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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tar] "모두가 특별한 대학 꿈꿔요" 최성호 '큐니버시티' 총장 인터뷰

공대 자퇴 후 의대 합격했지만 '공부 위한 공부'에 지쳐…'하고 싶은 공부' 해보자 시작

2018.02.09(Fri) 14:30:53

[비즈한국] “학교에 들어갈 땐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데 왜 졸업할 땐 똑같은 사람이 돼서 나올까요? 이 물음에서 시작됐죠.”

 

안정된 삶을 벗어나 새로운 길에 도전한 사람이 있다. 잘 다니던 의과대학을 중퇴하고 직접 대학을 만들어 총장이 된 남자. 꿈꾸는 대학을 표방하는 ‘큐니버시티(Qniversity)’의 최성호 총장(29)의 이야기다. 

 

최 씨는 그동안 유튜브나 블로그 등 SNS에서 ‘​시골의대생’​으로 불리며 ‘​의대에 가지 말아야 할 7가지 이유’​, ‘​학교가 필요 없는 이유’​ 등 기존 교육 시스템과 사회에 대한 단상을 재미있는 콘텐츠로 만들어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엔 직접 큐니버시티를 설립해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에게 꿈을 찾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골의대생’으로 불리던 그가 ‘대학 총장’이 되고자 했던 이유는 뭘까. ‘비즈한국’이 최 총장을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9일 오후 큐니버시티 총장 최성호 씨가 ‘비즈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의대를 그만두고 대학교를 직접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의대를 다니면 의대 공부만 해야 한다. 그것도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성적을 위한 공부. 의대에서 선호하는 학과를 고르려면 성적을 잘 받아야 하고, 성적이 좋으려면 시험을 잘 봐야 하니까. 기존 입시 교육을 다하고 왔는데 의대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맘껏 못했다. 이 체제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 ‘​나랑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맘껏 연구할 학교를 만들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부터 의대생이 되고 싶었나.

“부모님 두 분 다 의사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의사가 되길 원하셨다. 처음부터 부모님 뜻을 따른 건 아니다. 의대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땐 한국고등학교학생연합회 의장을 맡기도 했고 학교 밖 생활에 더 익숙했다. 그러다 공대를 갔고 나중에 의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의대에 가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어느 날 시골의사 박경철이 쓴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는데 ‘의사가 아픈 사람 돕고 사는 일이라면 가치 있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삼수 끝에 건양대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의대 생활은 어땠나.

“고난의 연속이었다. 신입생 때 1년은 논산캠퍼스에서 보내고 2학년부터 대전캠퍼스에서 본과생활을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시골의대생’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때 생활 때문이다. 그곳에서 박경철처럼 시골의사란 마음을 품고 유유자적하며 자연에서 공부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왜 그만두게 됐나.

“2학년 때 힘들었다. 1학기 16주 동안 매주 한 과목씩 총 18번 시험을 치렀다. 다른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2학년 1학기를 마친 2011년 여름 갑작스레 희귀난치병에 걸려 의대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어떤 병인가. 

“혈구탐식성조직구증식증이란 병이다. 국내 몇 백 명 안 되는 희귀질환인데 백혈병보다 드물다. 골수이식을 받아도 기적적으로 살아나긴 힘들다. 병에 걸린 그해 12월 골수이식을 받고 4년 투병 끝에 2015년 재활받고 완전히 건강해질 수 있었다. 그 뒤 학교로 돌아갔지만 결국 중퇴를 결정했다.” 

 

​그만둔 이유는 뭔가.

“사람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 보는 눈이 더 넓어진다고 하지 않나.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옛날엔 성적 받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훨씬 더 큰 문제들이 보이고 그걸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오프라 윈프리, 에이미 멀린스, 휴 헤르 등 아픈 시절이 있기에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옛날엔 불만만 있었던 것을 행동으로 옮길 생각은 못했는데 투병생활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됐다.”

 

​큐니버시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정확히 어떤 곳인가.

“큐니버시티(Quniversity)의 Q는 질문하는(Question)​ 대학, 찾는(Quest)​ 대학, 호기심을 잃지 않는(Qurious-원래는 curious이나 발음에서 차용)​ 대학이란 의미다. 일반적으로 학교라 하면 학생, 교수가 있고, 학점을 따야 끝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여기선 모든 사람이 학생이자 교수이고, 이들을 연구원이라 부른다.”

 ​ 

―​기존 교육체계에 있는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않았고, 당연히 앞으로도 받지 않을 생각이다. ​정해진 학제·​캠퍼스·​수업·​교수·​학생이 없다.​​ 모임이 필요할 땐 그때그때 장소를 빌려서 하기도 하고 우리는 사실상 세계가 우리 전체의 캠퍼스라는 생각으로 세상에 나가 탐구, 교육하는 것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들이 다니고 있나.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다. 사업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고, 특히 최종학력이 고졸인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준다.”

 

​그래도 기본적인 규칙은 있을 것 같은데.

“총 4학기 2년제로 구성돼 있고 학생들이 직접 자신이 연구할 주제를 정해 한 학기(6개월)에 논문 하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간단한 규칙만이 존재한다. 논문들은 자체 평가위원회와 학생 등이 직접 보고 평가를 한 뒤 ‘큐니버시티’ 학술지에 실린다. 수시로 연구 발표회와 토론회도 열린다.”

 

최성호 씨가 지난해 10월 홍대에서 버스킹을 하며 의대 중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시골의대생 유튜브 캡처


​감이 잘 안 오는데 어떤 거라도 연구주제로 가능한 것인가.

“막상 뭘 연구해야 할지 몰라서 연구할 게 없어서 다시 입시공부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선 매일 한 개씩 직접 주제를 전달해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범위도 다양하다. 어떤 호기심에서 출발한 고민도 주변에서 다듬어줘 본인이 가치 있는 연구주제를 택할 수 있게 만든다.”

 

―큐니버시티가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1번 호기심 유지, 2번 모험심 유지, 3번 모두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유지’란 표현을 쓴 건 어린아이일수록 호기심이 많은데 어른이 되면서 호기심과 모험심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고, 다르게 들어가서 똑같이 돼 나오는 현재 교육과 달리, 학교에 똑같이 들어가도 개성 있게 나오게 하는 게 우리 목표다.”

 

​혼자 하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주변 도움을 받은 것은 없나.

“투병생활 때부터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내 능력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려준 분들이다. ​하루 만에 책쓰기 등 하루의 가치를 연구하는 분들, 맞춤정장 만드는 분, 일반인들을 가수로 만들어 주는 분, 무자본 벤처투자회사 분들이다. 이들을 만나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성적, 취업, 돈, 결혼 등 이런 목표에 의해 교육의 본질이 흐려지는 사회에서 어떤 다른 울림을 주고 싶다. 진짜 교육이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연구해 며칠 밤을 새 궁금한 걸 해결했을 때 그 희열,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을 큐니버시티가 앞장서서 하고 싶고 큐니버시티를 따라 이런 대학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기존 시스템에 큰 반향을 주고 교육의 미래가 되는 게 목표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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