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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대북확성기 비리 알고도 침묵 정황 자료 단독입수

계약 결정권 가진 재정관리단 수사 제외…내부 감사 통해 알고도 강행

2018.03.13(Tue) 23:42:32

[비즈한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방위사업수사부가 박근혜 정부 역점 사업이었던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국방부가 사전에 이를 미리 파악하고도 ‘침묵’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국방부는 2016년 내부 감사를 통해 대북확성기 사업에 문제점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강행했다. 비리 수사를 맡았던 군 검찰 역시 사업 결정권을 가진 책임 부서는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고 실무자만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그동안 대북확성기 사업 비리 의혹을 두고 육군 장성 출신 전직 국회의원이 연루 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방부의 ‘침묵’ 정황과 연결되는 주된 의혹이다. 최근 군과 감사원 등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방위사업수사부가 대북확성기 사업 관계자들 간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현직 군 관계자들과 군 수뇌부 개입 의혹으로도 수사가 확대 될 가능성도 나온다.

  

총 174억 원이 투입된 대북확성기 사업은 초기부터 특혜 의혹과 동시에 성능이 떨어진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관련기사 군 출신 전직 국회의원 연루 의혹…끝 모를 대북확성기 방산비리). 의혹은 군 검찰과 감사원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군 검찰은 2016년 중반 수사에 착수해 대북확성기 사업을 추진했던 국군 심리전단 소속 실무자들을 군사재판에 넘겼다. 별도로 국회의 요청을 받아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지난 1월 31일 사업 전반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은 민간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지난 2월 말 대북확성기 공급 업체 A 사와 사업 추진 주체인 국방부 국군심리전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군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검찰 수사는 감사원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되는 단순 후속 조치와 다르다. 앞서 군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하고도 혐의를 적용하지 않거나 수사 범위를 확대하지 않은 비리에 대해 추가 정황을 포착했다는 설명이다.

 

# 계약 책임 국군재정관리단​은 수사에서 제외

 

대북확성기 비리 의혹과 관련,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선에서 사업을 추진했던 군 실무자만 재판에 넘겨져서다. 당시 군 안팎에선 “군의 보고 체계상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 전반에서 실무자 혼자 비리를 저지르는 건 불가능하다”는 비판과 함께 “국방부가 비리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비즈한국’의 취재 과정에서 앞서의 ‘꼬리자르기’ 지적에 힘을 싣는 정황이 포착됐다. 사업 관련 군 검찰 수사 자료와 재판 자료​에 따르면 대북확성기 사업에서 계약 결정권과 책임을 가진 부대는 ‘국군재정관리단’이다.​ 그동안 대북확성기 사업은 국군 심리전단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국군재정관리단은 독립된 국방부 직할부대다. 국방부 소관 계약 업무 전반을 맡고 있다. 국가계약 과정에서 비리나 실수 등을 막기 위해 구성됐다. 일선 군부대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계약을 제외하고 10억 원 이상의 물품 구매 계약은 재정관리단이 심사 등을 거쳐 체결한다. 대북확성기 사업에서도 국군심리전단이 계약에 필요한 서류와 자료 등을 작성해 심사를 요청했고, 재정관리단이 확인 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재정관리단은 대북확성기 계약 체결 과정에서 시장 가격조사나 적격심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대북확성기가 납품 되면서 부당이득 의혹이 불거졌는데, 재정관리단이 계약에 앞서 시장가격 조사를 했다면 비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재정지원단은 심리전단이 ‘납품 받을 대북확성기 장비가 연구개발 중’​이라고 적힌 서류만 보고 계약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중 ‘국방부 물품적격심사기준에 관한 훈령’에 따르면 재정관리단은​ 적격심사 결과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런데 ‘비즈한국’이 입수한 훈령에 따른 적격심사 항목을 보면, ‘납품 실적’ ‘기술능력’ ‘경영상태’ 등, 장비가 실제로 존재해야만 평가가 가능한 항목들이 기재 돼 있다. ‘연구 개발 중’이라 실물이 없는 장비로는 적격 심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민간업체의 장비는 ​연구개발 중이라서 심사 기준 대상에 조차 오르지 못하는데도 결국 사업에 낙찰됐다.

