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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인공눈물과 루이카쓰, 남자도 눈물이 필요해

일본선 여럿이 모여 우는 '루이카쓰' 유행…감정에 충실해야 건강하다

2018.02.05(Mon) 11:04:52

[비즈한국] 일본에선 울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인 ‘루이카쓰(淚活)’가 유행처럼 번진다고 한다. 함께 모여서 감동적인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후 둘러앉아 고민을 터놓으며 대화한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루이카쓰가 점점 확산되면서 초기엔 여성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남녀 반반 정도에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해졌다. 

 

루이카쓰는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의도적으로 감동적인 눈물을 흘리게 되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든다는 이유로 하는 것이다. 대개 10명 내외가 모여서 많이 하는데, 수백 명이 체육관에 함께 모여 루이카쓰를 한 경우도 있고, 요즘엔 혼자서 루이카쓰를 하는 이들도 늘어날 정도로 확산 중이라고 한다. 

 

남녀노소 모두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시대다. 특히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겉으로 감정을 잘 표출하지 못하고 억누르는 이들이 많다. 남들 앞에서 고민을 잘 터놓지도 못하고, 우는 건 더더욱 못한다. 그랬던 이들에 눈물을 흘리고 고민을 터놓는 과정에서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고 스트레스도 발산하는 것이다. 혼자 우는 것도 좋지만,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연인 앞에서 터놓고 우는 게 스트레스 해소엔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컷 울고 난 후엔 긍정적으로 마무리해야 하고, 이왕 울 거면 실컷 소리 내서 울라는 것이다. 

 

2006년에 30개국 대학생 2323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자는 한 달 평균 1.0회, 여자는 2.7회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건 여자든 남자든 지극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반응이다. 사진=드라마 ‘도깨비’ 캡처


한국 사람에겐 화병이란 게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에 쌓아둬서 생긴 병이다. 우린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산다. 특히 남자에게 눈물은 더더욱 금기다. 그나마 요즘은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남자가 여자보다 눈물에 인색하다. 이건 전 세계 보편적 현상이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베흐트(M. C. Becht)가 2006년에 30개국 대학생 2323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자는 한 달에 평균 1.0회를 울고 여자는 2.7회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30개국 모두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운다는 점은 같았다. 

 

슬프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봤는데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눈물샘의 문제라기보다 눈물을 참는 것을 강요받아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눈물은 지극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리고 남자도 눈물이 필요하다. 이제 눈물에 좀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책 중에 ‘신경 끄기의 기술’이란 게 있다. 한동안 잘 팔린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도 한국인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이상 남 눈치 덜 보고, 자기 감정을 드러내며 살자는 데에 몇 년 새 한국인들이 적극 동조하고 나선 셈이다. 감정표현과 스트레스 발산과 표출을 통해 화병도 줄어들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안구건조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서다. 지난 10년간 두 배 정도 늘었다. 과거엔 노화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발병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모니터 등 근거리에서 전자기기 화면을 보게 되면, 평상시보다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최대 5분의 1로 줄어든다. 눈을 깜빡일 때 눈물이 안구 표면을 덮어주는데, 눈을 덜 깜빡여서 안구표면이 마르는 거다. 안구건조증 환자의 증가는 우리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제약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만큼 각광받는 시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쪽에선 스트레스 해소한다고 모여서 우는 루이카쓰가 유행하고, 한쪽에선 여전히 눈물을 금기하며 속으로 스트레스를 쌓아가고, 또 다른 한쪽에선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시대다. 눈물의 아이러니다. 

 

당신은 얼마나 자주 우는가? 적어도 감동적인 상황에선 눈물을 잘 흘리는가? 눈물도 흘릴 줄 모르는 매정한 사람보단, 눈물을 적당히 잘 흘릴 줄 아는 사람이 훨씬 더 강하고 멋진 남자라고 주장하고 싶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훨씬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17세기까진 유럽에서 남자의 눈물이 용맹함과 무관했다고 한다. 남자가 남들 앞에서 운다고 그 사람을 나약하고, 용맹하지 않다고 여기지 않았다. 남자의 눈물을 나약함으로 본 건 사실 인류 역사 전체로 볼 땐 오래된 게 아니다. 눈물을 흘려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이젠 우리도 좀 당당하게 울어보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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