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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영화관 '빅3' CGV 서정 vs 롯데 차원천 vs 메가 김진선

1년 2억 명·세계 6위 영화시장…3사 성장정체 '동병상련'에도 해법은 달라

2018.02.12(Mon) 18:09:34

[비즈한국]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2억 1987만 명(2017년 기준),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숫자다. 한 사람이 연간 평균 4.25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 석 달에 한 번꼴. 아이슬란드(4.3회)에 이어 세계 2위다. 

 

덕분에 국내 영화산업 규모는 2조 2703억 원으로 세계 6위권으로 성장했다. 영화 ‘실미도’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었을 때만 해도 영화계가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천만 관객 영화’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해외 블록버스터가 개봉했을 때, 할리우드 영화배우가 ‘한국 쏴랑해요’를 외치며 방한하는 것이 그저 팬서비스만은 아닌 셈이다. 

 

국내 영화관 496개 중 CJ CGV가 147개, 롯데시네마가 125개, 메가박스가 97개, 세 영화관 업체가 총 396개를 가지고 있다. 국내 스크린 수 2860개 중 약 90%인 2564개가 세 업체의 몫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지만, 3사의 멀티플렉스(상영관·쇼핑센터·식당 등이 모여 있는 복합건물)를 빼놓곤 한국 영화 성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문제는 2012년 이후 국내 영화 관객이 2억 명 안팎에서 머물며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장 입장권 매출액도 1조 7000억 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것으로 미뤄봤을 때 국내 영화 시장이 포화 상태가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순위와 상관없이 3사 모두가 위기를 느끼고 있는 상황. 영화관 ‘빅3’​ CEO의 전략은 조금씩 다르다.

 

# 서정 CJ CGV 대표이사 “해외 진출만이 살길”

 

과거부터 현재까지 업계 부동의 1위는 CJ CGV다, 2016년 기준 국내 매출액 8910억 원을 기록했다. 서정 CJ CGV 대표이사(58)는 2012년 3월 CGV가 정상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운전대를 넘겨받았다. 2012년 국내 영화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국내 점유율 싸움이 치열했음에도 그가 집중한 것은 해외 진출이었다.  

 

서정 CJ CGV 대표. 사진=CJ CGV 제공


그도 그럴 것이 서정 대표는 삼성물산에서 일을 시작한 뒤 CJ오쇼핑으로 옮기면서 글로벌전략담당을 지내는 등 해외 물정에 밝다. CJ 몰 사업부를 이끌던 시절, CJ 홈쇼핑을 마지막 남은 아시아 최대 시장인 인도에 연착륙시킨 공을 인정받아 CGV 대표이사에 선임되기도 했다. 시장을 밖으로 넓히는 것은 그의 숙명이었던 셈이다. 

 

서 대표의 남다른 실행력은 빛을 발했다. 그는 2006년 중국 진출 이후 6년간 상영관 8호점에 그쳤던 CGV의 중국 사업 속도를 무섭게 끌어올려 취임 1년 뒤인 2013년엔 27호점까지 늘렸다. 현재 CGV는 중국 상영관 100호점을 맞이했다. 이어 CGV는 ‘베트남 1위 영화관’ 타이틀을 따내며, 미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터키 러시아 등에 진출했다. CGV는 현재 안에서 난 적자를 밖에서 메울 정도로 해외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GV 관계자는 “서정 대표는 글로벌화 특화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목표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꼼꼼하고 그것을 실행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공식 석상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지만 안으론 부드러운 모습으로 직원들과 소통한다. 승부사 기질이 있어 과감한 투자를 선택해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한다”고 평했다.

 

서정 대표는 매년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목표를 제시하거나, 당해 불거진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뿐만 아니라 대학 강연이나 언론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는 등 대중과 소통에 앞장서 왔다. 그는 ‘협상의 고수’로 불리기도 하는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 때마다 배급사와 극장 수익 구조를 영화인에게 유리하게 조정 하거나 안성기, 봉준호 특별관 헌정 등을 통해 영화계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며 CGV의 ‘상생’ 이미지를 만들었다. 

 

서 대표는 2015년 이후 계속되는 국내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8년간 CGV를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3월에 있을 인사에서 유임이 이미 확정됐다는 후문이다. 

