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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전 사고 7년' 후쿠시마 직접 다녀온 그린피스 장다울 씨

일본 정부도 위험성 정확히 몰라…지원금 끊기자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기도

2018.03.08(Thu) 17:09:52

[비즈한국]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당시 지진 최대 피해지역 후쿠시마는 원전 4기가 파괴되며 체르노빌 사고와 더불어 인류의 가장 큰 재앙으로 기록됐다. 7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재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얼마 전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조사에 의하면, 방사능 오염 정화 지역에서 정부 기준치의 최대 100배가 넘는 곳이 발견된다. 이 같은 핵재앙은 22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여졌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WTO(세계무역기구)는 우리나라가 조치한 후쿠시마 인근 8개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제한 규제에 대해 일본의 손을 들어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비즈한국’은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 7주기를 앞두고 그간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지역을 조사해온 그린피스 기후에너지팀 장다울 캠페이너(40)를 만나 원전 사고의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7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됐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사무실에서 장다울 캠페이너(40)가 비즈한국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팀장을 맡고 있다. 환경·에너지 정책 쪽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연구원으로서 강원도청에서 환경정책 관련 연구에 참여했다. 이후 유엔 지역개발센터에선 아시아지역 친환경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했고 국제개발협력분야에 있는 민간 싱크탱크에서도 있다가 2013년 6월부터 그린피스 캠페이너로 일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지 7년째다. 후쿠시마 사고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린다.

“후쿠시마에는 6개의 원자로가 있었는데, 이 중 1·2·3·4호기에서 수소폭발과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방사성 물질이 배출돼 원전 주변 반경 20km 이내가 강제 피난지역, 30㎞ 이내가 권고 피난지역으로 설정됐다. 일본 통계는 기관마다 다르지만 약 10만 명 이상이 피난을 갔고, 8만 명 정도가 피난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장 캠페이너는 2016년 11월 직접 후쿠시마를 방문해 현장 조사에 참여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이타테 지역(원전으로부터 35~45km 떨어진 지역·2017년 2월 피난지시 해제)에서 3대가 함께 살던 미우라 쿠니히로 씨가 기억난다. 자식, 손주와 행복한 생활을 하던 부부는 원전 사고 후 아무 정보도 없이 피난을 가게 됐다. 피난을 가서도 이타테가 피난지시구역에서 해제되면 이타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식과 손주들은 이를 원치 않고 그들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기에 아내와 단둘이 돌아갔다.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봤을 때 그가 ‘양팔이 잘린 느낌’이라고 하더라. 무력감이 담긴 그의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 기억에 남는 주민들이 있나.

“현재 이타테에서 ‘희망을 가지다’란 의미의 카페 ‘에스프리’를 운영하는 부부가 있다. 이들은 체르노빌 사고가 터진 1986년, 혹시 일본으로 방사능 물질이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평일엔 농사일을 하고 주말엔 도쿄까지 가서 원전 반대 모임도 참석하고, 고가의 방사능 측정장치도 사서 몇 년을 체크하던 분들이었다. 그러다 안심하고 잊고 살던 그들은 후쿠시마 사고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창고에 있던 측정기를 꺼내보니 수치가 최대치를 찍은 거다. 결국 인근 도시로 피난을 갔지만 부모가 병든 자식을 버릴 수 없듯 그들은 자식같이 여기던 땅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

 

―직접 피난지시구역에 들어가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지 않나. 유령도시 같았다. 당시 11월이었는데, 감나무에 감이 매달려 있었다.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감이 예뻐 보이는 순간 ‘저 감도 방사성 물질인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상황이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한 번의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는 원자력을 왜 지속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부 지역의 피난지시를 해제했고 앞으로도 해제할 계획인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 피난민들이 한 번에 돌아오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제염(방사성 오염 제거)작업을 진행하며 하나씩 피난지시 구역을 해제하고 있다. 집과 도로 반경 20m 대상으로 물청소를 한 뒤 땅에 방사성 입자가 떨어지면 표토를 긁어내 포대자루에 담아 어딘가에 쌓아둔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현의 70% 이상이 숲인데, 그곳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다. 숲에 묻은 방사성 물질이 바람이나 비의 영향으로 이동하며 제염작업이 이뤄진 곳을 재오염시키기도 한다.” 

