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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날씨보다 더 싸한 바람이…' 암호화폐 폭락장 속 5대 거래소는 지금

일부 고객 항의에 경찰 부르기도…"일단은 숨죽일 수밖에"

2018.02.07(Wed) 11:02:07

[비즈한국]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인한 우울증이 동기로 전해졌다. 지난 1월 6일 2661만 원(코인원 기준)을 기록한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한 달이 지난 7일 현재 839만 원이다. 연일 암호화폐 거래소 차트가 파란 물결(하락을 의미​)을 이루는 가운데 암호화폐 거래소 책임론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빗썸 해킹 피해자 모임’ 1000여 명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개별적으로 거래소 본사를 직접 방문해 항의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가상’의 거래소는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현실’의 거래소 분위기는 과연 어떨까?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를 찾았다. 

 

빗썸이 본사로 쓰고 있는 강남의 한 빌딩. 어디에도 빗썸을 알리는 문구는 없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빗썸’ 본사가 입주한 강남 빌딩은 국내 암호화폐 열풍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기 20명 남짓이던 빗썸 직원은 어느덧 450여 명으로 늘면서 건물 전체를 임대했다.  

 

급속한 성장세에 자부심을 가질 만도 했지만 건물 주위엔 빗썸을 상징하는 어떤 표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비원 한 명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서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경비원은 “오늘부터 일을 시작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빗썸 직원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취재팀이 신분을 밝히고 다가가자 몇몇 직원은 모른 체하고 황급히 문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일곱 번째 시도 끝에 한 직원으로부터 얻은 대답은 “(누군가 해코지 한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른다”였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원증을 외투 밖으로 내놓고 다니는 직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빗썸 본사 입구. 경비원이 지키고 서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빗썸 홍보 관계자는 “돈을 잃은 투자자가 찾아와 항의하는 일이 있기는 했다”며 “보안을 강화한 이유는 외부로 노출되면 안 되는 서류 도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는 법인등기부상 본점 내에 고객센터도 함께 운영 중이다. 보안 전문업체에서 파견 온 것으로 보이는 경비 직원 두 명이 고객센터 입구를 지키고 있다. 기자가 다가가자 한 경비원이 “예약은 하고 왔느냐”고 물었고, 따로 예약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들어가기 곤란하다”며 제지했다. 고객센터였지만 방문이 까다로웠다. 경비원은 “​(누군가 와서 항의하는 일이) 있긴 했다”​며 “​요즘은 잘 없다. 하지만 (아무나 들여보내긴) 좀 그렇다”​​고 답했다.

 

‘코빗’은 따로 경비원을 두고 있진 않는 대신 사무실 입구 안내데스크 직원이 방문자를 맞았다. 다만 사무실 출입은 불가했다. 최근 직접 찾아와 항의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코빗 직원은 “요즘엔 없다”고 답했다. 사원증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요구에 그 직원은 “사원증은 없고 대신 명함은 있다”면서도 “나는 명함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신분이 유출되는 걸 우려하는 듯 보였다.

 

업비트 고객센터 입구. 경비원 두 명이 방문자를 통제하고 있었다. 사진=박현광 기자

 

‘코인원’은 아예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 불가능했다. 코인원 본사가 있는 여의도의 한 빌딩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목에 별도로 출입문을 설치해 방문자를 통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신 코인원은 본사 가까이에 고객센터를 따로 운영 중이다. 건물 경비원도 “코인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고객센터로 안내한다”고 귀띔했다.

 

코인원 고객센터 직원은 “우리는 고객센터를 카페 분위기로 만들어 놨기 때문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쉬다 간다”며 “따로 항의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의 속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던 곳은 마지막으로 찾은 ‘코인네스트’에서였다. 코인네스트는 여의도 한 빌딩에 입주해 있었는데, 본사 입구에 이를 때까지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코빗 사무실 입구 안내데스크. 일반 방문자를 따로 받진 않았다. 사진=박현광 기자

 

코인네스트 홍보담당자는 “사실 몇 차례 투자자들이 와서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었다. 주로 거래 시간이 오래 걸려 손해를 봤다며 거래소 탓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를 해보시면 알겠지만 트랜잭션(거래 체결) 시간은 거래소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다. 한 번은 항의가 행패 수준으로 심해서 옆에 있던 다른 고객이 경찰을 부른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아직까지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한 쪽지나 개인적인 연락으로 해코지당한 경우는 없지만 앞으로 경비를 더 보완할 예정이다. 빌딩 경비원에게도 일반인은 앞에서 좀 막아달라고 부탁해 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요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모든 거래소가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코인원 고객센터. 오전 10시, 문을 열기 직전 모습이다. 사진=박현광 기자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비롯해 우리나라 정부의 규제 이후로 신규 자금 유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우후죽순 생겨나던 거래소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났지만, 이제는 오히려 우리나라 시세가 해외보다 낮은 ‘역프리미엄’ 상황까지 심심치 않게 벌어지며 투자자들을 더욱 움츠려들게 하고 있다.

 

추운 날씨 못지않게 얼어붙은 암호화폐 거래 분위기 때문인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사무실 역시 썰렁한 분위기였다. 벌써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하락세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어올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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