 

#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이사 ‘안정감 추구’

 

차원천 대표이사(61)는 1984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회계팀에서 15년간 실무를 맡아온 전형적 ‘재무통’이다. 1999년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에 발탁돼 경영관리팀을 지휘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롯데정책본부에서 유통을 관리하는 자리까지 올랐다. 

 

차원천 롯데시네마 대표. 사진=롯데시네마 제공

 

차 대표는 철저한 ‘관료형 실력파’로 2013년 롯데시네마가 한창 해외 사업을 펼치며, 국내 입지를 넓혀가는 중에 지휘권을 잡았다. 그는 ‘안전제일 원칙’으로 경영을 이어나며, 해외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에 중점을 뒀고, 국내에서도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롯데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에 주력했다.

 

베트남 시장을 선점했음에도 CJ CGV에게 1위를 내준 것이 못내 아쉽지만 ​차 대표는 ​2013년 20%대였던 국내 시장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리며 롯데그룹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시네마는 그동안 롯데쇼핑에 속해 있어 의사결정이 더디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력사업에 밀려 주도적인 경영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매출액 5570억(2016년 기준) 업계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선방한 셈이다. 차 대표는 국민안전처, 여성가족부, 에너지관리공단,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정부 부처와 업무 협약을 주로 맺어왔는데, 이는 롯데시네마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 대표의 롯데시네마는 대부분 롯데그룹 계열사가 그렇듯 세계 최대 스크린을 기네스에 등재하며 ‘최고’라는 브랜딩을 내세웠지만 그것이 무색하게도 유난히도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사드 보복’ 불똥이 롯데 그룹에 튀어 ‘롯데’라는 간판을 떼고 영업을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을 연출하는가 하면, 제2롯데월드 작업자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안전불감증 문제를 수습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차 대표는 언론과 만남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공식석상을 빼곤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경영에 집중한다. 때문에 개인적인 성품이 외부에 알려진 바는 없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실제론 아주 소탈하고 유머러스하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한 명 한 명 찾아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6월부터 롯데시네마를 법인 분리·독립을 추진했지만 경영권 고평가를 이유로 번번이 법원에 막혔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또 다시 롯데시네마를 분리·독립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법인 독립 후 롯데시네마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 김진선 메가박스 대표이사 “국내 시장 확보가 우선” 

 

김진선 대표이사(47)는 앞선 CGV와 롯데시네마 대표들에 비해 ‘젊은 피’​다. 메가박스의 수장이 된 것도 2015년 8월로, 업력도 비교적 짧다. 김 대표는 2004년 씨너스 시절부터 메가박스의 역사를 고스란히 거쳐 온 인물로 메가박스가 중앙미디어네트워크(JMnet)에 편입되면서 대표에 발탁됐다. 

 

김진선 메가박스 대표. 사진=메가박스 제공


메가박스는 한때 국가 고객만족도(KCSI) 4년 연속 1위, 국내 최초 디지털 시스템 도입, 단일 영화관 연간 관객 수 세계 신기록(62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업계에 돌풍을 몰고 왔지만 대기업의 자금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CJ와 롯데라는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밀려 ‘곧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지만, 현재 국내 상영관 97개로 업계 2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2016년에는 매출액 2508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아직 해외 진출을 생각할 때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2020년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국내 입지를 닦겠다는 것이 일차 목표다. 실제 그가 대표 자리에 오른 2015년에 74개이던 메가박스 상영관 수는 현재 97개로 23개 늘었다. 같은 기간 CGV는 17개, 롯데시네마 18개가 증가했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가 좋아서 애초에 영화 산업에 뛰어들었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개발사업부, 고객본부를 거치면서 영화 산업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을 백분 활용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메가박스가 최근 ‘라이프 시어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 또한 김 대표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메가박스는 3사 중 유일하게 자동차 극장 운영하고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사해 관람객의 감성에 한 발짝 다가서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영화관을 내세우는 CGV와 프리미엄 영화관을 지향하는 롯데가 업계 1, 2위를 지키는 상황에서 메가박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은 영리하다”고 평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국내 영화 시장이 정체기인 상황에서 국내 영화관 규모만 늘리다간 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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