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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대세 상승-대세 하락'의 시기는 끝났다

지역별·유형별로 세분화된 시장…양극화 심화될 것

2018.03.19(Mon) 11:32:22

[비즈한국]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 심지어 정부도 부동산시장을 상승 시장, 하락 시장으로 이분화해 정의 내리곤 했다. 하지만 이분법적 사고는 시세 그래프의 우상향·우하향 구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프를 세부적으로 보면 모든 지역이 같은 높이나 같은 패턴으로 움직였던 것도 아니다. 

 

지난 부동산시장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미래는, 무조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방적인 시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하락론이 대세였다. 2013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전문가가 추가 하락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2년 이전보다 시세가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했다. 

 

앞으로의 부동산시장은 무조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일방적 시장이 되진 않을 것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다시 대세 상승으로 전환된 것이었을까? 2016년 서울 부동산시장은 더 많이 올랐다. 2010년 이후 가장 시세 상승이 높았던 대구 부동산시장은 조정이 시작됐고, 2017년 부산 부동산시장의 조정이 시작된다. 하지만 서울은 계속 상승했다. 그 외 지역은 대부분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지역도 대세 상승, 대세 하락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며, 수요가 충족되지 못한 지역의 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늘었고, 반대로 침체된 곳들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양극화 시장이다. 이렇게 하락국면과 상승국면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을 단순하게 ‘상승’ 또는 ‘하락’으로 전망해서는 안 된다.

 

이런 복합적인 양상에도 정부와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비관론을 내세우고 있다. 양측 의견이 엇갈리면서 일반인들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그냥 참고만 하자. 전문가마다 상승 근거로 드는 추세와 지역이 있을 것이다. 그 지역은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반대로 하락론을 주장하는 전문가의 의견은 그 의견대로 참고만 하자. 특정 지역을 이야기하면 그 지역에 대해 분석할 때만 집중해서 판단하면 된다. 

 

전문가의 의견은 참고만 하되, 이 전망 하나만은 확실하게 가슴에 품고 시장을 보자. 이제 묻지마 폭등 시장이 눈앞에 펼쳐질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기가 많은 지역도 단기간에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급등이 되려면 실수요에 투자수요까지 집중돼야 하는데, 지금은 투자자가 아닌 실거주층만이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1980년대의 일본처럼 극호황기를 맞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실거주 위주의 수요가 집중된 부동산시장이 전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따라서 주택의 매매가격은 크게 하락하지도 않겠지만, 크게 상승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전세 시세다. 실거주층 위주의 부동산시장은 투자자가 주택을 추가 구매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다주택자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세 물량이 공급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전세 물건은 시장에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세가 줄면, 임차인은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집을 사든지, 아니면 월세로 전환을 해야 한다. 이러한 시장이라면 어떤 전문가들도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집 구매 의향을 가진 사람이나 임대 의향을 가진 사람이나 이제 선택해야 한다. 부동산 시세는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폭등하지도 않고 폭락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서 말이다. 

 

물론 단기간 내 오르락내리락 하겠지만, 향후 부동산시장은 물가인상률(인플레이션) 수준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할 확률이 높다. 물가상승률 이상 오르는 곳도 있을 것이고, 물가인상률 이하로 떨어지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 박스권 내에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는 자금에 여유가 있고 집을 구매하려고 하는 세대는 소신을 갖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자금 여유가 없어 종자돈을 더 모아야 하는 세대는 조금 더 기다려도 나쁘지 않다. 다만 목표 금액과 목표 시점을 설정해 두어야 한다. 목표를 실행하는 시점에선 대출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가격이 오른다 해도 계속 임차인으로 살고 싶은 세대도 많을 것이다. 이들은 집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생활의 질을 높여 살고 싶은 세대다. 즉 전세나 월세로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자가용을 구입하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며 가끔 해외여행도 하고 싶은 것이다. 에코 세대인 20~30대 연령층들은 상당수가 그럴 것이다. 삶의 행복을 실시간으로 추구한다는 면에서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행복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주택을 구입하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임대로 사는 선택에 있어서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임대 시세 역시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세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번 반복했다. 따라서 임대를 장기적으로 할 세대는 월세 임차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임차인들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행복주택, 신혼부부용 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다. 민간 임대 사업자들이 공급하는 임대 물량들도 시장에 나올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임대 물건이 많아지면 평균 임대 가격도 안정화될 것이다.

 

하지만 임대 세대들이 명심할 것이 있다. 임대 시세 역시 입지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임대로 살더라도 인기 지역은 임대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임대 시장에서도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구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임대 세대는 어쩔 수 없이 2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사 갈 예정 지역을 늘 준비해야 한다. 후보지에 대한 정보와 시세 추이 파악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매매와 임대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다. 한쪽이 위로 가면 다른 쪽은 밑을 향한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부에서 고민하게 하자.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다. 

 

유주택자는 유주택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활용하고, 무주택자는 무주택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놓치면 안 된다. 상승 시장에선 상승 시장대로, 하락 시장에선 하락 시장대로 양 계층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계속 나올 테니 말이다.

 

앞으로도 부동산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겠지만, 지역마다 상승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통계청 예측대로 2031년 이후 인구가 감소한다 해도, 각 지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들이 있다는 것이다. 

 

매매든 임대든 마찬가지이다. 전체 지역의 평균으로 모든 지역이 똑같이 움직일 것이라는, 현실을 무시한 의견들은 무시해 버리자. 내가 거주할 지역의 부동산은 내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정부도 기업체도 전문가도 매스컴도 내 주거생활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내가 관심 가지고 있는 지역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애정을 가지고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나와 내 가족의 거주 편의성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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