 

2018년 3월 1일 기준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난구역 현황. 사진=그린피스 제공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없는 건가.

“답이 없다. 원전에서 35~45km 떨어진 이타테 지역은 제염작업을 통해 지난해 3월 피난지시 구역에서 해제됐다. 이 지역은 원전과 꽤 떨어진 곳이지만 사고 후 바람 방향이 내륙 쪽으로 바뀌며 방사능 구름이 지나가 고농도로 피폭된 곳이다. 정부는 한 달 반 뒤에야 피난을 지시했다. 원전 인근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이타테 사람들의 피폭이 더 컸다. 

 

―피난지시 해제 후 피난민들이 얼마나 돌아왔나.

“2017년 2월 기준 귀환 비율이 나미에 지역(원전으로부터 25km가량 떨어진 통제지역)이 2.5%, 이타테 지역이 7%에 달한다. 피난지시가 해제되면 그 후로 1년 뒤 매달 100만 원에 달하는 정부지원금이 끊긴다. 돈 있고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돈 없는 사람들은 경제적 이유로 피난생활을 계속할 수 없고 다른 곳에 터전을 잡을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자기 집이 있는 후쿠시마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린피스는 이를 인권문제로 본다.” 

 

―장 캠페이너를 인터뷰한다는 말에 주변에선 ‘일본 여행이 안전한가’​에 대해 궁금해 하더라.

“피난지역 인근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도쿄의 경우도 사고 직후 오염물질이 내려왔다. 우리가 우려하는 건, 피난지역으로 돌아가 40~50년을 살아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오랜 기간 꾸준히 피폭된다는 것이다. 공기 노출 정도와 음식, 그것도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것을 얼만큼 먹는지에 따라 위험성에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 정도 여행 가는 건 심각한 위험이라고 볼 수 없다. 도쿄에서 4년 동안 대학을 다니는 등 장기간 체류는 다른 얘기다. 나이가 젊을수록, 가임기 여성이나 임신한 상태의 여성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린다. 야구게임은 후쿠시마에서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선수단이나 관광객들에게 피폭 우려는 없나.

“야구장은 사고 원전으로부터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어떤 동선으로 이동하고 얼만큼 머무느냐에 따라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로가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전 1,2,3호기는 여전히 위험한 상황으로 일본 정부도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이곳에 녹아 있는 650t의 핵연료 자체가 위험하게 남아 있고, 올림픽 중 또 다른 재해가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일본이 후쿠시마에서 올림픽 경기를 개최한다는 건 사고가 수습됐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장기귀환곤란 지역으로 지정된 나미에의 버려진 유치원. 사진=그린피스


―우리나라 이야길 해보자. 최근 WTO(세계무역기구)에서 한국이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패소 결정을 내렸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가. 

“일본 정부가 많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책임을 입증할 만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본 것 같다. 우리 정부는 당시(2013년) 시민들 요구에 밀려 수입제한 조치에 나섰고 그 이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현지조사도 갔지만 과정이나 결과를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먹거리 안전은 자유무역의 가치를 뛰어넘는 가치다. ​일본 정부에 입증 책임을 물으려면 적극적으로 묻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후쿠시마 인근 지역 수산물 금지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먹거리 외에도 후쿠시마 사고를 간접경험하며 국내에도 탈원전 움직임이 크게 일었다. 

“이번 정부는 장기적으로 탈원전이란 방향을 설정했다. 현재 짓고 있는 마지막 원전의 수명이 다하는 2083년에야 모든 원전이 문을 닫게 된다. 그때까지 후쿠시마와 같은 대형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최근 국내에도 큰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현 1~2%대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린다고 했다. 세계적 추세로 봤을 땐 한참 뒤떨어진 비율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에너지 전환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탈핵 시점이 언제가 됐든 우리는 여전히 위험 속에서 살아야 한다. 탈원전 정책의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중요한 건 에너지 전환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소수 대기업, 정부 주도(한국전력)로 전환되면 연료만 바뀌었을 뿐 시스템 속성은 그대로인 거다. 중앙 집중의 전력생산시스템이 아닌 지역으로 분산화가 되고 시민들과 지자체가 에너지 생산·판매에 참여해 실제 에너지 전환에서 나오는 이익을 지역에서 공유하는 유럽식 모델로 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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