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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 갯벌 매립 논란

환경단체 "인근 갯벌 연간 제공가치 300억"…화성시 "관련 대책 확정되지 않아"

2018.03.14(Wed) 11:51:41

[비즈한국] 지난 13일 서울 용산에서 차를 몰고 약 두 시간 걸려 찾아간 화성시 남양만 인근은 아직 봄기운이 오지 않은 쌀쌀한 날씨였다. 갯벌에 물이 차오르고 갈매기들이 노닐고 있었다. 드넓은 갯벌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후에는 이 바다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남양호 인근에는 주한미군의 공군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다가 2005년 폐쇄된 ‘매향리사격장’(쿠니 에어레인저)이 있다. 화성시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남양호 일대에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안에는 대규모 갯벌 매립안이 포함돼있다.
#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이란

지난 2월 8일 경기도와 화성시는 화성시 우정읍사무소 대강당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화성시는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과 ‘매향 국제테마형 주택단지 조성사업’ 두 가지 신규발전 계획을 제출했다.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화성도시공사, 농어촌공사, 현대산업개발이 주관한다. 위치는 남양만 및 화성시 우정읍 전면 공유수면으로 면적은 4.94㎢(약 150만 평)에 달한다. 화성시는 주민들에게 산업단지 조성으로 경제적 파급효과, 주민편의시설 확충, 남양호 준설을 통한 저수용량 확보, 수질개선 및 침수피해 예방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갯벌 매립은 남양호 준설토로 이뤄진다. 최근 몇 년간 인근 농민들은 남양호 수질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에 화성시는 남양호를 준설하고 그 준설토로 갯벌을 매립해 1석 2조의 효과를 거둔다고 설명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준설토로 갯벌을 매립할 계획인 건 맞다”면서도 “큰 그림만 잡은 것이며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산업 부지인 남양만 인근. 사진=고성준 기자


화성시 계획안에 따르면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 조성단계에서 2조 6563억 원의 생산유발액과 1조 6154억 원의 부가가치유발액, 2128명의 고용유발을 기대했다. 운영단계에서는 생산유발액 10조 5369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5조 5156억 원, 고용유발 1만 4881명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화성시는 오는 4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발전종합계획 승인을 받고 2019년 6월까지 국토교통부의 개발계획 승인을 받아 2020년 1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23년 12월까지 남양호 준설을 완료하고 2026년 12월까지 우정 미래첨단산업단지를 준공할 계획이다.

# 환경단체들 “갯벌 매립 반대, 다른 기술적 대안 노력 필요”

그러나 정한철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토사 유입과 남양호 인근 축사에서의 오염원 유입을 차단할 노력은 게을리하고, 눈앞의 결과만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남양호 준설 대신)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빗물이나 중수도 등 다른 기술적 대안은 없는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갯벌 매립은 정부 방침과도 반대된다고 환경단체들은 주장한다. 2015년 8월 해양수산부는 “지난 수십 년간 개발행위 등으로 매립되거나 훼손된 지역의 갯벌 복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갯벌의 무분별한 이용을 막고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전 및 관리를 위한 갯벌어장 용도별 지정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약 2500㎢로 국토면적 대비 2.5%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갯벌의 1㎢당 연간 제공가치는 약 63억 원이다. 이에 따르면 4.94㎢인 남양만 인근의 연간 제공가치는 300억 원이 넘어간다.

남양만 일대는 도요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사진=고성준 기자


남양만 일대는 도요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2017년도 통과철새 도래실태 연구’에 따르면 2017년 봄철 남양만에서 관찰된 도요류는 최대 19종, 2만 4680개체로 유부도(19종, 4만 9015개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개체가 발견됐다. 가을철에도 유부도(17종, 1만 8894개체)에 이어 남양만(15종, 8337개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개체가 관찰됐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갯벌 매립은 시대적 요구와 반대로 가는 길”이라며 “도요새가 서식하는 남양만 갯벌을 파괴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화성시 관계자는 “아직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관련 대책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국토교통부에 승인을 요청하는 단계에서 구체적인 안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 어민들 “대체 어항 마련하면 매립 반대 안 해, 이권 개입은 우려”

또 다른 문제는 어민들에 대한 보상 문제다. 공사가 시작되면 인근 어민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어업을 해야 한다. 지원주 경기남부수협 어촌계장협의회장은 “화성시는 인근에 대체 어항을 만들어준다고 약속했다”며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어항을 만들어주고 어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부지만 보장한다면 매립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남양만 인근에 위치한 어선들. 사진=고성준 기자


지 회장은 이어 “매립으로 인해 여러 단체들이 이권에 개입하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화성시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승인 받으면 협의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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