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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vs BMW코리아 김효준

국내 수입차 1위 두고 엎치락 뒤치락…배출가스 인증 조작 파문으로 BMW 주춤

2018.04.04(Wed) 09:42:01

[비즈한국]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23만 7938대(등록 기준) 규모다. 현대자동차(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와 기아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은 각각 52만 대, 46만 대 수준이다. 반면 쉐보레,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은 각 10만~12만 대 수준이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으로 보면 국내 자동차 제조사 2개를 합친 규모만큼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각 5만~6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수로는 국내 하위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지만, ‘대수’가 아닌 ‘가격’으로 따지면 최소 4000만 원이 넘는 차량을 주로 판매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덩치가 우세하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왼쪽),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오른쪽).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코리아


2016년 연말 수입차 시장에서는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7년 만에 BMW의 판매량을 앞선 것이다. 2016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5만 6343대를 팔아 4만8459대를 판 BMW코리아를 앞섰다. 2017년에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6만 8861대, BMW코리아는 5만9624대였다. 

 

특히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Dimitris Psillakis)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 2015년 9월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일이라 실라키스 사장에 이목이 집중됐다. 1995년 BMW코리아 상무이사로 입사해 20년 넘게 BMW를 이끈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수입차 시장의 ‘전설’로 군림했지만, 경쟁사의 추격과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존재감이 흐려졌다.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국내 수입차 브랜드는 보통 해외 본사 임원이 3년 임기로 거쳐 가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연임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영 스타일보다는 시스템에 의존하는 성향이 크다. 

 

그럼에도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한국시장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착으로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그는 한국 지사장에 지명된 2015년 5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로 가는 것, 한국 고객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풍부한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울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쌓은 경험으로 한국 지사에 헌신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도 말했다. 1966년 그리스에서 태어난 실라키스 사장은 영국 켄트대학교에서 전자공학 학사를, 런던대학교 임페리얼칼리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런던의 오메가 테크놀로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2년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에 입사한 뒤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에서 주로 일했으며 독일, 영국, 브라질에서 근무했다. 

 

2013~2015년 메르세데스-벤츠 브라질에서 승용차부문 대표를 맡았던 그는 2년 만에 판매량을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그 비결로 딜러 네크워크를 60개까지 확장하고 품질 및 수익성 위주로 리빌딩한 것이 꼽힌다. 당시 그는 2020년까지 판매량을 4배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세우기도 했다. 

 

2016년 판매량에서 BMW코리아를 누른 지 얼마 안 된 2017년 초 그는 판매점을 42개에서 50개로, 서비스센터는 48개에서 55개로 늘리며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실라키스 사장은 판매량 증가를 위해 판매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프터서비스망을 구축하는 것에도 동일한 비중을 둔다. 자동차는 차량 자체의 완성도와 매력이 구매를 결정짓는 첫째 요소지만, 판매와 애프터서비스망 확대라는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BMW를 제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실라키스 사장은 디지털 세일즈 플랫폼을 론칭해 고객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손쉽게 구매상담 및 애프터서비스 예약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주문한 자동차가 현재 어디까지 운송이 되고 있는지도 고객이 추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구상은 현재 상당 부분 구체화됐다. 

 

그는 2017년 2월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을 맡았다. ECCK 회장으로서 가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현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17년 5월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이라는 상당한 공백기를 가진 뒤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한국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 것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으며 기쁘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무역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관세와 세금을 더욱 개방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발언은 사견이라기보다는 유럽 기업의 이익단체 수장으로서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의 기업들은 국내 진출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고,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보호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수입차에 대한 차별을 없애달라는 호소로 볼 수 있다. 

 

2017년 1월 실라키스 사장은 판매목표를 6만 대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6만 8861대를 판매했다. 올 1월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올해 7만 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올 1월 BMW 코리아 회장으로 승진한 김효준 회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의 산 증인이자 역사 그 자체다. 고졸 학력과 독특한 이력들로 무수한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사진=BMW코리아