 

국방부 훈령에 따른 적격심사항목 및 배점한도. 10억 원 이상의 물품은 적격심사를 거쳐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군 검찰은 대북확성기 사업 전반에서 비리를 확인하고도, 사업 계약 책임과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군재정관리단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로 인한 업무상 배임의 법적 책임은 계약 체결 결정권을 가진 재정관리단에도 있지만, 사업 진행을 맡은 국군 심리전단 실무자만 수사해 재판에 넘긴 것이다. 비리에 따라 이뤄지는 책임자 처벌도 재정관리단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대변인실과 재정관리단 측은 보도 다음날인 14일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관리단이 비리 의혹을 받는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주체’는 맞지만, 심리전단이 재정관리단에 계약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자료를 넘겨 발생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재정관리단 관계자는 “계약 체결 전 심리전단에서 기술능력 평가, 가격 평가 등 계약에 필요한 자료를 넘겨 받았고, 이 자료를 토대로 절차에 맞게 계약을 진행했다. 시장 가격 조사나 적격 심사 등도 심리전단에서 넘긴 자료를 토대로 진행했다. 다만 장비가 연구개발 중이라는 자료나 설명은 심리전단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정관리단이 군 검찰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 등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약 당사자로서 수사 대상에 올랐고 감사도 받았다. 그 결과 별다른 혐의나 귀책 사유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비리 의혹을 받는 심리전단 실무자 역시 최근 진행 중인 군사재판에서 “심리전단은 (대북확성기 사업) 지원만 했고 나 역시 실무자일 뿐이다. 계약의 결정권은 재정관리단에 있었다”는 취지로 일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 내부 감사 통해 알고도 강행​한민구 국방장관도 보고 받았다

 

군 검찰과 국방부가 대북확성기 비리에 ‘침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국방부는 내부 감사를 통해 군 검찰과 감사원 보다 앞서 사업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비즈한국’은 국방부 감사실에서 2016년 11월 작성한 ‘대북확성기 사업관리 적정성 여부 감사 결과보고’ 문건을 입수했다. 해당 문건에는 “(심리전단이 작성한) 제안 요구서에 주요 성능 누락 및 과도한 정성 평가 부여”, “점수미달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 등, 나중에 군 검찰과 감사원 조사 결과에서 밝혀진​ 비리 사실이 대부분 명시돼 있다. 

 

특히 국방부 감사실은 “국군심리전단 주관, 사업 진행은 불가 할 것으로 판단 됨”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감사결과 보고서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됐지만, 사업은 그대로 강행됐고 결국 현장에 실전 배치됐다.

 


2016년 11월 국방부 감사실에서 작성한 문건. 대북확성기 사업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내용은 군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 비리에 연루된 80억 원, 최종 종착지에 관심

 

국방부가 미리 문제를 알고도 침묵한 배경을 두고, 그간 꾸준히 제기된 육군 장성 출신 전직 국회의원 연루 의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군 검찰과 감사원 조사 결과, 군사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 등을 모두 종합해 보면, 대북확성기 사업에 A 하도급 업체가 등장한다. A 업체는 CCTV 전문으로 대북확성기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확성기 납품 과정에서도 뚜렷한 역할이 없었다. 그럼에도 사업 과정에서 24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

 

A 업체와 국군 심리전단 실무자를 연결한 건 의혹을 받고 있는 육군 장성 출신 전직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다. 해당 전직 국회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대북확성기 사업 당시 국방부 일부 수뇌부와 선후배 관계였다. 보좌관 역시 군 출신이다. 이 보좌관과 심리전단 실무자는 A 업체 관계자와 만나 횟집과 노래방, 골프장 등에서 만남을 가졌다.  

 

전직 국회의원 측 보좌관과 국군 심리전단 실무자, 민간업체 인사 등의 만남 기록. 모두 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 같은 부적절한 만남은 대부분 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군 검찰은 “민간인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심리전단 실무자의 비리 사실에만 집중했다. A 업체를 비롯해 만남을 함께한 민간인 사건 관계자들이나 예비역까지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지난 1월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북확성기 사업에서 비리에 연루된 돈은 약 80억 원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실무자와 민간업체가 부당하게 챙긴 돈의 흐름과 최종 종착지를 다시 쫒고 있다. 군 안팎에선 이번 검찰 수사가 군 수뇌부까지 확대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2016년 대북확성기 사업 초기부터 문제제기를 해왔던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대북확성기 사업은 전형적인 군납비리의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 특혜와 국고손실, 성능미달, 이권을 두고 이를 감춘 현역과 예비역 등 군피아 등이다. 2년 동안 군 검찰과 감사원은 물론 언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졌지만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성능이 미달되는 원인과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어떻게 개입됐는지를 수사하는 것과는 별도로, 현재 운용 중인 불량 장비를 보완할지, 새로 도입할지, 철수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등은 시급히 처리해야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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