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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국책의 무게' 산업은행 이동걸 vs 수출입은행 은성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요직, 취임 후 변화·세대교체 외치지만 '난제' 앞둬

2018.03.08(Thu) 13:46:26

[비즈한국] 국책은행은 정부가 특정 목적을 위해 특별법에 의해 설립한 은행이다. 대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주요 업무는 기업금융 지원이다. 두 국책은행을 이끄는 수장은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인물로, 정부의 산업정책을 직접 이행하기도 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 ‘진보 경제학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1953년생인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꼽힌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과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초 그는 돌연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직을 사임했다. 공식적으로는 ‘일신상의 사유’였지만 정부의 외압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던 금산분리 완화, 자본시장통합법 등에 반대 의견을 냈었다.

 

이후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후진 양성에 힘썼다. 제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차기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로도 꼽혔지만 결국 지난해 9월 KDB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은 경기고등학교 출신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 원장과 동문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KDB산업은행 회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인정승천(사람이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의 자신감과 의지로 맡은 업무에 충실히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의 성향이 ‘노력형’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취임사에서 “​엄정한 원칙하에 투명한 절차에 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4차산업혁명 관련 신성장 분야의 육성, 창업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정부의 국정과제가 속도감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KDB산업은행의 주요 현안은 금호타이어와 대우건설 매각, 대우조선해양과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다. 이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KDB산업은행이 2대주주인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해 이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한국GM 실사를 계획 중이지만 GM 본사와 실사 세부사항을 놓고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DB산업은행은 실사 결과에 따라 한국GM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에 실사가 늦어질수록 한국GM의 경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역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KDB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중국 업체로의 매각을 반대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노조와 호남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게 이 회장의 숙제다.

 

이 회장은 손꼽히는 진보 경제학자로 평가받지만 KDB산업은행 회장 취임 후 성적은 부진한 편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극세척도(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뜻​)’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이 회장은 “​비상상황이라는 위기의식 아래 은행의 미래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익성을 높여 정책금융의 지속가능성과 은행의 장기발전 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며 “​​변화를 놓치면 변화의 시대에 낙오하게 됨을 강조하고 변화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 스스로 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탄탄대로 관료출신’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1961년생인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은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1984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부임해 외환정책과, 금융정책과 등에서 근무했다.

 

은 행장은 1998년 6월 대통령비서실 경제구조조정기획단 금융담당 과장, 2002년 4월 재정경제부 부총리 비서관, 2002년 12월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2005년 3월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 2006년 11월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2010년 2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2011년 4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 2013년 4월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2016년 1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은 행장을 한국수출입은행장에 내정했다.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장이었던 최종구 전 행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홍영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이 행장 대행을 맡고 있었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사진=한국수출입은행

 

KIC 사장을 맡았던 2016년 4월, 은 행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성과연봉제 개선안을 도입해 시행했다. 이 때문에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할 당시 한국수출입은행 노조는 은 행장의 출근을 저지했다. 노조가 출근을 저지한 다른 이유는 코드인사 논란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KIC 사장을 맡아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은 행장은 취임 후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한국수출입은행 상임임원 3명, 본부장 6명 등 경영진 9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최성환·김성택 전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 조규열·문준식 전 한국수출입은행 본부장은 퇴임했고 홍영표 수석부행장 등 5명은 유임됐다.

 

은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진 일괄 사퇴를 시작으로 치열한 경영혁신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번 경영진 인사에 있어서도 학연, 지연을 배제한 능력중심 인사원칙을 실천하기 위해 공개모집 절차 도입 등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노력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 충분한 협의 과정 등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의견을 받아들이고자 했고 앞으로도 인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더욱 깨끗하고 투명한 한국수출입은행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은 행장의 올해 목표는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다. 그는 신년사에서 “중소기업은 경제의 근간으로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수의 99%와 고용의 88%를 차지하지만 수출 중소기업은 3% 이하, 수출비중은 19%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출 또는 해외진출을 원하는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최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나가자”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월 22일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해외프로젝트 수주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중소·중견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국산 부품과 기자재 사용비중이 높은 사업에 대해선 우선 지원을 통해 정책재원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도 은 행장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실사 결과에 따라 청산 혹은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 행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이라는 난제를 정부 또는 유관기관 등과 함께 풀어 나가고자 노력했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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