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J그룹 회장의 두 살 터울 친동생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이사(56)의 여성 비서 채용 행태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환 대표는 최근 수년간 자신을 보좌할 여성 비서 채용을 직접 챙겼다. 그런데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노래를 시키거나 “일어나서 뒤 돌아 보라”는 지시를 하고, 심지어 경기도 일대에서 ‘드라이브’를 하며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즈한국’이 단독 보도한다.
CJ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환 대표는 ‘부회장’으로 불린다. 2016년 9월 8일 그가 대표로 있던 재산커뮤니케이션즈가 CJ올리브네트웍스에 흡수합병 된 이후부터다. 현재 그의 집무실과 명함 등에도 부회장 직함이 적혀있다. 다만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주주로서 역할만 있을 뿐,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비서 채용은 CJ그룹,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의 공개 인력 채용과 별개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가 필요에 따라 직접 챙기고 있다. 면접은 그룹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 일대일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금까지 이 대표가 직접 면접을 본 여성 비서직 지원자만 최소 15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면접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익명의 관계자와 복수의 여성 비서 지원자 등, CJ파워캐스트 안팎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부적절한 면접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면접에서 탈락한 일부 지원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비즈한국’ 취재 과정에서 증언한 지원자들은 오히려 “채용되더라도 입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분위기가 이상했다”라고 말했다.
# ‘드라이브 면접’에 ‘일어서서 뒤 돌아봐라’ 지시까지
앞서의 익명의 관계자들은 이재환 대표가 종종 회사 밖에서 비서 면접을 봤고, 이 경우 면접 내용이 일반적인 면접과 달랐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경기도 양평 일대, 특히 경춘선 팔당역 인근에서 지원자를 데리고 회사 차로 드라이브를 하거나 함께 자전거를 탔다. 이 대표 소유의 자전거를 타거나 빌려 타기도 했다. 오전 11시께 차를 타고 출발해 이 대표가 자주 가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오후 3~4시께 마무리 되는 일정”이라며 “이러한 형태로 면접을 진행하면 회사 안에서 별도의 면접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면접을 하는 경우엔 대부분 이 대표 집무실에서 일대일로 이뤄졌다. 문제는 집무실에서 면접을 본 지원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된 사항’이다. 취재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지원자들은 “면접이 마무리되기 전 이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 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자들이 면접에 참석한 기간은 각각 다르다.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여 차이가 있지만 “뒤 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은 공통됐다.
세부적인 집무실 면접 내용은 지원자들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직무와 관련 없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지원자들은 증언한다. 지원자 A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면접은 오전 11시부터 20분가량 진행 됐다. ‘쉬는 날 뭐하고 노느냐’, ‘남자 친구는 있느냐’, ‘요리는 잘 하냐’는 등의 질문뿐이었다. 다른 질문은 없었다”며 “그동안 비서직에 여러 차례 지원했었는데, 이러한 질문으로 구성된 면접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지원자 B 씨는 “부모님 직업을 여러 차례 물었다. 간단히 직업만 말했는데, 당시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물어왔다”며 “직무 관련된 질문은 없었다. 다른 질문이라면 집무실에 전시된 ‘피규어’를 가리키며 ‘특이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던 게 전부였다”고 증언했다.
지원자 C 씨는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뿐이어서 이 대표에게 만약 채용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물었다. 별다른 답변 없이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며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비서로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궁금하다’며 같은 질문을 몇 차례 했더니, 마지막에 ‘운전은 잘 하느냐’는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전했다.
다른 익명의 관계자는 “집무실에 설치된 노래방 기계로 지원자에게 노래를 시킨 경우도 있다”며 “지원자에게 ‘마사지 잘 하느냐’며 어깨를 주무르게 했던 일이나, 면접이 진행되는 내내 손톱을 깎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 ‘100여 명 면접’ 진행했지만…“채용은 필요 없었다?”
지원자들은 당시 문제제기가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지인의 추천을 받아 면접에 참석했는데, 문제제기를 하면 추천한 지인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원자 D 씨는 “당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지인을 생각하면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의 익명의 관계자들과 지원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수년간 이 대표가 비서 면접을 직접 챙긴 기간 동안 최소 100명 이상의 여성 비서 면접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CJ파워캐스트 측은 “2017년 하반기 8명의 면접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지만 ‘비즈한국’ 취재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복수의 여성비서들과 앞서의 익명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같은 기간에만 두 자리 수의 면접이 이뤄졌다. 비서 면접이 CJ파워캐스트 인사팀을 거치지 않고 지인 추천 등으로 이뤄진 경우도 있어 정확한 숫자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가 직접 면접을 챙긴 최근 수년간 새롭게 채용된 여성 비서는 두세 명이다. 다만 채용된 비서들은 이 대표가 종교 활동을 하며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의 자녀 등 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별다른 면접 없이 채용 됐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앞서와 같은 형태로 100건이 넘는 면접을 직접 진행하고 챙길 이유가 없었던 셈이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면접이 이뤄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비서진은 개인 수행원들로 구성돼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는다. 비서진은 CJ파워캐스트 ‘전략추진팀’ 소속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행비서와 운전사, 외국어 담당 비서를 비롯해 개인 마사지사 등도 포함돼 있다. 비서들은 회사가 아닌 이 대표의 자택으로 출퇴근한다. 오래 근무한 비서진이 아니면 파워캐스트 내부 직원들은 얼굴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환 대표는 CJ파워캐스트를 통해 “채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고통을 느낀 면접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제가 부족해 일어난 일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비즈한국’에 전해왔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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