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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폭락 '검은 금요일' 주범 지목 '테더'를 아시나요?

'1테더=1달러' 은행 예치 지급보증…3000만 달러 소각·관계자 줄소환에 시장 '흔들'

2018.02.02(Fri) 15:43:57

[비즈한국]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또 한 번 폭락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1일 900만 원선이 붕괴되며 거래소 이용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았다. 지난 1월 한 달간 약세를 면치 못하다가 반등은커녕 오히려 폭락했다는 점에서 공포심과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이번 폭락 원인을 두고 거래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 먼저 중국, 한국, 프랑스에 이어 인도 정부까지 암호화폐를 규제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1일 “암호화폐는 법정화폐로 볼 수 없다”며 “불법적인 재무 거래에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암호화폐 거래 전문가들은 ‘테더(Tether)​ 사태’를 이번 폭락의 주요한 원인으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블룸버그’​가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테더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비트파이넥스 관계자를 소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는 테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주요 외신들도 테더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자체가 붕괴될 정도의 폭발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지금은 테더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증폭되면서 해외서 시세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달러=1테더’ 어떻게 만들어지나

 

USDT라는 기호를 쓰는 테더는 암호화폐 거래를 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해 태어난 암호화폐다. 예를 들어 소유한 비트코인의 시세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면, 이를 테더로 바꿔서 보유하고 있다가 다시 상승이 예상될 때 테더로 비트코인을 살 수 있어 편리하다.

 

지금까지 대부분 암호화폐는 시세가 오를 때 같이 오르고 내릴 때 같이 내리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테더만큼은 예외다. 애당초 채굴이 아니라 홍콩 소재의 테더홀딩스라는 단체에서 발행하며, 1테더가 발행될 때마다 제휴 은행에 1USD(미국달러)를 예치해서 지급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2월 2일 암호화폐 시세가 일제히 폭락한 가운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테더 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그래픽=이세윤 PD

 

따라서 미국달러의 가치가 변동하지 않는 한 테더는 가격 변동성이 없는 안정적인 자산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실제로 완벽한 1달러가 아니라 0.98달러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주요 거래소는 정부 규제가 심한 현금 대신 테더홀딩스로부터 테더를 대량 구입한 다음, 편의를 목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왔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거래가 늘어날수록 테더에 대한 수요도 더욱 커진다. 지금까지 발행된 테더 규모는 약 22억 4800만 달러(2조 4273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거래소 장부 내에 현금(KRW)으로 보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 암호화폐 시세조종에 활용 가능성

 

테더가 이슈로 떠오른 결정적인 계기는 아직까지 테더홀딩스 측이 은행에 예치된 현금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부 거래소가 테더홀딩스와 짜고 달러를 예치하지 않고 테더를 무분별하게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테더의 가짜 발행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지급보증에 대한 불이행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렇게 발행된 테더가 다른 암호화폐의 시세조종에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테더로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를 임의로 사들이거나 파는 과정에서 거래량을 늘려 시세를 임의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1월 31일 테더홀딩스는 약 3000만 테더를 소각했지만, 그 이유를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사진=테더 홈페이지

 

이렇게 시세가 올라가면 거래량이 많아져 거래소 입장에서는 이익이 늘어날 뿐 아니라, 시세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테더로 바꾸면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11월에 비트파이넥스가 3100만 테더를 해킹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자작극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같다. 어차피 테더는 도난당한 부분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거래할 수 없도록 조치하면 그만이다.

 

테더홀딩스의 불투명한 운영 등도 도마에 오른다. 지난 31일 3000만 개의 테더가 소각(Revoke)됐다. 이에 대해 테더홀딩스 측은 이것이 지난번 해킹 사건으로 인한 조치인지, 혹은 인출 등 다른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테더를 동원한 암호화폐 시세조종에 대한 의심만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이다.


# 테더 붕괴되면 어떤 일 벌어지나

 

테더를 둘러싸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이를 아직 사기(Scam)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사기로 판명 날 경우 지금까지 각국 거래 규제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암호화폐 시장에 핵폭탄급 파괴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한 몸으로 일컬어지는 비트파이넥스를 비롯해 USDT를 사용하고 있는 비트렉스, 폴로닉스 등 주요 해외 거래소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 기조에 상당한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직까지 테더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투자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테더가 사기에 동원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암호화폐 시장에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테더 홈페이지

 

반대로 테더 시가총액이 전체 암호화폐 규모의 0.5%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외로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거래소도 많아지고 계속 새로운 암호화폐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암호화폐가 시장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로 보는 시각이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가장 큰 거래소 중 하나가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과는 파장 자체가 다를 것”이라면서도 “워낙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판이라 테더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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