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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출, 분노방 이어 신개념 이색 놀이문화 '방털기' 체험기

뉴욕 같은 세트장에서 '은행강도' 체험…"젊은이들, 각박한 현실에서 대리만족 추구"

2018.03.23(Fri) 17:54:11

[비즈한국]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방탈출’, ‘분노방’ 등 이색 놀이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방털기’라는 새로운 장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방털기는 참가자들이 1시간 이내에 은행, 아파트 등 특정 장소에 침입해 숨겨진 단서나 미션 등을 해결하고 ‘돈’이 될 만한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오프라인 게임으로, 빨리 탈출하는 게 목적인 방탈출 게임과는 다르다.

 

손님이 몰리는 주말과 방학 시즌엔 몇 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입장하지 못할 정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겁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방털기 게임을 체험한 이들의 후기와 인증사진을 종종 볼 수 있다. ‘비즈한국’이 방털기 게임을 직접 체험해봤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방털기 카페를 찾았다. 실제 뉴욕에 있는 옷가게, 은행 등을 차용해 내부를 꾸몄다. 사진=고성준 기자


지난 22일 오후 2시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방털기 카페를 찾았다. 이곳은 2016년 9월 문을 연 국내 최초 방털기 카페의 직영점으로 지난해 9월 방송된 JTBC의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윤정수-김숙 커플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로비에 들어서자 미국 뉴욕을 연상시키는 부티크, 은행, 아파트 등이 눈에 띄었다. 흡사 영화 세트장을 옮겨놓은 느낌마저 든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뉴욕 브루클린의 세인트존스플레이스에 있는 가게, 은행 등을 토대로 인테리어 했다. 게임을 즐기는 비용은 한 명당 2만 5000원으로 방탈출 카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곳에는 ‘은행’, ‘아파트’, ‘마약거래소’, ‘비밀본부’ 등 총 4개의 에피소드가 있다.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기자는 ‘에피소드 1 은행편’부터 체험하기로 했다. 입장에 앞서 직원이 기본 룰과 안전 수칙, 스토리, 게임 도중 사용하게 될 물품에 대해 10분간 설명했다. 방탈출과 개념이 다를 것이라고 예측은 했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완전히 달랐다. 

  

방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극’. 직원과 한 팀이 돼 특정 장소에 침입해 ‘돈’이 될 만한 물건을 찾아 나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직원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이 때문에 직원들은 입장에 앞서 참가자들에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고 말을 놓는다. 

 

총, 무전기 등 물품 사용 설명을 마친 뒤 직원은 갑자기 기자에게 “나는 XXX야. 네 실력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조사 결과 상황극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기자는 “알고 있었구나. 근데 이번이 마지막이야. 한 건 크게 하고 이 바닥을 떠날 거야”라며 ‘은퇴를 앞둔 도둑’으로 자체 캐릭터를 설정했다. 

 

상황극의 묘미를 극대화할 각종 소품들. 사진=고성준 기자


이처럼 직원과 말을 놓았다면 이미 상황극에 돌입한 것이다. 이후 은행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본격적인 게임은 은행 ATM 앞에서 시작됐다. 실제 뉴욕의 은행 ATM기 앞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인테리어가 세심했다. 참가자들이 방 안에 들어간 사이 같은 팀 직원은 밖에서 무전기로 참가자와 소통을 이어간다. 실마리를 풀지 못할 때 직원에게 무전을 하면 ‘힌트’를 주기도 한다. 이후의 스토리는 스포일러 우려가 있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약속된 1시간이 끝났다. 기자는 1분을 남겨두고 탈출에 성공했다. 이 게임은 방 안에 있는 물건을 터는 것은 물론 제한된 시간 내에 탈출까지 성공해야 한다. 다시 로비로 돌아오자 같은 팀 직원이 “얼마나 털었어? 뭐뭐 가져왔어?”라고 물어봤다. 시간이 다 돼 상황극도 끝난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직원은 기자가 가져온 가방을 열고 안에서 돈뭉치와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정산한 뒤 액수로 결정된 등수를 말해줬다. 기자는 ‘은행편’을 한 985팀 가운데 722등이었다.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에 처음 설정한 ‘은퇴 앞둔 도둑’처럼 이 같은 게임도 접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갔다.

 

실제로 즐겨본 방털기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방털기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운영자 대표 S 씨는 “방탈출은 고객 입장에서 공간과 시간을 돈을 주고 사는 콘텐츠인데, 빨리 나가야 하니까 돈이 아깝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과거 방탈출 카페를 운영하며 실제 그런 불만도 많이 들었고 1시간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니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를 푸는 지적 수준, 느끼는 재미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며 “그걸 줄일 방법을 찾다보니 몸 쓰는 종류, 단순한 방법을 찾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방탈출’부터 ‘분노방’, ‘방털기’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놀이문화가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대리만족’을 이유로 꼽았다. 사진=고성준 기자


방털기 게임의 주 고객층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세대. 고객의 70~80%가 여성이다. 방털기 게임 경험자 대학생 이 아무개 씨(여·22)는 “몇 년 전 방탈출 카페가 등장했을 때 신선하다고 느꼈지만 비슷비슷한 테마와 비싼 값에 비해 시간이 짧아 매번 아쉬웠다”며 “방털기는 제한된 시간을 충분히 쓸 수 있고 상황극으로 몰입도가 커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최근엔 고객 연령층이 위아래로 넓어지는 추세다. 특히 기업에서 술자리 회식 대신 워크숍으로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S 대표는 “아무래도 협동심이 필요한 게임이다 보니 팀 단위로 오는 직장인들도 있다”며 “강제로 상황극을 유도하다 보니 서로 말도 트게 하고 연기를 하면서 직원들이 뭉칠 수 있어 좋다는 방문자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소재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고 한다. S 대표는 “(시장조사를 해보니) 외국에도 이런 콘셉트는 없었다. 굳이 유사한 걸 찾으면 러시아의 ‘액티벤처’”라며 “이는 세트장을 만들어놓고 고객들이 그 안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모습을 찍어 영화를 한 편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방털기 카페가 처음 생긴 이후 이 같은 모티브를 차용해 국내에도 하나둘 방털기 카페가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탈출’부터 ‘분노방’, ‘방털기’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놀이문화가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대리만족’을 이유로 꼽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젊은 층은 대학생 때부터 MT에서 예능에 나온 놀이를 하는 등 마치 TV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콘텐츠를 직접 해보며 흥미를 느낀다”며 “잠시나마 도둑이 돼 일확천금을 노리는 방털기도 스릴 있는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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