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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게임계 2조클럽 양대산맥, 넷마블 권영식 vs 넥슨 이정헌

넷마블 창업 멤버와 넥슨 신입사원의 한판…'모바일화'와 '글로벌화'가 관건

2018.02.26(Mon) 18:44:59

[비즈한국] “게임 좀 그만해. 그거 하면 밥이 나와 돈이 나와?” 환한 빛을 뿜어내는 스크린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 목을 쭉 빼고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폭풍 잔소리가 쏟아지던 시절이 있었다. 10년여 전만 해도 게임은 생산적이지 않은, ‘쓸데없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1조 5703억 원(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 11조 7397억 원(관세청 통계)과 맞먹는다. ‘밥과 돈을 위해’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만 2016년 기준 국내 8만여 명. 게임은 어느새 우리네 삶 한구석에 없으면 서운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왼쪽), 이정헌 넥슨 대표.

 

국내 게임업계 ‘원투’ 넷마블게임즈(넷마블)와 넥슨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조 4247억, 2조 2987억 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61%, 28% 오르며 두 업체가 동시에 매출액 2조 원 고지를 나란히 넘어섰다. 국내 게임업계 최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모바일게임에 사활을 걸었던 넷마블이 10년여 동안 게임업계 권좌를 지키던 넥슨을 물리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게임시장의 지형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년 세계 모바일게임 점유율(38.2%)과 온라인게임 점유율(17.7%) 격차는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다른 화두는 단연 ‘글로벌’이다. 중국 게임시장 규모가 35조 4022억 원, 일본 게임시장 규모가 15조 2502억 원.​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세계 게임시장 규모와 비교했을 때 5.7% 수준이다. 넷마블과 넥슨은 각각 1조 3180억, 1조 5110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각 사 전체 매출의 절반이 훌쩍 넘는다. 국내 최고의 게임사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두 가지 승리 조건, 즉 모바일과 글로벌​ 시장을 두고 양사는 격전 중이다.

 

# 독립한 넷마블을 업계 1위로 만든 권영식 대표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이사(50)는 2014년 넷마블이 CJ E&M으로부터 독립할 때 지휘봉을 잡아 현재까지 넷마블을 이끌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 사진=넷마블게임즈

 

권 대표는 2000년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함께 넷마블을 창립한 일원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 온 인물. 2002년부터 2010년까지 CJ 인터넷 퍼블리싱사업본부장을 맡아 ‘서든어택’과 ‘마구마구’를 비롯한 40여 종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2010년 3월 별다른 사유 없이 돌연 사퇴해 게임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9개월 후 게임 배급사 ‘지아이게임즈’를 설립해 게임 업계 일선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가 2011년 6월 방준혁 의장과 함께 CJ E&M 넷마블로 복귀했다. 특유의 문제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복귀하자마자 ‘서든어택’을 둘러싼 넥슨과 넷마블의 분쟁을 해결하며 능력을 과시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6개월 뒤인 2011년 11월, 권 대표는 CJ E&M이​ 게임 개발 집중과 해외 진출을 위해 세운 CJ 게임즈 대표 자리에 오른다. 이후 넷마블은 CJ E&M 품을 떠나 홀로 서기를 준비한다. 해외 진출 사업에 밝고, 14년간 게임 업계에 몸담으면서 안목을 길러온 권 대표만큼 넷마블 독립을 이끄는 데에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 2011년 11월 ‘디지털타임스’ 기고에서 “개인적으로는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의 모바일게임 전쟁은 내년이 승부처로 보여 진다. 모바일 게임의 승부는 플랫폼에서 갈린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38.3%에 불과했다.

 

넷마블 대표 취임 후 권 대표는 모바일게임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단적인 예로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등 자사에서 만든 모바일게임 3개가 당시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3위에 올랐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게임 산업에 잔뼈가 굵어진 그는 2014년 3620억 원이었던 넷마블 매출을 지난해 2조 4274억 원으로 끌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권영식 대표는 하루에 게임을 3~4시간씩 할 만큼 실제로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향한 열의가 대단하다”며 “경영 전반에 관한 일부터 게임 개발 업무까지 모든 분야를 직접 챙긴다”고 귀띔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대박을 터뜨린 그는 앞으로도 해외 시장에서 만족할 성과를 얻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넥슨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톱에 오른 이정헌 대표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39)는 ‘​뼛속까지 넥슨맨’이다. 이 대표는 2003년 넥슨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나이 24살, 게임 개발자가 아니라 게임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던전앤파이터’​, ‘​사이퍼즈’​, ‘​피파온라인3’​ 등 넥슨을 먹여 살리는 게임을 만들어 내며 ‘센스 있는’ 기획 능력을 인정받았다. 일례로 ‘피파온라인3’​ 성적이 저조해지자 방송인 김흥국을 선수로 추가하는 이벤트를 기획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덕인지 그는 고속 승진을 거듭해 2015년 사업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결국 2018년 1월 39세에 넥슨 대표 자리를 꿰찼다. 오로지 실력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이정헌 넥슨 대표. 사진=넥슨 제공

 

승승장구한 이 대표 앞에 숙제가 놓였다. 10여 년간 지켜온 게임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되찾아 오는 것이다. 넥슨이 넷마블에 매출 면에서 뒤처진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는 더딘 체질 개선, 둘째는 엔화 약세다. 

 

지난해 넥슨의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매출은 각각 1835억 엔(약 1조 7954억 원), 514억 엔(5033억 원)이다. 두 분야에서 모두 전년보다 매출이 늘긴 했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은 커지고 온라인게임 시장은 작아지는 상황에서 모바일게임보다 온라인게임에서 강세를 보이며 매출 증대에 한 발 뒤처졌다. ‘피파온라인3’,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천애명월도’ 등 넥슨 대표 게임은 온라인게임이 주를 이룬다. 

 

또 넥슨 지주회사인 NXC가 일본에 기반을 두고 있어 매출이 엔화로 잡힌다. 지난해 엔화가 약세를 보여 덩달아 국내 매출이 저조해 진 것이다. 

 

매출 대비 내실은 무척 튼튼하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넥슨이 8856억 원으로 넷마블 5096억 원에 앞선다. 넥슨이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넥슨은 최근 출시한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를 구글 앱스토어 5위까지 올려 초반 흥행에 성공하며 체질 개선에 힘쓰며 반전을 노린다. 

 

남은 과제는 세계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다. 이 점은 누구보다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대표 자리에 오르며 “넥슨의 강점은 긴 시간 쌓인 다양한 경험과 역량이 이미 내재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넥슨만의 색깔과 경쟁력을 극대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나가겠다“고 밝히며 해외시장 진출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모바일게임 ‘다크어벤저3’​, ‘​액스’​, ‘​오버히트’​, ‘​야생의 땅: 듀랑고’​ 등이 해외 공략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세계 시장 진출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박지원 대표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업계의 기대가 크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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