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라이벌 열전] '손보 2위 다툼' 현대해상 정몽윤 vs DB손보 김정남

[비즈한국] 보험업계는 2021년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주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핀테크, 모바일, 데이터 기반의 IT 활용 역량을 고도화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금융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도 과제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은 부동의 1위 삼성화재에 이어 손보업계 2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지 오래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회사 지분 2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소유와 경영을 겸하고 있다.

DB손보는 2010년 이후 손보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김정남 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이달 주주총회에서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김 사장은 동부에서 DB로 명칭이 바뀌는 혼란기에 조직의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DB손보와 현대해상은 비교항목이나 연결 또는 별도재무제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양상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매출과 자산에서 현대해상이 DB손보를 앞선다. 금융사 경영실적에서 중요한 지표인 순이익은 DB손보가 앞서고 있다. 자회사 실적까지 포함된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면 DB생명을 자회사로 거느린 DB손보가 순이익, 매출, 자산에서 현대해상을 압도한다.

DB손보는 올해 영업 채널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현대해상을 능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해상도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DB손보를 순이익에서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 정몽윤 회장, 왕성한 경영활동 ‘야구광’으로 유명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8남 3녀 중 7남으로 1955년 태어났다. 정몽윤 회장은 1985년 30세에 현대해상 부사장에 올라 1988년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1996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가 1998년 고문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1999년 현대해상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정몽윤 회장은 2001년 현대해상 회장으로 복귀했으며 2004년 이사회 의장에 올라 사내이사를 겸임하면서 왕성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해상은 2013년부터 이철영 부회장과 박찬종 사장이 각자대표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경영총괄은 이철영 부회장. 이 부회장은 2007년 현대해상 대표로 취임한 후 2010년 현대해상자동차 손해사정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2013년 다시 대표로 복귀했다. 정몽윤 회장의 이철영 부회장에 대한 신임은 매우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박찬종 사장은 기획관리, 인사총무지원, 기업보험, 최고고객책임자(CCO)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박찬종 사장 두 사람 모두 2016년 3월 연임돼 2019년 3월 임기만료다.

정몽윤 회장은 부인 김혜영 씨와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아들인 정경선 씨와 딸 정이 씨는 각각 현대해상 지분 0.26%, 0.07%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에 참여하는 자녀는 아직 없다.

현대해상 안팎에선 정경선 씨가 사회활동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경선 씨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2012년 설립해 대표를 맡았다. 정 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현재 선별된 벤처 업체들에 ‘임팩트 투자’를 하는 HG이니셔티브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정몽윤 회장은 대외 활동에도 열심이어서 2015년에는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2017년에는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정 회장은 1997년 대한야구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각별한 야구 사랑으로 유명하다. 1997년 대한야구협회장에 취임한 정몽윤 회장은 협회를 적극 지원하며 국가대표팀이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대그룹의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가 그룹 경영난에 재정이 어려워지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로부터 한동안 지원을 이끌어낸 것도 정몽윤 회장이었다.

# 김정남 사장, 보험업계 최장수 CEO…조직 안정 중책

김정남 DB손보 사장은 1979년 동부그룹에 입사 후 1984년 동부화재로 자리를 옮겨 지점장 등을 거쳐 2001년 상무로 승진해 경영기획담당, 개인영업총괄, 경영지원총괄을 지냈다. 2005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신사업부문총괄과 개인사업총괄을 지낸 김 사장은 2010년 동부화재 대표이사로 취임해 두 차례 연임하고 이달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김 사장은 개인영업, 경영기획과 경영지원, 보상, 신사업 등을 거치면서 현직 보험업계 CEO 중 유일하게 전 업무분야를 경험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김정남 사장의 3연임 배경은 DB손보의 실적호조와 함께 그룹의 안정차원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동부’의 상표권을 갖고 있던 동부건설이 매각되면서 상호를 쓸 수 없게 되자 2017년 11월 1일부로 그룹 명칭이 동부에서 DB로 바뀌었다. 이에 동부화재는 DB손보로 사명을 바꾸었다. 사명변경으로 인한 혼란에도 김정남 사장이 DB손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이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성추행 논란으로 지난해 9월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가운데 외아들인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은 아직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김남호 부사장으로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김준기 전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정남 사장의 역할도 크게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김정남 사장은 경영의 기본원칙으로 ‘실상추구, 상호소통, 자율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김정남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이 된 이후 매월 한 번씩 ‘CEO와 통통통’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외부에서 만나고 있다.

김정남 사장은 DB화재 주식 7만 3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3월 6일 종가기준 김 사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50억 원을 넘는다. CEO가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신뢰경영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DB그룹은 DB손보를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달 현재 DB화재는 DB생명 지분을 99.83%을 보유하고 있고 DB금융투자(옛 동부증권) 지분을 19.92%보유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 진두지휘는 김정남 사장이 맡게 될 전망이다.

김정남 사장은 DB손보의 해외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베트남 PTI손보와 중국 안청손보의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뒀고 미얀마 진출은 국내 손보업계 중 최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