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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다시 돌아온 청청패션

주기적으로 부활하며 사랑받는 패션…올해 새로운 유행 조짐

2018.04.02(Mon) 16:50:58

[비즈한국] 1980~90년대 유행했던 패션 스타일 중 하나가 청바지에 청셔츠 혹은 청재킷(데님재킷)을 조합한 이른바 ‘청청패션’이다. 21세기가 되며 청청패션은 촌스러운 이미지가 되기도 했다. 옷장 속에 청청패션 아이템을 갖고 있는 4050 세대가 아직도 꽤 있을 듯하다. 그들이 20대일 땐 한번쯤 다 입어본 옷이었으니까. 1990년대를 끝으로 청청패션은 우리에게 멀어져갔다. 

 

하지만 이제 다시 옷장을 뒤질 때가 온 듯하다. 올 초 영국 BBC는 2018년을 지배할 패션 키워드 중 하나로 뉴 데님(New denim)을 얘기했다. ‘데님 온 데님(denim on denim)’ 스타일로 입으라고 했는데, 데님 위에 데님을 입는 것이니 그게 바로 청청패션이다. 

 

올 초 영국 BBC는 2018년을 지배할 패션 키워드 중 하나로 뉴 데님(New denim)을 얘기했다. ​사진=캘빈클라인


패셔니스타들은 청청패션이 유행에서 이탈했어도 종종 선택하기도 한다. 남과의 차별성을 위해서기도 하고, 한발 앞선 이미지를 위해서기도 한데, 최근 몇 년 새 청청패션을 시도한 국내외 셀렙들이 많았다. 해외 유명 배우·가수는 물론이고, 방탄소년단, 워너원 강다니엘, 선미 등 가장 핫하다는 K팝 스타들이 청청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1990년대 청청패션을 모티브로 한 캘빈 클라인 광고. 사진=캘빈 클라인


결정적으론 패션업계가 청청에 주목해서다. 2017년 가을·겨울 시즌 캘빈 클라인의 청바지 광고를 보면 1997년의 봄·여름 시즌 광고를 연상케 한다. 20년 전 케이트 모스가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고 웃는 모습이 20년 후 다른 모델에 의해 재현된 듯한데, 정면에서 찍은 것과 측면에서 찍은 것의 차이만 있을 뿐 앉아있는 자세와 팔의 위치도 비슷하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캘빈클라인의 청청패션을 현재로 데려온 느낌이다. 확실히 청청패션이 올해 다시 부활할 조짐이 크다. 아니 이미 부활을 시작했다.

 

청재킷, 엄밀히 말해 데님재킷이라 부르는 옷의 역사는 길다. 19세기 미국 목장의 카우보이나 골드러시 때 광부의 스타일이었다. 멋이 아니라 실용성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는데, 20세기 중반 20대들의 힙한 스타일이 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 반항의 아이콘이던 제임스딘과 반항과 섹시함을 곁들인 말론브란도 모두 데님룩의 상징과도 같다. 데님룩 하면 엘비스 프레슬리도 빼놓을 수 없다. 

 

‘청청패션’ 하면 엘비스 프레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사진=비즈한국 DB


청청패션을 캐나디안 턱시도(Canadian tuxedo)라고도 한다. 1951년 미국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빙 크로스비가 청바지 차림이란 이유로 캐나다의 고급 호텔 입장을 거절당한 일이 있었고, 이걸 들은 리바이스가 데님으로 턱시도를 만들어줬던 일에서 유래한 말이다. 

 

청청패션하면 말보로 담배 광고 캐릭터인 말보로맨을 빼놓을 수 없다. 말보로맨 이미지가 처음 광고에 나온 것이 1954년이고 이후 1950~60년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이런 여러 이유로 청청패션의 1차 전성기를 1950년대로 꼽아도 무방하다. 

 

1970년대 청청패션은 다시 유행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불었던 히피열풍과 청바지의 저항정신이 계승됐고, 1970년대 밥 말리가 데님셔츠와 청바지를 공연에서 자주 입기도 했고, 1970년대를 상징하는 영화 중 하나인 ‘토요일밤의 열기’가 극중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청청패션을 문화적 아이콘으로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그 후 다시 뜨거워진 건 1980~90년대다. X세대와 여피족에게도 지지를 받던 패션이었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는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시위현장에서 ‘백골단’이라 불리던 사복경찰관들의 복장도 청청패션이었다. 아마 당시 거리시위를 나가봤던 이들이라면 그들을 봤던 생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청청패션이 한국에 들어와서 겪은 시대의 부조화다.

 

청청패션을 입고 나이든 아저씨처럼 굴어선 안 된다. 사진=유니클로


데님재킷과 청청패션은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다. 기존의 권위나 권력과는 거리가 있다. 데님은 캐주얼하면서 터프한 스타일이다. 청청패션을 입고 나이든 아저씨처럼 굴어선 안 된다. 청바지에 정장구두를 신은 것만큼 부조화이자 패션테러다. 청청패션을 입을 때만큼은 나이를 잊자. 권위도 내려놓고, 돈자랑도 힘자랑도 하지 말자는 거다. 부장이 계급장 떼버리고 신입사원과 함께 청청패션으로 맥주 한 잔 마시며 격 없이 수다 떨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요즘 기업에서 조직의 수평화, 애자일(agile·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따르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피드백 등을 반영해 유연하게 대응해나가는 방식) 조직문화를 지향하는데, 핵심은 나이와 직급에 따른 권위를 버리고 동료로서의 존중을 동등하게 가짐과 동시에 치열하게 싸우자는 의미기도 하다. 

 

청바지에는 세 가지가 없다고 한다. 4계절 언제나 입는다고 해서 시즌리스(Seasonless), 남녀 구분 없이 입는다고 해서 젠더리스(Genderless), 아이부터 노인까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입을 수 있다고 해서 에이지리스(Ageless)다. 이런 이미지를 더 강화시킨 게 청청패션이다. 청바지와 청셔츠를 입고 스니커즈로 마무리하거나, 청바지와 흰 티셔츠를 입고 청재킷을 걸쳐 마무리해도 좋다. 

 

청청패션은 화려하지 않고 요란하지도 않다. 투박한 듯 실용적이고, 평범한 듯 기본적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계속 부활하며 사랑을 받는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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