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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증축 불가능한데…' 카카오의 '성수동 호텔' 투자 미스터리

지난해 9월 관계사가 매입했지만 재개발 지역에 묶여…카카오 "호텔 비즈니스 할 것"

2018.02.07(Wed) 17:37:56

[비즈한국]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재개발 지역에 카카오가 지분 45.45%​를 보유한 관계사가 지난해 9월 20일 549㎡ 크기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입 목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카카오의 호텔업 진출부터 부동산 투자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디자인 전문 기업 제이오에이치(JOH)는 지난해 9월 성수동 소재 토지 및 건물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제이오에이치는 오는 3월 카카오 공동대표에 취임할 예정인 조수용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이다. 조 부사장이 2016년 10월 카카오에 브랜드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하면서, 카카오가 지분 45.45%를 인수했다.

 

제이오에이치가 매입한 토지와 건물은 성수동 뚝섬유수지 체육공원 부근에 있으며 현재 H 호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다. 지난 1995년에 지어진 28실 규모 3층 건물로, 과거 ‘H장 여관’에서 상호가 변경됐다.​ 인근 주민들 말에 의하면 지난해 말부터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매각 시점과 비슷한 시기다. 

 

카카오 관계사 제이오에이치가 82억 원에 인수한 성수동 H 호텔. 사진=봉성창 기자

 

제이오에이치가 이곳 토지와 건물을 인수하는데 투입한 비용은 83억 원. 건물 포함 3.3㎡(약 1평)당 4928만 원에 매입한 셈이다. 공시에 적힌 취득 목적은 사업 확장이며 호텔 비즈니스라는 부연 설명이 달렸다. 지난해 11월 6일 법인등기부 사업목적에 ‘호텔 및 숙박시설의 설치’​ 등​을 추가하기도 했다. 83억 원은 제이오에이치가 보유한 자산총액(2017년 기준)인 136억 3415만 원의 무려 60%에 달하는 큰 투자다.

 

조수용 대표와 제이오에이치는 호텔 사업과 연관이 없지 않다. 영종도에 위치한 네스트호텔과 여의도 글래드호텔의 총괄 디자인을 맡았기 때문. 두 호텔 모두 빼어난 디자인의 부티크 호텔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즉, 그동안 디자인만 맡았던 제이오에이치가 직접 호텔 사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제이오에이치가 인수한 성수동 토지 및 건물은 호텔 사업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적당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H 호텔을 포함해 뒷편 주택가는 뚝섬 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별 건축 허가가 불가능하다. 사진=봉성창 기자

 

제이오에이치가 구입한 토지는 2016년 서울시가 고시한 뚝섬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에 포함돼 있다. 특별계획구역의 경우 반드시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지자체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아야만 건축이 가능하다. 해당 구역은 도시관리계획에 따라 조성 목적이 공동주택으로 지정됐다.

 

성동구청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그 주소를 포함한 인근 토지는 마치 한 필지처럼 묶여 있기 때문에 어떠한 개별 건축 인허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내부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을 제외한 신축이나 증축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제이오에이치가 해당 토지와 건물을 구입한 시점과 82억 원 규모의 비교적 대형 부동산 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이러한 도시계획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현재 건물을 그대로 두고 내부 리모델링을 통해 영업을 재개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 관계자와 주민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동인구가 적고 서울숲 이외에 인근에 아무런 랜드마크가 없는 지역인 데다가,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2호선 뚝섬역을 제외하면 교통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H 호텔은 과거 뚝섬경마장 시절 근처 경마팬들이 주로 이용하던 여관이었다”며 “이곳은 도로 끝이 강변도로에 막혀 있어 거주민을 제외하면 유동인구도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H 호텔 건너편에는 15층 높이의 KD운송그룹 사옥이 건설 중이며, 이르면 연내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봉성창 기자

 

심지어 맞은편에는 6m 정도에 불과한 좁은 도로를 끼고 15층 규모의 KD운송그룹 사옥이 건설 중이다. 애당초 증축도 불가능하지만 시야를 완전히 가로막는 상황. 뒤로는 오래된 단독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부동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구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토지를 포함한 특별계획구역에 개발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전체 토지 중 95%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때 조합에서 시세보다 더 비싼 값에 구입하거나 혹은 재건축 이후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성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1월 5일 해당 특별계획구역의 지역주택조합 설립이 인가됐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시세를 감안할 때 평 당 5000만 원 정도면 크게 비싸게 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조합이 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실제로 재개발이 이뤄질 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고 앞으로 시세가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제이오에이치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운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시한 바와 같이 호텔 비즈니스를 위해 매입한 것”이라며 “향후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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