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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손문일-평면에 그려낸 입체

2018.04.03(Tue) 10:00:56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A Stack 10: 80x55cm Acrylic on fabric over aluminum pannel 2015


현대미술이 다양한 표현과 기법으로 발전하는 데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 덕분이 크다. 20세기 이후 미술을 이끌어온 동력은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였다.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현대미술을 다양하고 재미있게 바꾸어 놓았다. 

 

따라서 작가들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데서 예술의 가치를 찾는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작가의 내적 창의 욕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거나 당위성을 갖지 못한다면 한낱 해프닝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디어 차용이나 도용, 남발 때문에 현대미술이 ‘장난기 어린 얄팍한 술수’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현대미술은 우리의 삶을 그만큼 풍요롭게 해주었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아이디어로 세계적 작가가 된 루치오 폰타나(1899-1968)는 평면에다 공간을 새겨 넣는 기발한 발상으로 유명하다.

 

Liquid and soild 1: 53x40x190cm Glue stick 2016

 


평면에 공간을 집어넣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다. 대부분은 평면 위에 무언가를 붙이는 방법으로 이를 실현하려고 한다. 그러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이디어의 참신함이나 새로움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포기했지만 폰타나는 분명히 새로운 발상을 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실험을 거듭했다. 이렇게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조금 다르게 본 것이다.

 

그는 캔버스를 예리한 칼로 그어서 평면에다 공간을 새겨 넣었다. 팽팽한 캔버스 천은 칼로 베인 자국을 따라 오그라들면서 공간의 느낌을 보여주었다. 작품으로 나타난 결과물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회화를 ‘공간주의’라 부른다.

 

손문일 회화가 보여주는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사진 같기도 하고 조각처럼도 보인다. 만들고 그리는 과정으로 엮어낸 평면 회화인데 그렇게 보인다. 사물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노력이 빚어낸 아이디어 덕분이다. 

 

 

그의 회화는 등신대 크기의 인물을 알루미늄 판으로 오려내 천으로 씌우고, 에어브러시로 음영을 처리해 실재감을 살리는 작업이다.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서 그린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손문일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회화는 캔버스, 알루미늄이나 천 혹은 물감으로 이루어진 물질일 뿐이다. 거기에 생각을 담은 이미지를 덧붙여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가상의 현실이다. 결국 물질과 이미지를 연결시킨 착시 효과를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일루저니즘(Illusionnism)’이라 부르며, 회화가 꾸준히 추구해온 본질적 개념이다. 그는 물질과 이미지의 경계 자체를 허물어 제3의 회화 개념에 도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진처럼 혹은 천 자체의 물질 또는 조각 같아 보인다. 그렸지만 그린 흔적이 보이지 않는 회화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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