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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그 영화 몇 점이야? 로튼 토마토

평론가들의 의견 수치화시켜 큰 인기…리뷰에 대한 품질은 '의문'

2018.02.05(Mon) 11:25:08

[비즈한국] “영화나 보러 갈래?” “그거 로튼 토마토 신선함 지수 몇이야?” 콘텐츠 산업 시장이 작은 한국. 하지만 영화는 예외입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영화는 또한 ‘추천’이 가장 중요한 분야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어느 정도 취향 차이가 있습니다. 품질도 있죠. 멀티플렉스에 걸려있는 영화는 몇 개 되지 않아 선택지도 적습니다. 실패해도 두 시간만 허비하는 셈이니 실패 리스크도 크지 않습니다. 주택, 자동차에 비해 부담 없이 다양한 추천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인 셈이죠.

 

영화 추천의 전통적 방법은 ‘사람’입니다. 평론가 혹은 영화기자는 기사로, 리뷰 영상으로, 한 줄 평으로, 혹은 별점으로 볼 만한 영화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거지요. ‘이동진 추천’ ‘박평식 별점’ ‘김혜리 별점’ ‘듀나 리뷰’ 등 영향력 있는 리뷰어의 영화평은 영화 구매에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다만 사람의 평가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타인의 취향은 아무래도 자신의 취향과는 다를 위험이 있지요. 그 사람의 주관을 얼마나 의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대중성을 중요시하는 평론가라면 평론가의 별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애매합니다. 대중의 리뷰를 믿기에는 대중이 어디까지가 마케터이고 어디까지가 진실한 고객인지도 알기 어렵지요.

 

 

로튼 토마토의 ‘신선함’ 로고.


요즘엔 로튼 토마토 지수가 ‘영화의 수준’을 알려주는 하나의 수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의 시리즈 혹은 유니버스 속편 영화의 경우, 개봉 전 로튼 토마토의 ‘신선함 지수’를 거론하며 그 영화의 완성도를 미리 짐작하는 일이 흔해졌지요. 로튼 토마토는 뭐고, 로튼 토마토 지수는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진 걸까요?

 

로튼 토마토를 만든 센 두앙은 청룽(成龍·성룡)의 팬이었습니다. 청룽의 영화를 너무 좋아했던 그는 청룽 영화의 리뷰란 리뷰는 모두 모았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는 재미를 느낀 그는 이런 재미를 타인과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로튼 토마토’라는 웹사이트를 만듭니다.

 

로튼 토마토는 평론가의 영화 리뷰를 모았습니다. 이를 수치화합니다. 긍정적인 리뷰와 부정적인 리뷰로 영화 리뷰를 구별하고 긍정적인 리뷰가 얼마나 많은지 그 비율을 보여주는 거죠. 그 비율이 75% 이상에 특급 평론가들의 보증이 있다면 아주 신선한 토마토. 60% 이상이면 신선한 토마토, 60% 이하면 썩은 토마토로 표시합니다. 간단하게 평론가가 얼마나 우호적인지 보여주는 표시 시스템인 거지요.

 

로튼 토마토는 평론가 다수의 의견을 간단하게 수치화시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이었지요. 곧 로튼 토마토의 ‘신선함 지수’로 영화의 품질을 비교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신 영화의 리뷰가 풀리면 로튼 토마토 지수로 영화가 얼마나 좋은지, 영화를 보고 실망하진 않을지 가늠하기 시작한 거지요.

 

2000년에 센 두앙은 버클리 대학교 친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운영에 나섭니다. 시작하자마자 로튼 토마토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2005년에는 IGN에 인수되었죠. 이후 플릭스터(Flixster)와 워너 브라더즈를 거쳐 2016년부터는 컴캐스트 산하 판당고(Fandango)에 인수되어 활동 중입니다.

 

로튼 토마토는 인간의 주관적인 취향을 수치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덕분에 화제성이 강해졌습니다. 영화마다 다수의 평론가가 갖고 있는 호감도를 비교할 수도 있게 되었지요. 이를 통해 ‘로튼 토마토 선정 최고의 영화’나 ‘로튼 토마토 수치가 가장 높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등 영화계에 새로운 이슈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튼 토마토가 제작한 콘텐츠,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들의 로튼 토마토 점수를 비교해놓았다.

 

한계도 명확합니다. 우선, 평론을 ‘긍정적’인 리뷰와 ‘부정적’인 리뷰의 두 개로만 나누니 강한 긍정과 중립, 강한 부정과 약한 부정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게 되지요. 모두가 긍정하는 무난한 영화가 호불호가 엇갈리는 강렬한 영화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거지요. 

 

둘째, 최근 영화일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도 문제입니다. 역대 점수 상위 100위 중 25%가 2015년 이후 나온 영화입니다. 2015년 이후 영화가 그 이전보다 품질이 압도적으로 좋다고만 할 수 없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점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거지요.

 

마지막으로 수치화한 리뷰가 얼마나 품질이 좋은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다수의 리뷰를 모두 모아 수치화한 게 로튼 토마토 지수인데요, 문제는 이 리뷰의 다수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중소 매체의 저품질 리뷰라는 겁니다. 이런 저품질 리뷰가 ‘뉴욕 타임스’​ 등의 리뷰와 동일하게 모여 하나의 수치가 된다는 거 자체에 회의가 들 수 있는 대목이지요.

 

로튼 토마토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던 좋은 영화를 모아놓은 유튜브 영상. 이런 콘텐츠가 나올 정도로 로튼 토마토 신선함 지수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튼 토마토는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쉬운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로튼 토마토가 영화의 절대적인 품질을 결정하는 수치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떤 영화가 형편없는 영화인지는 가려낼 수 있겠죠. 적어도 영화 보고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영화는 대다수의 리뷰어가 비슷한 평가를 내릴 수 있으니까요.

 

다만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을 추구한 영화를 발굴하는 데는 이런 ‘다수의 수치’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저품질의 다수 리뷰가 모두 만장일치로 좋아하는 영화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영화일 테니까요. 이럴 때는 소수의 뛰어난 리뷰어의 추천이 더 적합하겠지요. 특출 나게 독창적인 영화를 찾는 방식은 내가 신뢰하는 ‘특출 난 개인’의 추천을 듣는 게 낫습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작가 김중혁의 영화 추천 콘텐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영화를 추천하기에는 강한 개성의 개인이 더 적합하다.

 

결국 플랫폼이냐, 특출 난 개인이냐라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무난한 영화 중에 저품질의 영화를 골라내고 싶을 때는 다수의 많은 평론가의 수치를 확인해보면 됩니다. 무난한 블록버스터 계열 영화의 경우, 다수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좋은 영화라 볼 수 있으니까요. 독창적인 영화는 다릅니다. 이런 영화는 독특한 취향과 뛰어난 식견을 가진 소수의 리뷰어에게 귀를 기울이면 되지요.

 

미디어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건 두 종류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함축시킨 플랫폼이거나, 아니면 날카롭게 소수의 마니아를 만족시키는 특출 난 개인이거나.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영화 추천 또한 바꾸고 있습니다. 기성 미디어의 기자 추천보다는 로튼 토마토 기사와 특출난 영화 평론가의 SNS 추천을 더 믿게 되는 시대가 온 거지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보여주는 영화 평론 추천 점수, 로튼 토마토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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