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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1인지배체제'의 부작용? 부영 '이중근 신화'의 성장과 몰락

임대사업으로 재계 16위까지 올랐지만 경영 차질 불가피

2018.02.07(Wed) 18:37:40

[비즈한국]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77)이 임대주택 분양가를 부풀려 1조 원대 부당이익을 챙기고 수백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되면서 부영그룹의 총수의 장기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이중근 회장으로선 2004년 회삿돈 27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데 이은 두 번째 구속이다. 당시 이 회장은 부영 주식 240만 주와 188억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회사에 돌려주겠다고 법원에 약속하고 2008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서 이 회장이 당시 약속을 거의 지키지 않아 구속돼야 한다고 명시해 이 회장으로선 초반부터 순탄치 않은 재판과정을 맞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7일 검찰에 구속됐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이 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이중근 회장은 2017년 5월 기준 자산 21조 7000억 원, 2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6위 부영그룹의 창업주이자 고령인 현재까지 사실상 1인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의 부자 중 13위로 기록된 이 회장의 당시 자산 가치는 2조 1000억 원이었다. 부영그룹이 이후에도 공격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중근 회장의 재산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그룹 지주사 격인 부영의 지분 93.79%를 갖고 있다. 부영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임대주택사업을 담당하는 부영주택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홀로 부영그룹 지분 40% 안팎을 소유했다. 가족까지 합치면 42%다. 이러한 소유 편중 현상은 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회장은 부인 나길순 씨와의 사이에 3남 1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의 사내 역할은 미미한 상황이다. 장남 이성훈 부사장과 이성욱 전무, 장녀 이서정 상무는 부영주택에 재직하고 있지만 경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는 아니다. 주식 역시 이성훈 부사장만 부영 지분 1.64%를 보유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2세로의 경영승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이중근 회장이 그룹의 거의 모든 경영 현안을 직접 챙겨왔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부영그룹의 경영상 타격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중근 회장은 30대 초반인 1972년 우진건설산업을 설립, 상장사로까지 성장시켰다. 하지만 자금난에 빠진 이 회사는 1979년 폐업했다. 재기를 꿈꾸던 이중근 회장은 1983년 부영그룹의 모태인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 회사가 1993년 사명을 바꾼 게 부영이다. 

 

부영을 상징하는 임대주택사업도 삼진엔지니어링 때부터 시작됐다. 임대주택사업은 주택을 분양하는 대신 매달 안정적으로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이 분양 방식에 주로 이용하는 자금조달방법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위험성으로 인해 건설사 부도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부영의 임대주택사업은 안정성으로 인해 PF 대출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무리한 PF 대출 등을 이유로 법정관리나 폐업하는 건설사들이 속출하는 과정에서도 부영은 임대료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부영그룹이 임대주택사업을 신규 추진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이중근 회장이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이용해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를 매겨 1조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이중근 회장은 탁월한 혜안을 가진 부동산 귀재로 불린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간 빌딩 매입·테마파크 건립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20위권 밖이던 부영의 재계 순위를 16위까지 끌어올렸다.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사옥,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 매입에 3년간 3조 원을 투입했다. 

 

이중근 회장은 건설 외에 레저산업에 눈을 돌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무주 덕유산리조트, 태백 오투리조트를 인수한 데 이어 2015년 제주도에 복합리조트인 부영호텔앤리조트도 개장했다.

 

이중근 회장은 안전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옛 마산시 소재 한국철강 부지 중금속에 오염된 부지를 매입해 환경정화작업 없이 8년 동안 방치했고 진해 남해화학 오염 부지를 매입해 10년간 방치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2017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부영 아파트 입주자들은 3월부터 7월까지 8만 건에 달하는 하자를 신고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화성갑지역위원회는 6일 부영이 아파트 하자 보수를 하는 과정에서 곰팡이를 없애려고 표백제를 과다 사용했다고 질타했다. 

 

이중근 회장은 2017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개 계열사를 최대 14년간 계열사에서 누락했거나 6개 계열사 주주를 차명 소유주로 기재한 행위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2010년 3개 계열사 누락과 관련해 이중근 회장에 경고했음에도 법 위반이 반복되고 있어 고발했다고 밝혔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밖에 드릴 게 없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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