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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누가 논쟁을 조장하나, 불확실성을 즐기는 자가 '범인'

전문가집단이 논쟁으로 이득…참고는 하되 '묻지마 추종'은 절대 안 돼

2018.03.26(Mon) 11:35:33

[비즈한국]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내 정부, 기업, 국민, 전문가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액터’의 입장이 다르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이슈는 태생부터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를 많이 얻고, 동시에 국가 재정을 위한 세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은 그 존재 이유 자체가 이윤 추구 집단이다. 스스로 홍보를 위해 봉사하려고 하지 않는 이상 기업에게 기대할 것은 많지 않다. 국민은 정부에 지나치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기업들과 부자들에게 내어놓으라고만 한다. 자신은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전문가들도 나름대로의 이해관계가 있다. 

 

따라서 논쟁의 원인을 찾아내려면 이해관계인의 입장이 아닌, 한 발 물러선 위치에서 봐야 한다. 논쟁의 ‘구경꾼 입장’이 가장 좋다. 논쟁의 원고와 피고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즐기는 집단은 누구일까.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건설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가장 최근의 이슈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자. 8·2 대책 이후 일련의 정부 부동산 정책 중에서 가장 부각되는 것은 재건축 조건 강화다. 먼저 재건축 조건 강화가 바람직한 것인가 아닌가로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당연히 부동산 관심층은 재건축 완화를 찬성하는 쪽이었고, 아파트 매수층과 관계가 적은 사람들은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찬성하는 쪽의 입장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입지의 새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어서 그럴 것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명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시세 차익이나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되므로 찬성할 것이다. 반대하는 입장의 의견은, 찬성하는 쪽이 예상하는 대로 되면 서울의 주요 인기 지역으로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지고, 게다가 주변 집값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므로 그럴 것이다. 무주택자들에게는 상실감까지 생기게 될 것이 우려된다며 비판을 하기도 한다.

 

양측의 논쟁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립이 발생하고, 전문가들도 반대 입장이 생긴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이 무조건 이익이다. 세금이라는 국가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건축 찬성 쪽의 지지를 더 받게 될 것이다. 덧붙여 재건축을 허가해 준다고 해도 그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정부의 지지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기업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설사 미분양이 나서 이익이 줄어들지는 몰라도 적어도 건축비만큼 매출이 발생하기에 무조건 찬성할 것이다. 재건축 조건 완화에 대해서는 국민과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발생한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국민은 많은 정책의 배경을 잘 알 수가 없다. 왜 그럴까? 1차적인 이유로는, 대부분의 국민은 피부에 바로 와 닿지 않는 이슈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친절하게 정책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런 언론사가 많지 않다. 이 정책의 향후 영향은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기사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부동산 분양 관련 기사가 대부분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언론사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전문성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 국민에게 꼭 알려야 하는 부분, 여론이 필요한 부분은 초등학생도 알기 쉬울 정도로 쉽게 전달을 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결국 논쟁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논쟁이 발생하지 않고, 논쟁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논쟁이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논쟁을 가장 많이 조장하는 계층은 역시 전문가층이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는 ‘부동산 시세가 상승할까, 하락할까’다. 사실 이 논쟁의 주제 자체가 논거가 많이 부족하다. 차라리 상승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현상이 발생하고, 하락하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관심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신문과 TV 경제 뉴스를 보면 전문가들은 빌라, 상가, 분양형 호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평생월급 통장을 마련해줄 것이라 한다. 돈 없는 우리에게 그런 대안이 무슨 소용인가. 다음 달에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계층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또 대책 없이 부동산 하락론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에게 묻고 싶다. 부동산이 폭락할 테니까,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폭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한다면 도대체 그 시기가 언제라는 것인가.

 

이 두 전문가 집단은 국민을 위하는 것 같지 않다. 기업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일부 전문가들은 그것이 그들의 밥벌이인 것 같다. 소위 폭락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밥벌이를 하고 있다. 강연과 도서 판매,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의 경제 리포트 판매 등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진짜 궁금하다. 부동산이 폭락한다는 경제 리포트를 유료로 구독하는 분들은 도대체 그 내용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는 것일까? 그 유료 리포트를 보고 있으면 집이 저절로 생길 거라고 믿는 것인가? 

 

8·2 대책 이후 일련의 정부 부동산 정책 중에서 가장 부각되는 것은 재건축 조건 강화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다면 과연 부동산 논쟁으로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될까? 정부는 어떻게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다. 논쟁을 좋아할 리 만무하다. 기업은 어떻게든 부동산이 활성화되어 한 채라도 더 분양이 되길 희망한다. 당연히 논쟁이 발생하는 걸 싫어한다. 

 

국민은 논쟁이 과열될 때마다 두려울 뿐이다. 위험한 일과 불확실한 일 중 어떤 것이 일반인에게 더 두려운 일일까? 위험한 일이 더 불리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가장 두려운 요소다. 

 

이건 정부, 기업, 국민 모두에게 다 그렇다. 왜냐하면 위험은 미리 알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불확실한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두려운 상황이 된다. 마치 페널티킥을 막는 골키퍼처럼 말이다. 결국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혹은 가운데를 유지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런 불확실성을 즐기는 계층은 결국 전문가다. 전문가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가 이런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기이다. 바로 지금이다. 결국 부동산 논쟁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계층은 전문가다.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든,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전문가든 똑같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도 많은 부동산 전망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또 강연이 열리곤 한다. 

 

전문가들은 참 빠르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풀리는 것 같으면 바로 각종 투자 설명회가 늘어나고, 경기가 위축되어 있으면 부동산 대세 하락과 관련된 강의도 꽤 인기를 얻는다. 남들이 어려워하는 이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잘 살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경제 전문가가 맞나  보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쟁을 즐기는 계층이며, 경제적으로 활용한다. 때론 이런 논쟁에 먼저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논쟁으로 불확실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이런 때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불확실성으로 전문가 계층만 이익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권을 추가하고 싶다. 재테크 시장에서 보면 부동산 상품과 금융 상품은 경쟁 관계에 있다. 부동산 시장이 좋으면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다.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하면 다시 돈은 금융 시장으로 이동한다. 금융권에서는 부동산의 불확실성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동산과 관련한 부정적인 분석은 대부분 금융권 연구소에서 제공한다. 신문에 나오는 재테크 관련 상담의 답변을 보면 놀랍게도 부동산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고, 금융권 전문가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답변의 유형은 대부분 부동산을 줄이고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제안이다. 

 

결국 부동산 논쟁으로 실제 당사자들이 아닌 부가적인 수익을 얻는 계층이 있는 셈이다. 내가 불안해하고 있을 때 웃고 있는 그 집단을 조심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모든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는 하되 ‘묻지마 추종’은 절대 안 된다. 지금이 그런 시장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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