법률 자문을 구하는 등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통신판매점들 중 이들 회사의 직영점은 본사 및 지사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유연근무제의 또 다른 사각지대다. SK텔레콤은 자회사 PS&M에 1000여 곳에 달하는 직영점 업무를 맡기고 있다. KT 역시 자회사 M&S를 통해 직영점 2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만 350여 개의 직영점을 본사에서 직접 관할하고 있다. SK텔레콤, KT의 자회사 모두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대상이다.​

이동통신 3사의 직영점들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전산 시간 단축 논의와 맞물려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진=박정훈 기자


특히 직영점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답보 상태에 빠진 휴대폰 전산시간 단축 논의와 맞물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휴대폰 전산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번호이동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말부터 전산 운영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업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운영 시간이 줄면 매출 감소와 고객 불만이 발생한다는 게 판매·유통업계 반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순환근무나 교대근무 등 유연근무제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 추가가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전산 운영 시간 단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재 인원으로 유연 근무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직영 업무를 대리하는 업체에서도 주 52시간을 맞추려면 신규 인원 채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산 운영시간 단축이 정책적으로 선결돼야 직영대리점의 근로환경 개선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산시간 단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주 52시간에 맞추라고 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신규 인력을 뽑는 데 필요한 인건비도 폭등하게 될 것”이라며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정부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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