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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너~무 달라'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vs LG생활건강 차석용

중국 사드 보복으로 아모레퍼시픽 매출 급감…사업 다각화로 LG생활건강 실적은 사상 최대

2018.02.06(Tue) 18:21:13

[비즈한국]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공동 대표에서 ‘잠시’ 단독 대표?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으로 매출이 급감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일 서경배·심상배 대표이사 체제에서 서경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해 화장품업계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7년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사업부문 매출은 4조 5821억 원(전 분기 대비 9% 하락), 영업이익은 6225억 원(전 분기 대비 32.3% 하락)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2년 사이 2.9%(2015년 32.9%, 2016년 31.9%)나 하락해 30%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임원인사를 통해 안세홍 전 이니스프리 대표이사를 아모레퍼시픽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일에는 서경배·심상배 대표이사 체제에서 서경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연말연시에 시행하던 임원인사를 앞당기고, 서경배 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 걸 두고 경영 환경 악화 대응을 위한 선조치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심상배 전 대표이사에게 물은 셈이다. 안세홍 대표이사의 등기이사 선임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단독 대표이사가 된 서경배 회장은 고 서성환 태평양 창업주로부터 화장품 사업을 물려받아 아모레퍼시픽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키운 주인공이다. 1963년 1월생인 서경배 회장은 1985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서 회장은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 1987년 7월 태평양화학 과장으로 입사했으며, 태평양종합산업 부장(1984.4~1990.6), 태평양화학 본부장 및 전무(1990.7~1993.3)를 거쳐 1993년 1월 태평양그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97년 3월에는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고, 2006년 6월 태평양이 아모레퍼시픽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사장(2006.6~2012.12)을 지내다 2013년 1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을 배동현(2012.3~2013.3, 2016.3~2016.12), 손영철(2013.3~2014.3), 백정기(2014.3~2015.12) 세 사람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을 백정기(2007.6~2007.12), 손영철(2007.6~2008.3), 배동현(2008.3~2015.12), 권영소(2008.3~2013.12), 심상배(2007.6~2017.12) 다섯 사람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지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대표이사가 사임할 때마다 일신상의 이유를 내세웠으나 방문판매 매출 급감, 영업사원 막말사건, 치약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 파문 등 논란에 대한 문책성 인사였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공동 대표이사들의 연봉(상여금 포함) 차이도 눈길을 끈다. 2016년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5억 2200만 원, 아모레퍼시픽에서 28억 8884만 원 등 총 34억 1084만 원을 받았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배동현 전 대표이사의 연봉은 12억 5481만 8000원, 심상배 전 대표이사는 7억 3741만 6000원이었다. 

 

서 회장은 가족경영을 중시하는 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에는 서경배 대표이사 회장의 친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이사(1992.3~1998.3), 매형인 김의광 전 장원산업 회장이 감사(1994.3~2000.3)를 지내왔으며, 형부 회사인 장원산업을 2005년 12월 인수했다. 특히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27)는 지난해 1월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뷰티사업장 생산 부문에서 근무하다가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최대주주다. 서 회장의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은 4444만 3620주(53.9%)이며, 626만 4450주(10.72%)의 아모레퍼시픽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첫째 누나인 서송숙 씨(미국인)도 아모레퍼시픽그룹 10만 1440주(0.12%)와 아모레퍼시픽 14만 6200주(0.21%)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서민정 씨의 보유 주식은 아모레퍼시픽그룹 241만 2710주(2.93%), 아모레퍼시픽 1110주(0.01%), 이니스프리 4만 4450주(18.18%)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씨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가, 6개월 만에 그만둔 게 맞다”며 “조금 더 공부를 해보겠다는 본인의 의지로 퇴사했으며, 지난해 8월 장강경영대학원에 진학해 현재 재학 중”이라고 설명했다. 

 

# ‘기적의 사나이’ 별칭,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14년째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수합병(M&A)의 귀재’, ‘기적의 사나이’로 통한다. 사진=LG생활건강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의 이유로 큰 피해를 본 반면, LG생활건강의 매출 및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3분기 매출은 2조 4142억 원(전 분기 대비 2.4% 상승), 영업이익은 4669억 원(전 분기 대비 5.8% 상승)이었다. 

 

시장점유율은 2015년 17.1%, 2016년 16.7%, 2017년 3분기 16.6%로 소폭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비중 50.9%)과 생활용품 사업(비중 26.1%), 음료 사업(비중 22.9%)을 병행하고 있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사업(88.8%)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나머지 11.2%의 사업은 MC&설록 사업이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호실적은 사업 다각화와 ‘후’, ‘숨’, ‘빌리프’ 등 럭셔리 화장품의 고성장이 요인으로 지목된다. LG생활건강이 올해를 기점으로 화장품 업계 1위를 공고히 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6조 2705억 원, 영업이익 930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2년 연속 매출 성장으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기적의 사나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2005년 1월부터 14년째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차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은 한 기업에서 10년 이상 재직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차 부회장에게는 ‘인수합병(M&A)의 귀재’,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2007년 SPC그룹에 인수될 뻔했던 코카콜라음료를 막판 뒤집기로 가져온 데 이어, 2009년 다이아몬드샘물, 2010년 더페이스샵, 2011년 해태음료, 2012년 바이올렛드림(구 보브)과 일본 화장품업체 긴자스테파니, 2013년 일본 건강기능식품 통신판매업체 에버라이프와 캐나다 바디용품업체 플루츠앤패션을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차앤박 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 2015년 국내 색조화장품 전문업체인 제니스, 2016년 존슨앤존스 오랄케어 리치(REACH) 브랜드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사업권을 인수했고 2017년에는 더마화장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미·주근깨 치료제로 유명한 태극제약을 사들였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차 부회장의 목표는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용품과 음료사업을 병행함으로써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다. 여름에 약한 화장품사업과 여름이 성수기인 음료사업으로 계절 리스크를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차 부회장은 집무실의 문을 항상 열어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원뿐만 아니라 LG생활건강 전 직원과 아낌없이 대화를 나누겠다는 의도다. 또 차 부회장은 불필요한 회의 문화를 없애기 위해 모든 회의를 1시간 내에 끝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차석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기업의 경영마인드를 체득한 경영인답게 ‘나를 따르라’가 아닌 ‘내가 도와주겠다’는 철학으로 경영에 임한다”며 “정시퇴근제와 유연근무제도 차석용 대표이사가 취임된 이후 LG생활건강에 생긴 새로운 기업문화”라고 설명했다.

 

차 부회장은 1980년대 미국 국적을 소유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1953년 6월생인 그는 1974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후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에 입학했다. 1학기 수업을 마친 후 군대에 입대했고, 전역 후 고려대를 자퇴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 입학해 회계학을 전공했다. 

 

1982년 대학 졸업 후 미국 코넬대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차 부회장은 1984년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로스쿨에서 수학했다. 마침내 1985년 미국 P&G 본사에 입사하면서 업계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업계에서는 차 부회장이 미국 P&G 본사에 입사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1999년 한국P&G 대표이사를 맡으며 귀국한 그는 2001년 해태제과를 거쳐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 자리에 안착했다.

 

LG생활건강의 성장과 사업 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차 부회장이 외부활동을 지나치게 조심한다는 시각도 있다. 차 부회장이 외부 행사에 참석해 찍힌 사진이 전혀 없는 데다, LG생활건강이 2008년 촬영된 사진을 10년째 외부에 배포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한편 차 부회장은 2016년 31억 700만 원(급여 13억 9500만 원, 상여금 17억 12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차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LG생활건강 1만 주(0.48%)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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