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대우건설 차기 사장 안갯속,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최순실 낙하산' 의혹 전임 사장 때부터 꼬여…산은 "아직 확정된 것 없어"

2018.03.30(Fri) 17:44:00

[비즈한국]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 건설사 대우건설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보유한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경영자율권 보장을 강조하지만, 낙하산 논란에 이어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 대우건설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대우건설 사옥. 사진=임준선 기자


전임 박창민 사장은 대우건설 창립 이래 첫 외부 출신 CEO였다. 취임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던 박 사장은 취임 1년 만인 2017년 8월 ‘최순실 낙하산’ 의혹에 휘말리며 사퇴했다. 대우건설은 2016년 사장공모 과정에서 ‘해외수주 능력을 갖춘 자’​를 공모조건에 포함했다. 

 

하지만 당시 박창민 후보는 해외사업 경력이 거의 없었음에도 사장이 됐다. 박창민 후보는 현대산업개발에서 30년 넘게 재직하며 사장에 취임해 주로 주택사업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2년부터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할 때까지 한국주택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박창민 후보가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한 배경에 주택협회장 경력을 발판삼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택협회는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관련 이익을 도모하고 업계 의견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단체다. 따라서 주택협회장은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쌀을 수 있는 자리다. 

 

대우건설 노조는 박창민 후보의 사장 선임을 줄곧 반대했다. 취임 당일에도 노조는 대우건설 사옥에서 “박 후보가 주택협회장을 지내며 집권세력인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한 유력 정치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사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2016년 하반기부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고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박창민 사장 취임에 ‘최순실 씨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일로 사퇴 압박을 받던 박창민 사장은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박창민 사장이 재임하던 2016년 대우건설은 해외사업 부문의 부실로 연결기준 4672억 원이란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2017년 12월 27일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 겸 산은금융지주 회장(현 이동걸 산은금융 회장과 동명이인)을 사장 인사 개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은 박창민 사장의 취임 전후인 2016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최순실이 지목한 박창민 후보를 대우건설 사장에 오를 수 있도록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이 ​사장후보추원위 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수사해야 한다”며 “노조가 그를 고발한 후 3개월을 넘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박창민 사장 사임 후 대우건설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송문선 부사장이 2017년 8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송문선 대표는 2017년 대우건설 CFO로 취임하기 전까지 줄곧 산업은행에서만 경력을 쌓아 부행장에 오른 금융 및 재무 전문가다. 

 

CFO는 기업의 경리·자금·원가·심사 등을 총괄한다. 업무 특성상 기업 인수·합병(M&A), 주가 관리 등과 떼놓을 수 없는 자리다. 하지만 CFO인 송 부사장이 대표를 맡은 이후 대우건설은 매각 불발과 주가하락이라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취임 이후 송문선 대표는 2016년 해외사업 부실 책임을 물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임원들을 경질했다. 그는 조직 슬림화에 초점을 맞추며 매각에 사업 역량을 집중했다.

 

이러한 조치는 매각불발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해외 부실 문제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태를 낳았다. 산업은행은 올 1월 31일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확정했다. 그러나 입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에서 30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견되었고 호반건설은 2월 8일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주요 임원들 부재 외에도 송 대표가 CFO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했더라면 부실 문제를 사전에 발견할 수도 있었지 않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주가가 높을 때 매각을 완료할수록 투자한 공적자금 등을 더 많이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송문선 부사장이 대표를 맡은 후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8000억 원이나 증발했다. 대표를 맡게 될 당시 3조 원에 달했던 대우건설 시총은 30일 종가기준 2조 1986억 원으로 떨어졌다. 

 

산업은행은 박창민 전 사장이 취임 1년 만에 갑자기 사임하자 대우건설의 매각 완료 후 새로운 CEO를 선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매각 불발로 재매각을 추진하기 전에 새로운 사장을 뽑기로 했다. 따라서 송문선 부사장은 1년도 안 돼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전망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표 퇴임 후 공식 절차를 거쳐 새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는다는 사규가 있다”며 “전임 CFO의 임기만료로 송문선 부사장이 새로운 CFO로 2017년 3월 취임했고, 박창민 사장이 사임하면서 2017년 8월부터 송 부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사장 선임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과 사추위에 투명한 정보공개와 적법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관계자는 “이번 대우건설 사장 선임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송문선 부사장은 부행장 임기 만료 후 대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의 주가는 복잡한 대내외 사정이 복합적으로 얽혀 형성된다. 따라서 경영진의 잘못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핫클릭]

· '이것이 식당의 미래?' 일본 미라이식당의 성공비결
· 대우조선해양 주총에 '정성립 재선임' 안건이 없네? '이제 어쩔…'
· 현대차그룹 "2년 내 흑자" 공언한 현대라이프생명 최대주주 '아웃' 속사정
· [단독] 호반건설 우면동 신사옥 부지가 '문화재단'으로 간 까닭
· ‘빅배스’ 단행 대우건설, 인력 감축까지 하나 ‘흉흉’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