1957년생인 김 회장은 성동중학교 시절 학급 반장을 맡을 정도로 성실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부친이 교통사로를 당해 생활능력을 상실하자 인문계 진학을 포기하고 덕수상고로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중학생 10명을 모아 과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고3때인 1974년 삼보증권(대우증권의 전신)에 입사해 재무와 경리를 담당했다. 사무실에 사장이 나타나면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서 있어야 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여겨져 총무부장을 찾아가 개선책을 마련해 달라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1976년엔 친하게 지내던 선린상고 출신의 선배 한 사람이 승진에서 누락되자 한밤중에 인사담당 임원을 찾아가 “우리 회사에는 능력이 출중한 상고 출신이 많습니다. 상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대졸 출신과 차별하면 누가 회사에 충성을 바치겠습니까”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학력의 장벽을 느낀 그는 1979년 보충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외국계 화재보험사인 하트포드로 이직했고, 6년 6개월 동안 재무 담당으로 일했다. 1986년 유명 제약회사 신텍스가 한국법인 설립을 창설할 때 재경부 차장으로 입사했다. 신약 출시 때 의사·약사에게 뒷돈을 주고 임상실험을 맡기던 관행에서 그는 세법을 연구해 ‘임상실험비’라는 항목을 찾아내 연간 수십억 원의 경비를 손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충북 음성에 공장을 지을 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득해 허가를 받아냈다. 13명으로 시작한 한국신텍스는 135명으로 직원이 늘었고 김 회장은 부장, 이사 승진을 거듭해 1994년 대표이사 부사장이 됐다. 당시 한국신텍스의 미국인 사장은 “차기 혹은 차차기에 사장으로 쓸 만한 재목이다”라고 인사기록에 남겼다. 

 

그러던 중 신텍스 본사가 스위스 제약사안 로슈에 매각되자 한국신텍스는 한국 로슈에 합병됐고 100여 명의 직원은 회사를 떠나야 했다. 신텍스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해 고용한 헤드헌터는 오히려 김 회장을 눈여겨보고 BMW코리아 임원으로 추천했다. 1995년 3월 미국 유명대학 박사와 MBA 출신의 예비후보 2명과 함께 독일에서 면접을 본 뒤 상무이사로 입사했다. 

 

2000년 그는 사장이 되면서 세 가지를 주문했다. ‘B2B(벤츠에서 BMW로)’, ‘B2C(BMW는 고객을 지향한다)’, ‘1 in 5(1% 점유율을 5년 안에 이룬다)’였다. 판매상들은 “어떻게 벤츠를 이기느냐” “2등이니 싸게라도 팔아야 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 해 바로 2500대를 팔며 메르세데스-벤츠를 추월했다. 

 

2000년 ASEM(아셈) 회의 때 의전차량으로 BMW 차량 135대를 제공한 것도 그의 전략이 빛을 낸 결과다. 당시 정부에서는 “어떻게 수입차를 의전차로 내세우냐”며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으나, 김 회장은 “수입차를 의전차량으로 쓰면 외국이 한국을 글로벌한 시장으로 볼 것이고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2015년까지 승승장구하던 김 회장이었지만, 2016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에 판매량이 밀리면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포르쉐코리아에 배출가스 시험성적서 위변조, 부품 임의변경 등으로 인증취소와 총 70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중 BMW는 배출가스 인증기준 위반 관련 608억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메르세데스-벤츠(78억 원), 포르쉐(17억 원)보다도 월등히 많은 금액이고, 폭스바겐 사태 때의 319억 원보다 높은 사상 최대의 과징금이었다. 폭스바겐 사태 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자 2016년 7월부터 차종 당 과징금 상한액을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BMW코리아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판매한 경유차 10종, 휘발유차 18종 등 28개 차종 8만 1483대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성적표를 위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시험한 차종 및 시험 시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일부는 시험결과 수치를 낮춰 기재했다. 환경부 조치에 따라 528i 엑스드라이브 등 37종 8만 9264대는 인증 또는 재인증을 받을 때까지 판매정치 저분이 결정됐다.

 

한편 서울세관은 지난해 11월 8일 BMW 등 적발업체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법인과 김 회장이 사법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회장은 정년 60세가 되는 올해 2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지만, 연임이 확정돼 ‘20년 장수 CEO’, ‘직장인의 신화’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취임 당시 25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을 5만 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올 1월 회장으로 승진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수입차 업체로는 최초로 ‘회장’ 타이틀을 단 것이다. 다만 3월 1일 말레이시아 법인을 맡았던 한상윤 전 법인장이 BMW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을 맡았다. BMW 측은 차기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함으로써 레임덕이나 혼란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 등을 염두에 둔 BMW가 김 회장을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이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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