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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식당의 미래?' 일본 미라이식당의 성공비결

엔지니어 출신 셰프, 메뉴는 정식 한 가지, 일 도우면 밥값 공짜

2018.03.29(Thu) 19:56:07

[비즈한국] 회사원들로 북적거리는 도쿄 짐보초역. 인근의 한 빌딩 지하 1층에는 ‘미라이식당(未来食堂)’이 성업 중이다. 카운터 12석이 전부인, 이 작은 식당은 주인 고바야시 세카이 씨가 혼자 운영한다.

 

2015년 10월 오픈한 미라이식당은 그동안 텔레비전, 잡지, 신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을 만큼 인기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유독 미라이식당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주인인 고바야시의 독특한 가게 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미라이식당의 오너셰프 고바야시는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사진=미라이식당 홈페이지


고바야시는 도쿄공업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 IBM과 쿡패드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이색 경력을 지녔다. 퇴사해 1년 반 동안은 6곳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그길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기본적으로 식당의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 작은 가게이긴 하지만 점심시간에는 최대 10회전을 돌릴 때도 많다. 종업원이 없으므로 인건비는 제로. 한 달 매출액이 110만 엔(약 1100만 원)이 넘는 등 충분히 흑자다. 

 

그런데 바쁜 점심시간을 어떻게 혼자서 운영하는 걸까. 미라이식당에는 한번 방문한 손님이라면 누구라도 가게 일을 거들 수 있는 ‘도우미(자원봉사)’ 시스템이 있다. 50분 가게 일을 도와주면 한 끼 식사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언뜻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 같지만, 근본적인 뿌리는 다르다.

 

고바야시는 이 시스템을 “손님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흔히 식당주인과 손님은 돈을 내고 요리를 먹는 관계로 그치고 만다. 한번 온 손님에게 ‘돈은 필요 없으니 또 오세요’라고 말한다 한들 현실적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 그래서 고바야시는 “미라이식당과의 관계성을 바라는 손님들에게 돈 대신 시간을 쓰는 시스템을 고안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손님도 가게를 도우면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설령 돈이 없더라도 밥을 먹으러 오는 것이 가능해진다.

 

도우미는 개점 전부터 폐점 후까지 하루 최대 7명 이내로 받는다. 맛있는 식사가 목적인 사람을 포함해 돈 없는 학생, 창업에 관심 있는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가게 일을 돕고 있다. 식당 홈페이지에는 ‘누가 언제 일하겠다’는 스케줄표도 올라온다. 종업원들의 교대근무, 일손부족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식당 주인이 많은 게 현실이나 미라이식당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일정을 적는다. 결과적으로 고바야시 입장에서는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뛰어난 그의 비즈니스 감각이 엿보이는 시스템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고바야시는 기본보다 ‘효율성’을 우선시한다. 예를 들어 미라이식당의 점심 메뉴는 날마다 바뀌는 정식 한 가지다. 가격은 우리 돈으로 9000원 정도. 두 번째 방문부터는 1000원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메뉴가 여럿이어야 손님이 좋아하는 걸 고를 수 있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그럴 경우 메뉴가 늘어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식재료 수가 불어난다.

 

미라이식당의 메뉴는 정식 단 하나. 구성은 날마다 바뀐다. 사진=미라이식당 홈페이지


중요한 것은 손님이 만족할 만한 메뉴다. 매일 한 종류의 정식만 있더라도 손님이 먹고 싶은 음식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한 가지 메뉴라 바쁜 점심시간에 ‘좀 더 빨리’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실제로 “테이블에 앉자마자 바로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좋다”는 이유로 다시 식당을 찾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저녁 시간에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냉장고 속 재료를 리스트로 공개한 후 손님이 먹고 싶은 재료를 선택하면 ‘맞춤형 요리’를 만들어주는 것. 메뉴가 정해져 있지 않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호에 맞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 식당 운영에 있어서도 재료 낭비가 없으니 효율적이다.

 

일본 경제지 ‘동양경제온라인’에 따르면 고바야시는 창업 전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점, 출장뷔페 등 6곳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바야시는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체인점에서 많이 배웠다”고 털어놨다. 

 

셰프의 요리에 비하자면, 체인점의 음식은 좀 가벼울지 모르나 만인의 입맛에 맞는 ‘최대공약수’ 같은 맛이다. 이에 대해 고바야시는 “그런 맛을 배우는 것도 헛된 일이 아니며 패밀리레스토랑의 청소 방법 등도 대단히 참고가 됐다”고 덧붙였다. 체인점의 효율적인 부분을 도입하고, 나름대로 재해석해 응용한 것이 지금껏 혼자서 별무리 없이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가 돼줬다.

 

미라이식당의 외부 모습. 낮에는 정식, 저녁에는 손님이 주문하는 재료로 맞춤요리를 해준다. 사진=미라이식당 홈페이지


이렇듯 미라이식당은 기존 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시스템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순조롭게 매출도 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고바야시는 “매스컴 보도로 손님이 느는 것은 반짝 효과일 뿐”이라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식당 운영의 기본 축은 맛있는 정식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이다. 손님은 음식에 만족하면 다시 방문해준다. 이익은 단순한 결과다. 오늘의 정식, 내일의 정식을 맛있게 만드는 데 노력하면 자연히 도출되는 결과다. 시스템으로 눈길을 끌기보다 식당의 본분을 다하고 싶다. 매일 맛있는 정식으로 손님의 몸도, 마음도 충실해지는 고향 같은 식당을 꿈꾼다.”​ 

강윤화 외신프리랜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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